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환 밥소믈리에

Feliz Navidad. (펠리스나비다)!

즐거운 성탄을 보내라는 뜻을 가진 스페인어지만 크리스마스 캐럴로 우리에게도 이미 익숙한 단어다.

밥에 대하여 풀어가는 이 칼럼에서 갑자기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지금이 12월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필자의 칼럼 제목과 크리스마스는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밥에 대한 칼럼을 처음 기재한 2015년 봄. 필자가 전문적인 작가가 아니기도 했거니와 카피라이터를 두고 제목을 정한 것이 아니기에 밥 칼럼의 제목을 무엇으로 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제목의 후보로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의미 없는 타이틀을 무작정 달고 싶지는 않았다.

쌀 소비량이 줄어든다고 상품성 떨어지는 그냥 그런 식품의 원료로만 사용하려고만 하는 움직임이 한심하기 그지없었기에, 밥을 제대로 알고 먹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싶었다.

밥 소믈리에로서 강조하고 싶었던 여러 가지 내용과 함께 ‘대한민국 사람에게 있어 쌀은 밥으로 먹을 때 가치가 더욱 커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당시 생각했던 칼럼 제목은 첫 번째가 ‘밥의 속 사정’으로 약간 다른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 주의를 끌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밥의 진짜 속 이야기(소비자들의 사정, 농민들의 사정)를 하고자 하는 것을 재미있게 표현하려 했다. 밥 이야기를 해 본들 워낙 관심을 안 가지니 조금 과한 표현이라도 해야 칼럼을 읽지 않겠냐는 생각에서였다.

두 번째 제목은 ‘집 밥이 답’으로 ‘집 밥이 답이다’를 줄여 표현한 것이다. 당시 방송에서 ‘집밥’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던 때라 그에 편승하는 느낌이 들어 망설이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필자는 캐럴을 흥얼거리는 버릇이 있다. 어릴 때부터 크리스마스를 좋아했기 때문이리라.

이즈음에도 무심코 흥얼거리던 음악을 곱씹어보니 바로 Feliz Navidad가 아닌가!

펠리스 나비다!

영어가 아니어도 스페인어는 전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언어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럴이다. 누구나 알고 쉽게 발음하는 단어이자, 들으면 가슴이 설레고 기분 좋아지는 음악. 게다가 스페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밥 요리인 ‘빠에야’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밥이 답이다.”라는 단어와 발음이 비슷하고 운율(라임)이 맞기에 밥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았고, 외국 사람들 역시 발음하기에 어렵게 느끼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의 쌀, 그리고 그 쌀로 만든 밥과 밥을 이용한 요리들이 전 세계적으로 더욱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해져 칼럼의 제목은 “밥이 답이다”로 정해졌다.

단순하긴 하지만, 나름 숨은 뜻과 염원이 담겨 있고, 세계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도록 유명한 인사말과 라임(운율)을 맞춘 칼럼 제목이다.

칼럼의 제목 하나도 이렇게 고민하는데, 쌀 관련 상품명이나 브랜드를 보니 아무 생각 없이 만들어진 것이 많아 필자의 칼럼의 제목을 어떤 생각으로 만들게 된 건지 알리고 싶었다.

▲ '펠리스 나비다' 호세 펠리시아노(푸에르토리코)가 1970년에 발표한 크리스마스 캐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고 녹음된 25곡의 크리스마스 캐럴 중 한 곡 <사진=josefeliiano.com>

조금 화제를 바꾸어 다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지난 11월 초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 교육문화원에서 ‘밥이 답이다’라는 광고 캠페인의 일환으로 영상콘텐츠 공모전을 개최하고, 12월 12일 쌀 박물관 블로그를 통해 당선자를 발표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높은 관심으로 인해 많은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캠페인용 TV 광고 속 CM 송이 바퀴벌레라는 뜻의 멕시코 민요인 ‘라쿠카라차’인 게 좀 아쉬웠다. 음식에다 바퀴벌레 노래를 붙이다니 그래도 오래간만에 나온 재미있는 기획이었다. 참고로 '라쿠카라차'는 바퀴벌레라는 뜻의 멕시코 혁명가요인데, 우리에게는 행진곡으로 개사되어 알려진 노래이다.

그 후 지난주, 개인의 특허 등록 건으로 특허청 검색 중, ‘밥이 답이다’라는 광고 시작쯤에 ‘밥이 답이다’라는 상표를 출원한 출원 인이 2명이나 있다는 것을 알고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상표 분류코드가 제30류로 여기에는 쌀, 곡물 가공품, 과자 등이 포함된다.

실제 쌀 관련 상품도 없으면서 농식품부에서 뭔가는 하는 것 같으니, 무작정 상표만 등록하는 거다.

전부터 ‘밥이 답이다’라는 상표로 영업하는 레스토랑은 올해 외식 서비스업으로 상표등록을 해서 상관이 없겠지만, 농식품부가 이걸 브랜드로 상품을 만들려고 한다면 할 수가 없는 상황이 생긴다는 거다.

필자가 여러 가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소비자, 생산자, 유통업자 모두에게 좋은 정보로써 도움을 주어 밥을 먹어 쌀 시장을 살리기 위함이다. 그렇다 보니 메이저 유통사의 미팅 제안을 다 거절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영세한 사업자나 농민들이 직접 상표권을 등록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만든 좋은 상품이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도 상표권 등록에 대해 꼭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밥이 답이다 홍보 영상 <사진=쌀 박물관 블로그>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