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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한 소리가 시원한 느낌을 준다. 간혹 흔들린 탄산음료를 따면 탄산가스가 터져 나와 뚜껑과 병 틈사이로 음료가 흘러나온다. 잔에 음료를 따르면 탄산가스의 영향으로 어느새 잔에 음료가 가득 찬다. 얼마 있지 않아 탄산가스는 나가고 거품은 꺼지고 잔엔 반도 남지 않은 음료만 남는다. 탄산음료를 마셔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상황이다.

우리는 이런 강한 탄산에 적응되어 탄산음료를 열 땐 소리가 크게 나야 청량하다고 착각을 하기도 한다. 때때로 탄산음료 애호가 중에선 마시던 탄산음료를 일부러 흔들거나 거꾸로 보관하다가 열기도 한다. 더 큰 소리가 나야 더 청량한 음료를 마시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과연 소리가 큰 탄산음료일수록 탄산이 더 강할까?

대체로 탄산가스를 많이 함유할수록 더 큰 소리가 나겠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탄산가스가 새어 나오는 소리는 음료에 정상적으로 용해되지 못한 탄산가스가 기압에 의해 병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병 밖으로 나오는 탄산가스가 많을수록 소리가 크게 들린다. 이것은 진리다. 하지만 병 밖으로 나오는 탄산가스와 음료에 용해된 탄산은 별개다.

▲ 온도에 따른탄산가스 용해도 <자료=소믈리에타임즈 DB>

구분 짓자면 병 안에는 몇 가지 상태의 탄산가스가 존재한다. 병 안에 존재하지만, 음료에 용해되지 않은 탄산가스(A), 음료 안에 용해된 탄산가스(B), 음료 안에 용해되어 있지만, 외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음료의 탄산가스 포화 용해도가 떨어져 곧 음료 밖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탄산가스(C), 일반적인 외부환경 변화에는 포화 용해도 안에 해당하는 탄산가스(D)로 구분할 수 있다.

뚜껑을 열 때 새어 나오는 탄산가스의 소리의 크기는 A+C의 영향을 받는다. 음료를 마셨을 때 청량함을 주는 탄산가스의 양은 B-C의 영향을 받는다.

같은 음료를 비교하면 그 음료의 A와 B는 같다고 볼 수 있다. C만이 외부의 온도, 압력 등에 영향을 받아 음료에 계속 잔존할지 음료 밖으로 나갈지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소리가 클수록 (A+C가 많을수록) 앞으로 마실 음료의 탄산가스의 양(B-C)은 적어지게 된다.

샴페인을 오픈할 때 축하하는 자리에선 일부러 샴페인을 흔들고 ‘펑’ 터뜨린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샴페인을 즐기기 위해선 최대한 소리가 작게 나도록 오픈하는 것이 베테랑 서비스이다.

탄산음료, 탄산수 다 마찬가지다. 탄산가스가 다른 음료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들어있다면, 오픈할 때 소리가 커도 음료의 탄산함유량이 많을 수는 있지만, 그 음료의 상태에선 커지는 소리만큼 탄산가스가 빠져나갔다고 봐야 한다. 

탄산음료를 열 때 소리가 작더라도 당황할 필요 없다.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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