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성환 밥소믈리에

필자의 9번째 칼럼에서 밥 다이어트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칼럼을 기재하고 1년 후인 2016년 가을 또, 매스컴에서 탄수화물 중독이니 뭐니 하면 밥을 한참 깎아내렸다.

입이 아주 근질근질했지만 필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대신 해 주신 전문가분들이 많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최근 좋은 책 한 권을 접했다.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자문까지 지냈던 ‘존 맥두걸’이라는 의사가 지은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이라는 책이다.

책 소개를 하는 것 같아 망설여졌지만, 밥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어 잠깐 책의 내용을 인용하여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인간은 녹말을 먹는 동물이다.’

이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인간은 더 많은 쌀과 옥수수, 감자, 고구마, 그리고 콩을 먹을수록 더 날씬해지고 더 건강해진다.

이미 역사 속에서도 여러 가지 사실로 드러난다.

2011년 4월 전미 대학 심장내과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심장혈관을 CT 촬영한 44구의 미라 중에서 22구에 동맥경화증과 같은 각종 혈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고대 이집트 시대에는 패스트푸드 같은 음식이 없고 신체 활동이 많았기에 건강했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미라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일반 평민이 아닌 부유한 귀족들로 그들이 지금의 우리와 같이 매우 풍족하고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었다는 증거다. 미라의 CT 촬영에서 동맥경화뿐만 아니라, 비만, 치아질환, 각종 담석의 징후들로 발견되었다.

담석이란 물질은 지나치게 과도한 콜레스테롤을 섭취할 경우 담즙이 변형되어 생기는 물질로 지나친 육식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2004년 4월 AFP통신은 오스트리아의 한 고고학 연구소 발표를 보도하였는데 터키의 에페소스 고대 유적지에서 발견된 검투사 70명의 뼈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주로 보리, 콩, 말린 과일만을 먹는 채식주의자라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기초성분 미량분석법을 이용하여 검투사의 세포 내 스트론튬 함량이 매우 높았다고 보고했다. 이는 주로 채식을 했다는 증거이다. 당시의 기록에서도 검투사들은 ‘보리를 먹는 남자들’로 불리었다고 한다.

시저의 군대 또한 과도한 육식을 멀리하고, 전투가 있을 때마다 주로 곡식을 선호했다고 한다.

▲ 로마 검투사 무덤 <사진=Plos One -Meduni Vienna>

우리의 DNA가 이미 인간은 녹말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인간의 침(타액)에 ‘아밀라아제’가 있다는 것은 중학교에서 이미 배우는 내용이다. 이 아밀라아제란 다름 아닌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다. 다른 영장류에 비교해 인간의 타액에 6~8배 이상의 아밀라아제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고기를 먹는 동물이라면 혀의 침샘에서 ‘프로테아제’와 같은 단백질 분해 효소가 나오도록 진화해 왔을 것이다.

그 후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필자의 칼럼 타이틀이 ‘밥이 답이다’인 것처럼 저자는 빵, 파스타, 라면, 국수, 떡, 케이크처럼 가공되고 정제된 탄수화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필자가 곡물로 만든 식품, 음식 중에서 밥을 먹자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쌀 소비를 늘리자고 잘 팔리지도 않는 이상한 가공식품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다.

밥은 광우병, 살모넬라, 돼지콜레라 같은 병원균도 없으며, 토양에서 나오는 독성 화합물도 신체에 축적하지 않는다. 단지 인간이 개발한 농약에 오염되지만 않는다면 아주 깨끗한 클린 원료다.

그러나 최근 매우 실망스러운 기사를 접했다. 쌀에 기준치 이상의 농약(티아클로프리드)이 검출되었다는 뉴스였다.

일부 욕심 많고 몰상식한 재배자들이 스스로 쌀 시장을 죽이는 짓을 한 것이다.

필자가 아무리 밥이 좋다고 외쳐도, 이런 수준 이하의 쌀이 나오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우리 쌀을 믿어달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성실히 재배하는 농민들을 위해서도, 진정한 쌀과 밥의 소비 확산을 위해서도,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할 것이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