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TRYTIS CINEREA(보트리티스시네레아)라고 들어보셨나요?
썩은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 있습니다.
이렇게요.

▲ Botrytis Cinerea Semillon grapes <사진=Megan Mallen>

세미용(Semillon)
화이트와인 품종입니다.
프랑스 쏘테른 지방의 주 품종입니다.

▲ Semillon grapes <사진=Megan Mallen>

반짝이는 투명한 지푸라기 색에서 진화를 거듭하다가 점점 진한 색을 띱니다. 그러다 나중에는 아예 갈색으로 변하게 되지요.

두꺼운 껍질이 귀부 곰팡이의 공격으로 벌어져 포도알의 수분이 빠지면 드디어 포도는 흉측한 모양으로 변합니다. 나중에 달디단 화이트로 변신하여 애호가들이 잊지 못하는, 톡 쏘면서도 벌꿀 향 가득한 귀부 와인이 됩니다.

이 곰팡이에 침투를 받으면 균사가 포도를 뚫고 들어가 수분을 증발시킬뿐만 아니라 글리세린과 같은 끈적한 물질이 생성되고 여기에 여러가지 성분들이 작용하여 꿀과같이 복잡 미묘한 단맛과 산도를 생성하게 됩니다.

이 귀부병에 걸리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습니다.
우선 강이나 호수주변에, 가능하면 습기가 많은곳이 유리합니다.
아침에 안개가 끼었다가,
한낮에는 햇빛이 비치고.
다시 안개가 끼는 날씨가 반복되면 귀부병이 발병할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 귀부병에 걸리기 위해서는 우선 강이나 호수주변에, 가능하면 습기가 많은곳이 유리합니다.<사진=pxhere.com>

포도를 나무에 오래 달아놓고 포도껍질에 이 곰팡이가 끼면 포도열매의 수분이 증발하여, 껍질이 수축되고 건포도와 같이 당분이 농축됩니다. 이 곰팡이를 독일어로는 Edelfaeule, 프랑스어는 Pourriture, 영어로는 Noble rot 라고 합니다.
귀하게 썪은 포도송이라는 뜻이지요.

귀부와인으로 가장 유명한 곳이 프랑스 쏘테른 지방의 샤또 디켐 입니다.

▲ 귀부와인으로 가장 유명한 곳이 프랑스 쏘테른 지방의 샤또 디켐 입니다. <사진=yquem.fr>

쏘테른지방에서는 발효는 2~8주정도 시키며, 발효가 정지되면 알코농도는 14~15%, 당분이 5~8% 정도 남게됩니다.

대개 오크통에서 18~42개월 정도를 숙성시킵니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TBA, 헝가리 토키이(Tokay) 등도 같은 타입의 스위트 와인들 입니다.

특히 Tokaji 는 일부러 '고귀한 곰팡이' 에 감염시켜만든 첫번째 귀부와인 이기도 합니다. 주로 껍질이 얇고 맛이 예리한 Furmint 품종으로 70%정도를 만들고, 나머지는 Harslevelu가 차지합니다.

헝거리 이야기가 나오니 우울했던 영화 그루미 선데이가 생각나는군요.
특히 오늘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는...

아름다운 영화로 손꼽히는 '글루미 선데이' 이 영화는 'Gloomy Sunday'라는 곡이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이 곡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있죠. 그래서 저주받은 곡, 혹은 자살곡, 자살의 찬가 등의 이름으로 더 유명한 곡이기도 합니다.

우리내 인생도 안개끼었다가...
햇빛 내리다가, 그렇게 여물어 가는거겠지요.
 

▲ 권기훈 교수

권기훈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의대를 다녔고, 와인의 매력에 빠져 오스트리아 국가공인 Dip.Sommelier자격을 취득하였다. 이후 영국 WSET, 프랑스 보르도 CAFA등 에서 공부하고 귀국. 마산대학교 교수, 국가인재원객원교수, 국제음료학회이사를 지냈으며, 청와대, 국립외교원, 기업, 방송 등에서 와인강좌를 진행하였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 권기훈 a9004979@naver.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