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의 가격은 크게 포도밭, 와이너리, 유통 및 마케팅으로 넘어가면서 계속적으로 형성된다. <사진=픽사베이>

와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일 것이다. 와인은 왜 비쌀까? 단순히 유통마진, 세금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유통마진과 세금은 한국 뿐만 아니라 와인 비 생산국, 심지어 와인 생산국에도 적용되는 항목들이다. 또한 유통 및 마케팅의 끝자락에 추가되는 비용이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뜻이다. 와인의 가격은 크게 포도밭, 와이너리, 유통 및 마케팅으로 넘어가면서 계속적으로 형성된다.

우선 포도밭을 알아보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땅 값이다. 보르도, 버건디, 바롤로, 나파밸리의 땅을 누군가 샀다는 기사, 최근에 본 적 없을 것이다. 팔지도 않을 뿐더러 너무 비싸서 사기에 엄두가 나질 않는다. 고로 땅이 비싸면 필연적으로 그 땅에서 나온 모든 것은 비쌀 수 밖에 없다.

둘 째, 포도밭이 너무 경사질 경우, 기계를 이용해서 겨울 프루닝, 나뭇잎 치기, 포도 수확을 할 수가 없다. 전부 손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상승하고 이는 와인 가격에 반영된다. 뉴질랜드의 경우, 센트럴 오타고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포도밭이 평지에 위치한다. 자체적으로 나뭇잎 제거 기계(Gallagher leaf-plucking machine)를 발명해 양질의 포도를 대량생산을 시작하였고 동시에 와인의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셋 째, 포도밭에서 생산량이 적으면 와인가격이 상승한다. 프랑스 보르도의 포므롤을 보자. 이 지역의 와인 가격이 비싼 이유는,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적게 생산한 것도 있지만 애초에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의 양이 적기 때문이다.

포므롤처럼 땅이 작아서 절대적인 수확량이 적을 수 있고, 인위적으로 수확량을 적게 조절할 수도 있다. 이 때 가장 자주 쓰이는 것이 “Green Harvesting” 이다. 포도밭에서는 포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베레종이 시작되면 아직 색의 변화가 시작되기 전의 포도를 미리 제거하기도 한다. 뿌리에서 올라오는 영양소와 나뭇잎에서 광합성으로 생성되는 포도당을 소수의 포도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을 “초록색일 때 수확한다”라 하여 “Green Harvesting” 이라 부른다.

▲ 현대에 이르러 와인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오크통이다. <사진=픽사베이>

와이너리로 넘어가보자. 현대화된 시설을 갖추기 위해 금전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면, 이는 와인 가격에 반영된다. 하지만 이는 1970-80년대에 대부분 이루어졌다. 현대에 이르러 와인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오크통이다. 새 프렌치 오크통은 225L 기준으로 $600-800에 육박한다. 한 번이라도 사용되면 그 가격은 반으로 떨어지고 “Second hand” 오크통으로 그 이름이 바뀐다. 따라서 새 프렌치 오크통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고, 와인 양조에 얼마나 사용하였는지가 와인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 나파 밸리의 컬트와인, 보르도의 그랑크뤼, 모두 뉴 프렌치 오크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아메리칸 오크는 프렌치 오크보다 가격이 싸다. 그랑 레제르바 리오하 와인이 바롤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보다 싸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일까.

마지막 단계인 유통 및 마케팅에서 와인 가격은 화룡점정을 찍는다.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와인 비평가와 기관의 평가이다. 개인으로는 로버트 파커, 잰시스 로빈슨, 제임스 할리데이, 맷 크레이머, 오즈 클라크, 제임스 서클링 등이 있고, 기관으로는 디캔터, 와인 앤 스피릿, 와인 인투지에스트 등이 있다. 이들의 점수와 선택에 따라 와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도, 하락하기도 한다. 포도밭과 양조장에서 땀 흘려 일했던 사람들의 노력이 이 평가로 인해 희석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수월하게 하고 세일즈를 더 쉽게 할 수 있게 한다는 장점 또한 사실이다.

두 번째로, 기타 마케팅을 통한 가격 상승이 있다. 이에는 베를린 테이스팅과 같은 글로벌 테이스팅 수상 경력,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컨설턴트, 혹은 프랑스 와이너리와의 협업등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2004년 베를린 테이스팅에서 우승한 칠레의 세냐, 1979년 파리 와인 올림피아드에서 5대 샤토를 누르고 우승한 스페인 토레스의 마스 라 플라나가 있다.

대표적인 와이너리들의 합작으로 유명해진 예로는 다시 한번 “세냐”를 들 수 있다. 로버트 몬다비와 에라주리즈의 에드아르도 체드윅 회장이 손을 잡고 작심하고 만든 명작이 바로 세냐이다. 나파의 “오퍼스 원” 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로버트 몬다비와 바론 필립 드 로칠드가 뭉쳐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가격은 당연히 높게 형성되었다. 또한 미셸 롤랑, 에밀 페노 같은 유명인이 와인 양조 과정에 참여했을 경우 가격은 높아진다.

이 모든 것들이 유통 마진과 세금이 붙기 전에 형성된다. 포도밭에서 1차, 와이너리에서 2차, 유통에서 3차로 비용이 합산되어 와인 가격이 높아진 것이다. 그래서 와인은 비싸다. 그러나 가격만 보고 거리를 멀리 두기엔 와인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그 어떤 술보다 긴 역사, 단연코 아름다운 색, 다양한 향과 맛, 텍스쳐, 여러 음식과의 궁합, 이 모든 것들이 와인을 사랑하게 만든다. 가격은 이 다음 문제다.

소믈리에타임즈 최태현 칼럼니스트 cth92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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