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하면 초록색의 작은 유리병이, 맥주병하면 사이즈는 각각 다르지만 갈색의 유리병이 생각난다. 와인병은 부르고뉴 모양이냐, 보르도 모양이냐, 알자스 모양이냐에 따라 다르다. 이들은 특별한 라벨 디자인으로 각각의 개성을 보인다.

물병하면 어떤 모양이 생각날까?

나는 처음 사각형 통 모양의 투명한 플라스틱 물병이 생각났다. 잠깐만 생각 더 했는데, 원통형도 생각나고, 탄산수의 초록색 병도 생각나고, 획기적인 모양의 병들이 마구마구 생각난다. 내 생각엔 와인병을 포함하여 다른 어떤 음료병보다 물병이 디자인으로 훨씬 더 많은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휘양찬란한 물병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물병이 개성 있었나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오늘은 별다른 주장 없이 다양한 물병에 대해서 보여주고자 한다.
 

▲ 왼쪽부터 제주 삼다수, 독일의 로스바허, 프랑스의 볼빅, 중국의 빙로, 국내 탄산수인 트레비.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물병들이다. 흔히 마트에서 볼 수 있다. 국내 생수뿐만 아니라, 해외의 일반적인 마트에서도 이런 비슷한 모양을 찾을 수 있다. 흔한 물병 모양이다. PET로 만들어졌다. 제조업체 입장에서 디자인보다는 원가를 더 낮출 수 있는가, 재활용이 가능한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PET 생산 공장에서 생산할 틀(몰드)를 만들 때, PET를 기울였을 때 물의 이동, 속도 등을 고려해 약간의 차별화를 가지고 만들긴 하지만, 보통 아이덴티티는 라벨을 활용한다. 
 

▲ 왼쪽부터 프랑스의 콘트렉스, 대만의 유니 워터, 중국의 감여세간비청감 운상화하, 일본의 XY Size Down.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다음은 흔히 보이는 스타일은 아니고, 무난함을 탈피하고 자기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기 위해 약간 차별화를 시도하였다.

프랑스의 콘트렉스(Contrex)는 여성을 위한 물로 유명하다. 현지에서는 약국이나 드러그스토어(Drugstore; 우리나라의 올리브영이나 왓슨스와 비슷하지만 뷰티뿐만 아니라 의료의 컨셉이 더 강하다. 안에 약사가 근무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제일 비슷한 컨셉은 신세계의 분스)에서 판매한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물인데, 약간 콜라처럼 S라인을 강조한 디자인이다. 다른 물들도 마찬가지로 평범에서 탈피를 시도하였지만, 여전히 다른 스타일리시한 물병에 비해서는 무난한 편이다. 
 

▲ 왼쪽부터 제주퓨어워터 디어 베이비, 프랑스의 에비앙, 국내의 뽀로로 샘물, 천년동안 베이비 워터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전 세계 어디든 아기와 어린이들을 위한 상품들은 특별하다. 내가 어릴 적에는 티셔츠나 신발에 만화 캐릭터가 있는 옷을 선호했다. 신고 걸어가면 신발 바닥에서 불빛이 나오고, 만화 주인공의 음성이 나오기도 한다. 옷에서도 마찬가지다. 아기들을 타겟으로 한 상품들은 뭔가 주목이 될만한 디자인이어야 한다. 가끔 조카 옷을 사주기 위해 의류점을 방문해서 판매되는 옷이나, 조카가 가족 모임 때 입고 온 옷을 보면 놀란다. 앞에 나서진 않지만 '리틀 아이언맨'이 된 자신의 모습에 사실 흡족해하는 것 같다.

물도 마찬가지다. 특히 아기들에게 물 마시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독특한 디자인 물병들은 아기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손을 뻗게 한다. 

 

▲ 왼쪽부터 노르웨이의 보스, 중국의 간텐, 국내의 오 생수, 영국의 티난트, 독일의 사스키아. 노르웨이의 보스는 유리병으로 유명한데, 해외에서는 플라스틱 병으로도 유통된다.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마지막으론 평범함을 탈피한 물병이다. 내가 사진을 잘 못 찍어서 그렇지만, 각각 물병을 따로 보면 굉장히 세련됐다. 물병마다 유명한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다. 

노르웨이의 보스(Voss)는 캘빈 클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닐 크라프트(Neil Kraft, Calvin Klein)가 디자인하여 유명세를 탔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패션 아이템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물론 유명세를 탄 것은 유리병이다. 플라스틱의 편리함 때문에 보스도 플라스틱병으로도 유통되는데 아직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오 생수(Eau)도 물병 디자인하면 빠질 수 없다. 이집트의 유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가 디자인했다.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수상했다. 개인적으로 '물병은 특별하지 않다'라는 편견을 깬 첫 제품이다. 물을 공부하기 전부터 병이 이뻐서 구매하던 상품이었다. 

이외에도 정말 각양각색의 플라스틱 물병이 존재한다. 투명한 페트말고도 파란색, 빨간색, 청록색, 흰색, 회색, 하늘색, 초록색 등이 있다. 그래도 오늘 칼럼을 읽고, 물병이 굉장히 다양하고, 비슷한 물의 특징을 구분하여 브랜딩하기 위해 디자인으로 많은 차별화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만 전달하면 됐다. 다음 주는 세련된 모양의 유리병을 소개할 예정이다.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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