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에서 전통주 전문 주점 '백곰 막걸리'를 운영한 지 1년 6개월. 아무런 사업 관련 경험 없이 식음료 사업에 뛰어든 이승훈 대표는 이 짧은 기간에 전통주로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백곰 막걸리에는 무려 200여 종의 전통주가 있다. 국내 전통주 주점 중 최다량을 보유한 곳이다. 여기에 나무랄 데 없는 한식 메뉴까지 선보이니, 애주가는 물론이고 색다른 것을 찾아다니는 젊은 층에게 백곰 막걸리는 압구정의 '힙'한 장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기세를 몰아 이번 달 초에는 명동에 2호점까지 냈다. 손쉽고 빠르게 성공 가도를 달려온 것 같지만, 이러한 백곰 막걸리의 뒤에는 스스로를 '전통주 덕후'라 칭하는 이 대표가 있었다. 그는 백곰 막걸리를 운영하며 어느 것 하나 쉬운 적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Q. 전통주는 맥주나 소주에 비해 인지도가 낮습니다. 그런데도 전통주 전문 주점인 백곰 막걸리가 인기를 끈 비결은 무엇인가요?

▲ 백곰 막걸리 이승훈 대표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술과 음식의 조합'이 인기의 가장 큰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백곰 막걸리의 정체성은 우리술 모음 공간이었습니다. 직접 전국을 돌아다니며 높은 품질의 우리술 상당수를 발견했는데, 이 많은 술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백곰 막걸리를 열게 되었습니다. 2011년부터 전통주에 빠졌고, 그동안 우리술 애호가로 활동하며 맺은 양조장과의 인연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통주 리스트를 구성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가게를 운영하다보니 술도 술이지만 음식이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주변 분과 방문한 손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한식, 양식, 주점 등 다양한 경력이 있는 직원을 채용하며 음식 메뉴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음식에 크게 변화를 주자 작년 초부터 평판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올해 초에 명동점을 오픈할 수도 있었고요.

또 하나의 강점은 백곰 막걸리를 이루는 '직원'입니다. 저는 직원 채용에 특히 신경 쓰고, 채용 후에도 꾸준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통주 주점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전통주 지식이 필요합니다. 일반 고객에게 낯선 전통주를 쉽게 설명해주고, 전통주와 어울리는 음식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명 한 명의 직원을 소중히 여기기에 팀워크가 생기고, 이 힘이 백곰 막걸리와 시너지를 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Q. 새로 문을 연 '백곰 막걸리 명동점'은 어떤 점이 매력인가요?

▲ 백곰 막걸리 명동점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명동에 위치한 만큼, 강북 지역의 고객과 외국 관광객이 접근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예약으로만 손님을 받아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압구정 본점의 손님들에게 더 넓은 장소를 제공하는 점도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200여 종의 전통주가 있고, 본점의 대표 메뉴 대부분을 명동점에서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압구정점 셰프의 10년지기 친구가 명동 셰프로 활약중인데, 모든 요리 비법이 전수되어 저희도 차이를 모를 정도로 두 지점의 음식의 맛이 동일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맥주를 좋아하기도 하고, 외국 관광객이 온다면 한국에도 크래프트 맥주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국산 크래프트 맥주를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신사본점은 전통주를 판매하는 1층과 15종의 국산 크래프트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지하공간이 있지만, 명동점은 1층이나 지하나 어디서든 전통주와 크래프트 맥주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특히, 명동점 지하 1층에는 대형 화면과 함께 40~50명의 단체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관이 가능한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Q. 전통주와 관련한 이 대표님의 목표는?

▲ 백곰 막걸리에서 약 200여 종의 전통주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전통주 업계의 성장이 저의 과거이자 현재, 미래의 목표입니다. 국내의 전통주 양조장은 대부분 규모가 작고 폭넓은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영세한 전통주 양조자 분들은 2009년에서 2011년 사이에 막걸리가 유행했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일부의 생산자만 수혜를 누리고 대다수는 명성이나 수익에 있어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한 것입니다. 백곰 막걸리를 차리게 된 것도 이런 분들을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영세한 전통주 생산자 분들를 돕고자 서울에서 구할 수 없는, 맛있는 전통주를 위주로 들여놓고 있습니다. 또 멀지 않은 미래에 전통주 이야기를 담는 매거진을 발행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매거진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전통주의 매력을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지선기자 j.kim@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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