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일본 최대의 쌀 생산지 니가타를 방문했다. 멀리 고즈렌포(五頭連峰)가 눈에 덮여있고, 논에도 역시 눈이 가득 쌓여 있었다. 참고로 이맘때 니가타에는 [니가타 사케노진]이라는 최대의 일본 술 전시회가 있다. 니가타가 최고의 곡창지인만큼 최고의 양조장들이 많이 모여있다. 술 때문에 방문한 일정이 아니기에 가지 못했지만, 술을 좋아한다면 이맘때 방문해서 다양한 일본 술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니가타 술 전시회 <사진= www.sakenojin.jp>

니가타에는 밥용 쌀 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고의 술을 만들기 위한 술에 최적화되어 있는 다양한 쌀이 있다. 필자가 술 전문가는 아니지만, 쌀로 빚는 일본 술만큼 우리의 술이 활성화되길 바라며, 술에 최적인 다양하고 좋은 쌀들이 나오길 바란다. 왜 일본 술만큼 발전하지 못하는지 전문가들이 살펴보길 바란다.

아무리 일본이라고 해도 우리처럼 쌀 재고 문제가 있다. 우리보다 다양하고 최적화된 품종이 있지만, 그런 특수 품종을 모두가 다 재배하는 것은 아니다. 각 가공품에 최적화된 다양한 품종도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미반용 쌀을 다양한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가공기술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이야기는 일본 술 이야기가 아닌 쌀의 가공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필자의 칼럼 중 [남아도는 쌀의 다양한 대안]에서 쌀로 만든 베이커리에 대해 언급했다. 원래 쌀가루로는 제대로 된 빵을 만들 수 없다. 만들 수 있는 것은 카스텔라 나 스펀지케이크 같은 것만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이스트 발효과정이 없는 카스텔라와 같은 제과류는 빵이 아니다. 식빵이나 바게트 같은 하드 롤이 빵인 것이다. 

쌀에는 반죽이 부풀어 올라 빵이 될 때 기둥 역할을 할 글루텐이 없다. 시중에 팔고 있는 쌀 빵이란 것들이 밀가루나 밀 글루텐을 넣어서 빵을 만든다. 그렇게 해도 오븐에서 꺼낼 때 빵이 내려앉아 버리거나 식감이 빵과는 차이가 나서 품질이 좋지 않다. 모든 베이커리 제품에 적용하기에 한계가 발생한다. 그렇지만 글루텐 FREE 라는 매우 매력적인 콘셉트로 일부 베이커리 매장에서 팔고 있지만, 100% 쌀 빵도 아닐뿐더러, 밀가루 빵보다는 품질이 떨어진다. 게다가 대량 생산 방식으로는 더욱더 만들 수가 없다.

그런데 일본의 '후지빵'이라는 업체가 100% 쌀 빵을 출시했다. 그냥 쌀을 넣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식감도 거의 밀가루빵과 흡사하다.

▲ 일본 후지 빵 <사진= www.fujipan.co.jp>

이런 쌀 빵을 만들 수 있는 배경에는 쌀가루로 만드는 제분기술이 숨어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제분설비 방식은 핀밀 롤러 방식 뿐이다. 쉽게 방앗간을 생각하면 된다. 큰 롤러로 눌러 분쇄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사용되지만, 제조 과정 중 열이 발생하면서 어쩔 수 없이 손상 전분이 발생한다. 

이에 비교해 일본의 빵용 쌀가루는 기류 분쇄방식을 사용해서 만든다. 그것이 쌀 빵이 될 수 있는 요건 중에 하나인 것이다. 손상 전분이 발생하지 않은 200메쉬의 고운 쌀가루는 입자가 작고 가벼워서 기둥이 약한 쌀 빵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고, 특히 밀가루와 수화현상이 비슷해 빵으로서의 가공이 가능해진다.

이런 쌀 빵도 용도에 따라 여러가지가 나온다. 쌀 100% 빵도 글루텐 FREE처럼 알레르기 대응 빵부터 저단백빵까지 여러가지가 있다. 이런 가공기술로 인해 베이커리에 적합하지 않은 쌀로 더욱더 다양한 베이커리 제품이 가능하게 되었다.

2년 전 니가타가 야심 차게 개발하여 출시한 [신노스케]란 쌀이 있다. 신칸센을 타기 위해 간 니가타역에서 신노스케로 만든 다양한 베이커리 상품들이 팔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단순히 쌀로 만들어 좋다는 콘셉트를 버리고 쌀로 만들어도 밀가루와 차이가 없거나 더 맛있게 만들어야 팔릴 것이다.

매년 쌀 가공상품 전시회도 하고 시상도 하지만, 쌀을 콘셉트로 내세우기 전 상품 자체가 맛있고, 품질이 좋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쌀 가공상품은 그 한계를 넘지 못할 것이다.

▲ 일본 신노스케 쌀로 만든 베이커리 제품 <사진= 박성환 소믈리에>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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