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어디서 탄산이 만들어지는지, 어디서 효모 숙성을 거치는지 등에 따라 생산 방법이 구분되는데, 지역별 위스키 생산법이 다른 것처럼 스파클링 와인도 지역마다 생산 방식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일부 지역의 경우 정해진 생산 방식을 따라야만 그 지역의 공식 스파클링 와인 이름을 달고 판매될 수 있다. 아주 대표적인 예로 샴페인이 그렇다. 샴페인을 만드는 방법은 '전통 방식(Traditional method)'이라고 불린다. '전통'이라니, 이름만 들어도 샴페인의 지위가 느껴진다. 비록 스파클링 와인의 근원지가 샹파뉴 지역은 아니나, 전통 방식이라 불리는 샴페인의 생산 과정을 알아보겠다.

1. 포도 수확

▲ 스틸 와인보다 빠른 시기인 9월 초에 포도를 수확하며, 일일이 손으로 수확해야 한다. <사진= 김지선>

보통 스틸 와인보다 빠른 시기인 9월 초에 포도를 수확하며, 포도에 상처가 나서 곰팡이의 피해를 당하거나 포도 껍질의 색이 스며들지 않도록 일일이 손으로 수확해야 한다. 포도를 극도로 숙성해야 하는 부담이 없어 최소한 포도 재배에서는 스틸 와인용 포도보다 편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샴페인은 160kg의 포도로 단 102L의 와인만 만들어야 한다. 스틸 와인은 130kg만으로도 102L를 생산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샴페인 포도 생산자들은 같은 양의 와인을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

2. 포도즙 압착

포도 껍질의 색과 쓴맛을 추출하지 않기 위해 아주 조심스럽게 포도즙을 압착해야 한다. 특히 쓴맛을 내는 성분인 페놀릭은 탄산의 압력이 가해질 때 더 강하게 느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약하게 압착해도 적포도에서 빼낸 즙에는 약간의 색이 추출되며, 이 색 입자는 2차 발효 과정에서 침전물로 가라앉는다. 처음 압착하여 빼낸 82리터의 포도즙은 퀴베, 두 번째 포도즙 20리터는 타이(taille)라고 불리는데, 퀴베는 당도와 산도가 가장 높아 하우스 내의 고급 샴페인을 만들 때 쓰인다.

3. 1차 발효

스테인리스 통에서 발효가 끝난 후에는 저온 안정화를 진행하며 주석산을 만들어 낸다. 주석산은 몸에 해롭지 않으나 미관상 좋지 않아 대부분의 와인 양조과정에서 제거되는 대상이다.

4. 블렌딩 및 티라주, 병입

겨울을 보내고 완성된 베이스 와인은 다른 여러 빈티지와 여러 포도밭에서 나온 기존의 저장 와인과 혼합된다. 모엣샹동처럼 대규모인 샴페인 하우스는 수백 가지의 저장 와인으로 넌빈티지 샴페인을 만든다.

와인의 블렌딩이 끝나면 설탕과 효모의 혼합인 티라주(tirage)가 더해진다. 보통 리터당 24g의 설탕이 첨가되는데, 이는 최종 알코올 도수의 1.2%에서 1.3% 정도를 높여주며 5에서 6 정도의 기압을 만든다. 이 과정에 침전물이 한 곳에 잘 모이도록 돕는 물질(타닌, 벤토나이트,젤라틴의 혼합)도 함께 첨가된다.

티라주가 더해진 후에는 와인이 병에 담긴다. 이때 병을 막는 뚜껑은 맥주병에 쓰이는 금속 뚜껑으로, 임시 마개의 역할을 한다. 프리미엄 샴페인은 이 과정에도 나무로 된 코르크가 사용된다. 

5. 2차 발효 및 숙성

▲ 2차 발효가 끝나면 병 안의 침전물이 선명하게 보인다. <사진= 김지선>

티라주가 들어간 와인은 약 12도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지하 카브로 옮겨진다. 4주에서 8주면 충분한 기압과 거품이 형성되며, 이후에는 죽은 효모가 와인과 접촉하며 풍미를 만들며 숙성을 계속한다. 이 과정을 효모 자가분해(yeast autolysis)라고 부르며, 죽은 효모와의 접촉 기간이 길수록 와인에 더해지는 효모의 풍미도 강해진다. 전통 방법으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은 최소 9개월의 리 숙성 기간을 지켜야 하며, 샴페인은 이보다 긴 15개월을 숙성해야 한다. 효모의 풍미가 충분히 드러나려면 최소 18개월을 숙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6. 리들링(riddling)또는 르뮈아주(remuage)

숙성이 끝나면 죽은 효모가 들어있는 샴페인은 르뮈아주라는 과정을 거친다. 르뮈아주란 수평 상태에 놓인 병을 조금씩 수직이 되도록 돌리며 병 안에 든 효모 등의 침전물을 병 끝으로 모으는 작업이다. 르뮈어(remueurs)라는 전문 직업인이 푸피트르(pupitres)라는 도구에 와인병을 넣어 직접 병을 돌렸으나, 1970년에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발명된 기로팔레트(gyropalette)가 현재 널리 쓰이고 있다. 푸피트르에서는 120병의 샴페인이 6주간 사람의 손에 의해 돌려져야 하지만, 기로팔레트에는 504병이 단 3일 만에 기계의 힘으로 끝난다. 기로팔레트의 사용이 보편화된 이유다.

7. 데고르주망(disgorgement, 불어로 dégorgement)

▲ 데고르주망이 끝나고 나온 임시 병마개와 언 침전물 <사진= 김지선>

거꾸로 세워진 샴페인 병 끝의 침전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데고르주망이라고 한다. 병목을 얼린 후 빠른 속도로 임시 병마개를 열어서 침전물이 함께 나오도록 하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손으로 진행했으나, 요즘은 기계로 진행한다.

8. 도자주(Dosage) 또는 리쾨르 덱스페디시옹(liqueur d'expedition) 및 병입

데고르주망에서 줄어든 와인의 양은 와인과 설탕 시럽으로 채우는데, 이를 도자주라 부른다. 보통 샴페인의 산도가 높아 도자주가 첨가되었는데, 요즘은 도자주를 아예 넣지 않은 제로 도자주 샴페인의 인기가 높다. 도자주 과정에서 약간의 압력을 함께 가하면 병 안의 와인이 올라오며 공기를 제거한다. 이때 정식 코르크와 철로 된 선 뮤즐렛이 씌워지고 라벨이 붙여져 판매된다. 

소믈리에타임즈 김지선 칼럼니스트 j.kim@sommeliertimn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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