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 달린 것은 책상 빼고 다 먹는다” 는 중국인들. 이 말처럼 중국 요리에는 수백 수천 가지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다. 삭힌 달걀이나 제비 집, 굼벵이와 거북이처럼 특이한 재료가 있는가 하면, 돼지 삼겹살이나 오리고기처럼 한국인에게 익숙한 재료로 만드는 음식도 많다.

‘서호(西湖)’로 유명한 중국 항저우(杭州)에는 ‘동파육(東坡肉)’ 이라는 전통 음식이 있다. 동파육은 두툼하게 썬 돼지 삼겹살을 전통주와 간장 양념에 삶아 만드는 요리로 중국 4대 음식에 꼽힐 만큼 유명하다. ‘동파육’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중국 송나라 때의 문장가인 ‘소동파(蘇東坡)’와 얽힌 두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한 전설에 따르면, 소동파가 항저우 자사로 있을 때 양쯔 강이 범람할 정도로 큰 비가 내렸다. 이를 미리 알고 있던 소동파는 군사를 동원하여 강가에 큰 둑을 쌓았고 덕분에 백성들은 무사할 수 있었다. 백성들은 소동파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그가 좋아하는 돼지고기를 큰 솥에 삶아 바쳤다. 백성들이 바친 돼지고기 요리가 마음에 들었던 소동파는 매일 아침 일어나 첫 끼니를 이 요리로 먹었는데, 후에 쑤저우(苏州)를 비롯한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소동파의 이름을 따 ‘동파육’이라 부르게 되었다.

▲ 항저우 '위엔즈찬팅(院子餐厅)'의 동파육. <사진=유제준 기자>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동파육이 우연의 산물로 등장한다. 항저우 자사로 부임한 소동파가 친구를 만나러 가던 도중 들린 주막에서 평소 좋아하던 돼지고기와 술을 주문했는데, 말을 잘못 알아들은 주인이 술에 돼지고기를 삶아 내온 것이다. 소동파는 주인에게 화를 내려다 일단 한 번 요리를 먹어보았는데 의외로 아주 맛이 있었다. 이후 소동파가 그 주막의 단골이 되면서 덩달아 실수로 만든 돼지고기 요리도 유명해졌고, 자연스레 소동파가 즐겨 먹었다는 뜻의 ‘동파육’이 되었다.

동파육의 맛은 주방장의 솜씨에 좌우된다. 질겅질겅할 정도로 질기게 요리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릴만큼 부드럽게 요리하는 곳도 있다. 가게마다 맛이 천차만별이기에 미리 잘 알아보고 가야 한다. 녹차식당, 와이포지아 등이 잘 알려진 체인점이다. 서호 근처에 있는 루외루(楼外楼)식당은 1848년 청나라 시대에 개업한 이래 계속 영업 중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동파육을 맛보고 싶다면 최소한 하루 전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제준 기자 nochesita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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