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의 피노 누아라 불리는 포도, 네비올로를 알아본다.

하늘하늘한 붉은색, 꽃향기와 딸기, 붉은 과일 향 덕에 네비올로는 종종 피노 누아와 비교되곤 한다. 이뿐일까? 색이나 풍미뿐 아니라 숙성 잠재력 역시 피노 누아 못지않다. 그래서 웬만큼 숙성이 필요한 네비올로 와인은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떫은맛이 강하다. 생산지에 따라 네비올로 와인을 두고 어디서는 왕, 어디서는 여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왕도 되고 여왕도 되는 포도 '네비올로'를 알아본다.

네비올로라는 이름의 기원은 여러 설이 있다. 그중 가장 유력한 설은 '안개'를 뜻하는 'nebbia' 에서 발전된 이름이라는 추측이다. 수확철인 10월이 되면 피에몬테 내의 마을이 종종 안개로 둘러싸이는데, 이에 착안하여 포도의 이름이 지어졌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이탈리아 북서부의 피에몬테(Piemonte)에서 재배되며, 세부 지역으로는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알바, 로에로 등이 있다. 특히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지역은 세계적으로도 최고급 와인 생산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네비올로는 보통 붉은 과일 향과 장미, 라벤더의 꽃향기, 타르, 가죽 등 다채로운 향을 보여준다. 산도와 타닌, 알코올은 모두 높은데, 이렇게 강력한 특징과는 대조적으로 색은 피노 누아처럼 연하다. 숙성하면 낙엽이나 담뱃잎, 정향, 흙, 삼나무 등의 3차향도 두드러진다. 네비올로 와인을 잔에 따르면 가장자리는 벽돌 또는 오렌지 색이고 중심부는 어두운 루비색을 띤다. 그러나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템프라니요처럼 짙은 색을 띄지는 않는다.

2012년 기준으로 약 4476헥타르에서 생산되었는데, 이 중 80%가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로에로 출신이다.(바롤로 안에 쿠네오?있나?) 가장 먼저 꽃봉오리를 맺지만 수확은 가장 늦게 하는 만생종이며, 석회질의 이회토에서 가장 잘 자란다. 그러나 포도밭의 경사나 방향에 따라 아로마틱하거나, 부드럽게 생산된다.

네비올로 주요 생산지

바롤로(Barolo)

전통적으로 바롤로는 오랜 기간의 발효와 숙성으로 타닌이 많은 풀바디 와인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1970년대와 80년대에 들어 와인 소비자 사이에 과일 풍미가 선호되며 짧은 침용과 발효, 숙성을 시도하는 생산자가 생겨났다. 숙성용 나무의 종류도 슬로베니아산에서 프랑스산 오크로 바뀌었다. 새로운 방식을 이끈 대표적인 생산자는 레나토 라티(Renato Ratti), 파올로 코르데로 디 몬테제모로(Paolo Cordero di Montezemolo), 체레토(Ceretto) 등이 있다. 기존의 유명 생산자는 마솔리노(Massolino), 지아코모 콘테르노Giacomo Conterno(Giacomo Conterno) 등이 있다.

바르바레스코(Barbaresco)

바르바레스코는 바롤로보다 가벼운 스타일로 만들어진다. 바로 옆에 있는 마을이지만 날씨가 더 따뜻하고 토양이 미세하게 다르다. 석회질 진흙과 이회토 화석이 바르바레스코의 대표 토양이며, 이러한 차이로 와인의 최적 시음 시기도 바롤로보다 빠르다. 유명 생산자로는 가야(Gaja), 브루노 지아코사(Bruno Giacosa) 가 있다.

로에로(Roero)

▲ 로에로 네비올로는 시음적기가 일찍 돌아온다. <사진= 김지선 기자>

로에로는 피에몬테의 작은 DOCG 지역이다. 랑게의 서쪽, 즉 타나로(Tanaro) 강의 왼편에 있으며, 앞선 지역보다 모래가 더 많이 섞인 언덕진 곳이다. 바롤로나 바르바레스코보다 부드럽고 일찍 숙성하는 와인이 만들어져서 최근들어 로에로 와인의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화이트 품종인 아르네이스(Arneis)가 많이 재배되며, 네비올로는 전체 생산량 중 약 30%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생산자로 말비라(Malvira), 마테오 코레지아(Matteo Correggia)가 있다.

롬바르디(Lombardy)

앞서 언급한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로에로는 큰 지역인 피에몬테에 속한다. 그러나 피에몬테가 아닌 이탈리아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롬바르디에서도 네비올로가 소량 생산되고 있다. 롬바르디의 네비올로는 알프스 산맥의 영향을 받아 바롤로보다 가벼운 숙성향이 난다.

기타 국가 

호주의 빅토리아주의 북동쪽 끝에 있는 킹 밸리(King valley)나 캘리포니아주의 센트럴 코스트(Central Coast)와 워싱턴주에서 생산된다.

김지선 칼럼니스트는 영국 와인 전문가 교육 WSET Advanced 과정을 수료후 WSET Diploma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아무리 마셔도 끝이 없는 와인의 세계에 빠져 와인을 글로 남기기 시작했으며, 전 국민이 와인의 참맛을 아는 날이 오도록 힘쓰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지선 j.kim@sommelirtimes.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