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에 있는 와인 산지는 타나로 강을 중심으로 훌륭한 경관을 자랑한다. 바롤로가 있는 랑게지역부터 로에로, 몬페라토로 이어지는 이 지역은 2004년부터 이탈리아 문화유산경관법에 보호받고 있으며, 2014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등재된 문화유산 지정 면적은 약 1만 헥타르인데, 이 면적에 포함된 와인 산지는 바롤로, 바르바레스코를 비롯해 다수의 DOCG가 포함된다. 

▲ 피에몬테 주에 위치한 로에로 지역의 말비라 와이너리 <사진=Malvira>

이 지역은 여름에 고온건조한 지중해성 기후, 겨울에는 한랭한 대륙성 기후여서 와인용 포도 재배에 적합하다. 이런 기후 조건을 바탕으로 네비올로를 재배하고 있다.

그중 타나로강을 중심으로 바롤로(Barolo)와 바르바레스코(Barbaresco)의 반대편에 위치한 로에로(Roero)는 2004년 DOCG로 승격됐다. 로에로 포도밭이 있는 카노바 마을은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포도밭이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랑게 마을보다 지질학적으로 늦게 생성됐는데, 약 500만~250만 년 전 지구의 지각변동에 의해 바다가 융기하면서 바닷속의 어패류나 해양생물의 유해로부터 생성된 석회성분과 타나로 강에서 온 모래가 이 지역 포도밭의 미네랄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이 지역은 타나로 강 맞은편에 위치한 바롤로나 바르바레스코 보다 늦게 빛을 봤다. 그래서 전통 방식보다는 현대 양조 방식을 많이 차용하고 있다. 로에로 레드 와인은 네비올로를 베이스로 만들어지며 최소 95%의 네비올로를 포함한다. 대표와인으로는 말비라 와이너리의 로에로 DOCG와 레네시오 리제르바, 몸벨트라모 리제르바, 지오반니 알몬도가 생산하는 로에로 브릭 발디아나 등이 있다.

화이트 와인은 아르네이스, 파보리타 등의 품종으로 만들며, 아르네이즈는 신선하고 흰꽃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이 지역 화이트 와인은 트리니타(Trinita) 포도밭에서 생산된 트리니타 로에로 아르네이즈 DOCG가 유명하다.

▲ 말비라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들 <사진=Malvira>

로에로 지역의 대표 와이너리인 말비라 와이너리는 천혜의 떼루아 영향으로 단시간에 세계 100대 와인에 진입하게 된 와인이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말비라 와이너리가 운영하는 13개 객실의 작은 부띠크 호텔 '빌라 티볼디(Villa Tiboldi)'에서 말비라 와인을 즐겨 마셔 '빌 게이츠 와인'으로 명성이 높게 되었다. 말비라는 이탈리어로 '잘못된(Mal)', '위치(Vira)'라는 뜻으로 말비라 와이너리의 정원이 남쪽이 아닌 북쪽을 향하고 있어 지나가던 마을 주민들이 “정원 위치가 잘못됐다”고 놀림에서 생겨난 유래이다. 잘못된 정원의 위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정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말비라 와이너리의 오너 로베르토 형제는 1989년 보란 듯이 '말비라'라고 와인브랜드를 정하였다.

국내에 수입되는 말비라 와인은 말비라 로에로 DOCG, 말비라 레네시오 로에로 리제르바, 말비라 비르벳이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기자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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