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트리아 청포도 품종 그뤼너 벨트리너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청포도 그뤼너 벨트리너(Grüner Veltliner)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토착 품종이다. 전체 생산량 중 약 94%는 오스트리아에서 나오며, 오스트리아 내에서만 재배 면적이 14,641헥타르에 달한다. 특히 그뤼너 벨트리너가 많이 자라는 곳은 국내에서 절반 이상의 청포도를 재배하는 오스트리아 동부 지역이다. 이외에 오스트리아와 남쪽에서 국경을 접하고 있는 체코에서도 이 품종이 오래 재배되었으며, 헝가리나 이탈리아, 뉴질랜드, 미국 등지에서 소량 재배되고 있다.

그뤼너는 오스트리아어로 '초록색'을 뜻하는데, 이는 그뤼너 벨트리너의 포도색과 와인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그린 페퍼의 특징이 반영된 이름이다. 벨트리너는 몇몇 다른 품종의 이름에도 들어가는데(Roter Veltliner, Frühroter Veltliner 등), 이는 품종의 근원지로 추측되는 발텔리나(Valtellina)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발텔리나는 2000년의 와인 재배 역사가 있는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Lombardy) 북부 끝단 지역으로, 현재는 이탈리아 토착 품종인 네비올로만 생산하고 있다.

이 품종은 기본적으로 드라이하면서 청량한 풀바디 와인으로 만들어지며, 흰 후추 등의 향신료 향과 찌르는 산도가 주된 특징이다. 이러한 공통점을 기본으로, 지역별로 두 가지 느낌의 와인이 생산된다. 하나는 바인비에르텔(Weinviertel)에서 가볍고 신선하며 미네랄 및 감귤류의 과일 풍미에 초점을 맞춘 스타일이고, 다른 하나는 향신료향이 두드러지는 좀 더 무겁고 복합미를 드러내는 스타일이다. 구조감이 좋은 와인은 주로 바하우(Wachau), 크렘스탈(Kremstal), 캄프탈(Kamptal)에서 만들어지며, 몇 년간 병 숙성을 거쳐야 할 정도로 숙성력이 좋다. 와인이 숙성하면 부드러워지고 꿀, 마멀레이드의 풍미를 보여준다.

그뤼너 벨트리너는 비교적 생산량이 많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지만, 너무 늦게 익는다는 단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스트리아 중 바하우, 캄프탈, 크렘스탈, 바인비에르텔, 바그람(Wagram), 비엔나(Vienna) 지역에서 특히 최고의 와인이 생산된다. 주로 청량감을 살리고자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나 큰 오크통(cask)에서 발효되지만, 일부 혁신적인 와이너리는 작은 오크통에서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그뤼너 벨트리너로 만든 와인

▲ 로이머 캄프탈 그뤼너 벨트리너 2016, 캄프탈 DAC (Loimer Kamptal Grüner Veltliner 2016, Kamptal DAC) <사진= 김지선 기자>

로이머 캄프탈 그뤼너 벨트리너 2016은 와인 엔튜지애스트(Wine Enthusiast)지에서 91점을 받았다. 라임, 레몬의 청량한 과일향과 신선한 사과 풍미가 돋보이며, 허브향은 푸른 느낌을 더해준다. 4개월의 효모 숙성이 와인에 바디감을 높여주어 신선함과 균형감이 동시에 있다. 에피타이저로 입맛을 돋우기에 적절하다.

로이머 와이너리? 1964년에 세워진 오스트리아의 와이너리다. 그뤼너 벨트리너와 리슬링을 주로 생산하며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블랑, 피노 그리, 쯔바이겔트로도 와인을 만들고 있다. 총 재배 면적은 80헥타르이고 캄프탈의 퇴적된 황토(loess), 롬, 편마암, 자갈이 섞인 토양을 활용 중이다.

▲ 김지선 칼럼니스트

김지선 칼럼니스트는 영국 와인 전문가 교육 WSET Advanced 과정을 수료후 WSET Diploma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아무리 마셔도 끝이 없는 와인의 세계에 빠져 와인을 글로 남기기 시작했으며, 전 국민이 와인의 참맛을 아는 날이 오도록 힘쓰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지선 j.kim@sommeliimes.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