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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의 자부심이 다릅니다. - 잭다니엘 Old No. 7

▲ 김도영 소믈리에

일반적으로 7이라는 숫자는 행운을 상징합니다. 수학자였던 ‘피타고라스’는 7을 가장 완벽한 형태의 도형인 삼각형과 사각형 이 두 개의 변의 수를 합한 것과 같은 수라는 이유로 완벽한 숫자로 정의 했습니다. 고대 로마와 유럽 아랍권에도 숫자 7은 긍정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때론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7도 있는데요, 오늘은 숫자 7과 관련된 술. <잭다니엘 올드넘버7>에 관한 이야깁니다.

위스키에 관한 첫 기억이라면, ‘잭콕’이라 칵테일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콜라의 달달함에 더한 잭다니엘의 조합은 어딘가 모르게 새로움을 더한 익숙함으로 다가옵니다. 잭다니엘의 익숙함의 또 다른 이유는 많은 영화속의 간접광고(PPL)이기도 합니다. ‘어퓨굿맨’, ‘진주만’, 레이더스, 여인의 향기등 단순한 노출에 그치지 않고 영화 속 의미 있는 매개체로 등장합니다.

잭다니엘 올드넘버7 우리는 이 일반적인 위스키와 달리 네모난 몸통에 블랙과 화이트의 레이블의 외형과 단풍나무숯에 여과하여 특유의 향과 부드러움을 더한 가장 미국적인 테네시위스키로 상징되기도 하는데, 1895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잭 다니엘에 의해 직접 디자인된 네모난병. 사람들은 둥근 병이 더 싸고 다루기 쉬우며 포장도 편리하다고 주장했지만, 잭이 선택한 사각형 병은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게 됩니다. 견고함과 실용성을 살리게 되고 무엇보다도, 마초 같은 강한 이미지는 남자들에게 어필하게 됩니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건 레이블의 Old No.7 이 아닐까 싶습니다 .

처음엔 얼핏 보인 숫자를 7년산의 숙성 년도쯤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잭다니엘>의 강한 흡입력이라는 게 이 의문의 숫자가 아닐까 합니다.

1887년부터 사용 된 No.7에 관해 여러 가지 설명이 있습니다. 그러나 숫자 7에 대한 진짜 이유에 대해서 회사의 공식적 설명은 ‘우리도 모른다’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홈페이지에도 설명해놓은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성 설명’에 따르면, 위스키를 담은 배럴(오크통)을 철도운송 할 때, 배럴에 적어놓은 숫자라는 설과, 단순히, 행운을 상징하는 숫자 7이라는 설. 잭다니엘이 그의 친구 성공담을 이야기하며, 그와 거래 하게 된 7개의 거래처에 대한 찬사로 ‘올드 넘버 7’이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등등의 설명이 있지만 이유를 뒷받침 할 명확한 근거가 없거나, 설득력이 약해 보입니다. 철저한 감성제품인 술에 있어서 이러한 모호한 이야기는 스토리텔링을 통한 브랜드마케팅에도 활용 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그가 잭다니엘을 제조할 때 7번째 시제품을 상징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더불어 잭이 위스키를 판매 할 때 증류한지 7년째 되는 위스키라고 해서 ‘잭다니엘 넘버7’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하나 실제로 7년 숙성된 넘버 7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이유로서 약해 보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존재 이유가 있고, 흔적을 남기게 됩니다.

