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 때 읽던 소설 중 으뜸을 꼽으라면 바로 해리포터 시리즈였는데요. 그 소설을 읽다 보면 요리용 셰리주라는 것이 나오는데, 그때 당시 미성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궁금해했던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제가 와인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그 셰리주라는 것이 셰리 와인이라는걸 알게 되었죠.

이 셰리주, 혹은 셰리 와인은 포트 와인과 함께 세계 2대 주정 강화 와인이며, 이베리아반도 남부의 헤레즈라는 곳에서 생산이 됩니다.

헤레즈는 헤레즈 데 라 프론테라, 푸에르토 데 산타 마리아, 산루카르 데 바라메다 이 세 마을이 연결된 지역인데요. 특히 헤레즈 데 라 프론테라는 약 3천 년간 무역의 거점으로 이 지방의 와인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를 했습니다. 이 지방의 특산물인 셰리 와인은 청포도로 만들어지는데요. 그중에서도 팔로미노가 생산량의 95%를 차지하고, 페드로 히메네즈, 모스카텔 품종은 달콤한 스타일의 셰리를 만들 때 사용합니다.

모든 셰리 와인은 주정 강화를 통해 기본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고, 숙성방법에 따라서 다양한 스타일이 나옵니다. 크게는 효모 막을 씌워 산화를 방지하며 숙성을 시키는 피노타입, 효모 막 없이 공기에 산화시키며 풍미를 얻는 올로로소 타입으로 나뉠 수 있는데요. 피노타입은 드라이하며 효모 막에서 오는 이스트나 견과류 풍미가 있고, 올로로소는 산화를 통해 버터나 바닐라 같은 느낌을 주며, 피노타입보다 좀 더 묵직한 맛을 내는 것이 많습니다.

또 한가지 셰리와인의 중요한 점은 독특한 방법으로 품질의 균일성을 확보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솔레라 방식이라는 건데요. 숙성을 시키는 오크통을 층층이 쌓아두고 맨 위의 통에는 새로운 와인을, 아래통에는 그 위의 통에서 숙성된 와인을 채워서, 예전에 있던 와인과 새로운 와인이 끊임없이 섞이며 동일한 맛의 와인을 만들어냅니다.

물론 맛도 있지만, 셰리 와인의 이러한 특징을 부각시켜 구세대와 신세대가 화합하는 자리에 사용하면 아주 좋은 마리아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소믈리에타임즈 이대한소믈리에 eogks72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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