제목은 거창하다. 내 이름을 걸고 3 Step이라니! 마이클 포터의 5 Forces 모델 설명하는 것 같기도 하고, 유명한 학자의 이론 모델 같다. 뉴 키즈 온 더 블락(New Kids on the Block)의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도 생각난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기서 말하는 김하늘 워터소믈리에의 3 Step은 거창한 게 아니고, 우리가 물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눈 것뿐이다.

첫째, 물은 소중하고 꼭 마셔야 한다. 아무리 원수원별로 소개하고, 미네랄을 설명해도, 관심 없는 사람에겐 ‘소귀에 경 읽기’다. 우선 관심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물 없이 살 수 없으며, 지구 표면의 70%도 물, 우리 몸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물이다.

▲ 물은 마시는 것 외에도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사진=픽사베이>

전 세계에 전쟁으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오염된 물 때문에 죽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2015년 U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세 미만의 어린이가 연간 180만 명이 사망했다. 20초당 1명씩 죽은 양이며, 전 세계 병원 침상의 50%가 오염된 물로 인한 질환으로 누워있다고 한다. 이스마일 세라겔딘 전 세계은행 부총재는 “20세기는 기름(오일)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이 났다면 21세기는 깨끗한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이 날 것”이라고 했다. 물은 살기 위해 무조건 필요하고, 안전한 물을 충분히 마시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둘째, 물마다 차이가 있다. Water is not just water. 물은 물이 아니다. 물을 물로 보면 안 된다.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른 사람이고, 한 명 한 명 개인의 개성이 살아있는 것처럼 모든 물은 물마다 개성이 다르고, 특징이 다르다. 크게 봐도 어떤 물은 탄산이 들어 있고, 어떤 물은 탄산이 없다. 어떤 물은 빙하수고, 어떤 물은 해양심층수이다. 어떤 물은 1L에 500mg/L의 총용존고형물(TDS)을 갖고 있는데, 어떤 물은 50mg/L도 되지 않는다.

'Water is not just water'는 Fine Waters의 슬로건 같은 문장인데, 개회사나 인사말을 할 때 ‘water is not just water'라는 말로 시작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각자의 명함에도 이 문구가 써있다.
 

▲ water is not just water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세계적인 워터소믈리에 마틴 리세는 솔선수범하여 ‘water is not just water'를 실천하는 애수가(?)이다. 심지어 저 문구를 새긴 티셔츠도 만들어서 입고 다니기도 한다. 그리고 Purified Water(한 번 이상 정제한 물)는 입에도 안 댄다. 내 SNS에도 가끔 댓글을 남기고 가는데, “Purified water is nothing else than processed food”라고 남기고 간다.
 

▲ water is not just water가 새겨진 티셔츠 <사진=Martin Riese>

나도 동의하지만, 아직 물의 소중함을 알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아직 하루에 물 1L도 마시지 않는 사람이 엄청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먼저 물을 알리고, 마시게 한 다음, 두 번째 스텝으로 넘어가 물의 차이를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내게 맞는 물이 있다. 각자 내가 생각하는 미의 기준, 맛의 기준이 다른 것처럼, 물도 마찬가지다. 절대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최적의 물이란 없다. 각자의 체질이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 평소 식습관, 건강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에 맞는 물이 다 따로 있다.

사실 이 시기가 오면 워터소믈리에의 역할도 커지지만, 수치의사의 역할이 엄청 커질 것이다. 국내엔 내가 알기로 한 명도 없는 거로 알고 있는데, 프랑스나 이탈리아엔 물로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수치의사들이 있고, 수치 전문의가 되는 과정이 바늘구멍만큼이나 작아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다. 희소한 만큼 돈도 많이 버는 거로 알고 있다. 약으로 고치는 방법이 아니다 보니, 후유증 없이 굉장히 건강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1단계에 이어 2단계 시기까지 오면 금방 3단계도 도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3단계로 바로 가면 좋겠지만, 그렇기엔 아직 기초 연구도 내 역량도 사실 부족하다. 앞으로 3단계가 올 때까지 나는 말과 행동을 단계별로 옮기면서 기초를 탄탄히 할 계획이다.

여러분 제 칼럼을 읽으시는 동안 소중한 시간을 쓰셨네요. 물 마실 시간입니다.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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