피터그래스가 쓴 <신화가 된 사나이 잭다니엘>이라는 잭다니엘의 성공스토리에 관한 책에는 그 의문에 대한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자료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접근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올드넘버7’에 대한 그 흔적을 좀더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1870년대 미국정부는 세금을 걷어들이기 용이하게 과세구역을 지정하고, 각 증류소는 고유번호가 주어지게 됩니다. 오크통, 술병, 납세필증, 서류등 모든 것에 그 고유번호를 붙였고, 국세청은 이를 통해 그들의 경영상태와 규모를 파악하게 되는데, 이 때 잭다니엘 증류소의 번호가 4구역의 7번 증류소 였습니다. 그런데, 1876년 잭의 과세구역인 테네시 주 4구역은 5구역과 통합되는데, 그 이전 제4구역의 잭다니엘의 증류소는 7번이란 고유번호는 이후 통합된 구역의 16번으로 변경됩니다. 변경되기 전부터 잭다니엘 만의 특유한 방식 즉 숯을 통해 잡미를 제거하고, 독특한 향을 더한 특별한 과정을 거쳐 생산하였기에 높은 인기를 가졌고, 하나의 인식된 브랜드처럼 7이란 숫자가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젠 구역의 합병을 통해 7이라는 숫자를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시킨 그들의 품질과 특별한 방식은 다른 곳들과의 구분이 또다시 무의미 해지면서, 그는 제 4구역에서 사용되던 그의 옛날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게 됩니다. 얼핏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사례로 설명이 될 듯합니다. 이 내용이 우리에게는 익숙하거든요. 과거 SK텔레콤의 011이라는 번호를 하나의 브랜드로 생각하고 ‘번호의 자부심이 다릅니다’등의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파워를 키워왔는데, 언젠가 번호는 그대로 두고 통신사 이동이 가능하게 된다든지. 더 나아가 010이라는 통합번호로 일괄적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통신사 입장에서도 마케팅 수정이 필요했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오랜 번호에 대한 애착등으로 여전히 예전번호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잭다니엘 올드넘버 7을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과거 자신의 존재에 대한 향수와 애정과 그리고 정부의 현실을 외면한 파행적인 정책에 대한 일종의 시민 불복종 운동 이였다고 또한 피터그래스는 설명합니다. 더불어 예전의 잭다니엘 넘버7을 찾는 소매점과 도매상들 사이에 명성을 쌓았기 때문에 그의 술병과 술통 속에 그것을 다시 새김으로써 추억을 환기시키게 됩니다. 결국은 올드넘버 7은 원래의 ‘잭다니엘’의 원형이며, 일종의 표식 그리고 구역이 통합되고 소비자의 인식의 혼란 속에 ‘내가 바로 그때 그 잭다니엘’이야’라고 말하는 일종의 외침입니다.

또 한가지 7에 대한 답의 실마리는 7과 함께 써있는 <Old>라는 수식어에서 찾게 됩니다. 그가 처음사업을 시작하고 자신의 위스키를 만들 때 부여 받았던 그의 증류소 번호 7번 그것을 <올드 넘버7>으로 표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대가 변해 그의 증류소 번호가 달라졌지만, 변함없는 그의 작품을 기념하고 오래 전 가치를 지키려 했던 그의 방식은 결론적으로 ‘산토리 위스키 올드’의 캠페인 ‘Old is New’처럼 언뜻 닮아있습니다. 산토리 위스키 올드가 말했던 것처럼 <Old is New-시간은 흘러가지 않는다. 그것은 조금씩 쌓여간다>는 메시지를 그들은 ‘올드넘버7’을 통해 과거의 그들의 생각을 지금껏 쌓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블랙 앤 화이트의 대비되는 색상은 낮과 밤과 같이 서로 이질적인 것들을 그러나 절묘하게 배합시켜 놓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잭나엘의 네모난 병모양이 언뜻 주사위를 연상케 하게 되는데, 주사위는 6개의 면을 가지고 있고, 주사위의 마주보는 면의 숫자의 합은 언제나 7입니다. 1은 6과, 2는 5와, 3은 4와 마주하는 주사위의 구조. 네모난 병모양의 잭다니엘. 내가 그 잭다니엘과 마주한 순간 7이란 숫자는 더욱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잭다니엘은 그렇게 ‘Old. No.7’을 통해 과거와 지금의 시간 속에서도 변함없는 7의 가치를 지키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지켜줄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존재의 이유로 설명되기도 합니다. 지키고 싶은 번호의 자부심처럼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도영 beerstorm@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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