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오사카, 교토에는 맛있는 밥집이 많다. 그러나 진정한 가마솥 밥의 장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가마솥 밥을 보기 위해 맨 처음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오사카 남쪽에 사카이 시라는 곳에 장인 정도가 아니라 ‘밥 짓는 신선’이라 불리는 할아버지가 있다.

1963년 문을 연 그의 작은 밥집은 매일 새벽에 직접 불을 땐 가마솥에 밥을 짓는다. 올해로 87세가 되는 고령이지만, 반세기가 넘도록 매일 새벽 가마솥 밥을 짓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특이한 것은 운영시간이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영업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12시가 지나면 다 팔려서 일찍 문을 닫는 날이 많다고 한다.

가보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2013년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고 말았다. 고령이다 보니 이제 쉬는구나 하고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7년, 다시 식당을 열었다.

‘밥 짓는 신선’이라는 소문이 중국에까지 퍼져서 중국 상무성의 초대로 3년간 밥 짓는 기술을 전파하고 왔다는 것이다. 대단한 어르신이다. 아직도 가끔 중국에 간다고 한다.

그의 소박한 밥집은 ‘사사니시키’와 ‘고시히카리’ 품종을 브랜딩해서 사용했지만, 이제는 도호쿠 지역과 호쿠리쿠 지역의 ‘고시히카리’ 품종만 브랜딩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같은 고시히카리 품종이라고 해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기에, 맛의 차이나 특징을 조사하러 다녔고 밥을 지을 때는 밥에 다른 냄새가 들러붙지 않게 하려고 절대로 다른 조리를 같이하지 않는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밥 짓는 신선’으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전국의 스시 조리인이나 셰프들이 여기를 찾아온다고 한다.

그도 그런 것이 55년간 아침마다 가마솥 밥을 짓는데, 그 누가 이 할아버지보다 더 많이 밥을 지어봤을까 싶다.

큰 가마솥 하나에 약 4.5kg 정도 밥을 지으며, 불에 올리는 시간은 약 20분, 불을 끄고 또 20분간 뜸을 들인다고 한다. 충분히 뜸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55년간 아침마다 가마솥 밥을 짓는 신선이라는 강력한 이야기에 매료되어 필자도 여기를 찾아갔다.

바로 앞 2분 거리에 전철철역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걸 탔다간 오사카에서 2시간 반이 넘게 걸린다. 헉, 알고 보니 무슨 추억의 로만 열차 같은 느낌이다.

▲ '밥 짓는 신선' 츠토무 씨가 운영하는 밥집 <사진=박성환 소믈리에>

아침 일찍 출발해서 도착한 시간이 오전 10시, 이미 문을 연 지 2시간이나 지났다.

손님들은 절반 정도 가게에 있었다. 이 시간에 아침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니, 준비한 반찬이 절반도 안 남았다. 식당에 직원은 4명, 규모에 비교하면 많은 편이다. 그만큼 손님이 온다는 이야기다.

여기 시스템은 좀 특이하다 셀프서비스다, 매우 많은 종류의 찬들이 이미 접시에 다 담겨 있다. 그냥 쟁반을 들고 좋아하는 반찬을 고르면 된다. 마지막에 먹고 싶은 국 종류를 말하고 자리에 앉으면 밥과 국을 따로 가져다 준다.

처음이라 헤매면서 반찬을 집다 보니, 사진 찍을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일단 밥 온도가 낮고, 향도 약했다. 윤기도 없고, 이건 내가 너무 늦게 간 탓이니 뭐라 할 수 없다. 밥을 먹은 소감은 생각보다 찰지지 않았다. 매우 깔끔하면서 가볍고 소박한 맛이다. 정말 고시히카리가 맞는 건지 의심할 정도였다. 게다가 신선 할아버지는 없었다.

나중에 지나가는 길에서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아침에 나와서 밥을 짓기는 하지만, 이제 나이라서 밥만 하고 바로 집으로 들어가신다고 한다.

밥이 하나도 눋지 않도록 지어진 것 같다. 가마솥 안을 볼 수가 없으니 확인할 길이 없다.

메뉴 종류를 보면 회부터 시작해서 어묵 전골, 달걀말이, 연어구이, 방어조림, 돈가스, 새우튀김, 두부, 니쿠자가, 조림류, 불고기 등 20여 가지가 넘는다. 게다가 술도 종류별도 다 있다. 이 아침에 술 찾는 손님도 있구나.

생선회부터 고기볶음 요리까지 매우 다양한 반찬들이 있다 보니, 밥을 심플하게 지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밥알의 상태를 보니 충분히 뜸이 잘 들었다. 아마 다양한 반찬들이 있다 보니 어떤 반찬과도 잘 어울리도록, 깔끔하고 담백한 밥을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 어떤 반찬과도 잘 어울리도록, 깔끔하고 담백한 밥을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박성환 소믈리에>

이제 쌀 품종이다. 맨 처음 이 식당을 오픈했을 때에는 사사니시키를 사용하다가 지금은 고시히카리를 브랜딩해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아래 다시 설명하겠지만, 사사니시키는 고시히카리에 비하면 전혀 찰기가 없는 가볍고 심심한 맛의 쌀이다. 하지만 지금은 점점 재배면적이 줄어 마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품종이다.

고시히카리를 가지고 오랫동안 자연 재배(무농약, 무비료)를 하면 점점 단맛과 찰기가 약해진다고 한다.

이 밥 짓는 신선의 입맛은 가볍고 깔끔한 밥을 좋아한다는 것을 품종에서부터 알 수 있다.

사사니시키는 고기 요리보다는 생선 요리에 좀 더 잘 어울린다.

기본적으로 반찬들은 다 맛있었다. 게다가 생선 조림이 평판이 좋은 것 같지만, 이미 아침에 생선구이를 먹은 지라 생선을 또 먹기는 싫었다.

필자가 이미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간 것이 잘못인 듯 하다. 이미 3그릇 째이니, 맛있을 리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격, 이 아침에 이게 1,200엔이었다. 그냥 무심코 반찬을 집게 되면 생각보다 꽤 비싸다. 하지만, 반찬 하나하나의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은 편이다. 밥, 국, 반찬 2가지 정도면 싸게 먹을 수도 있다.

지나가면서 길거리에 본 캔 음료 자판기 가격이 60엔이다. 20년 전 유학 생활을 할 때도 이 가격의 음료 자판기는 본 기억이 없다. 매우 물가가 저렴한 동네인데, 밥값이 이 주위에서는 비싼 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다 커버하는 것이, 무려 ‘56년간 매일 가마솥 밥을 지어온 신선이 지은 밥’ 이거 하나면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호텔 밥을 먹지 말고 8시에 갔어야 했던 것을 후회한다.

오늘 길에 ‘센 리큐’의 박물관인 ‘사카이 리쇼 노모리’가 있으니 차라도 한잔하면 어떨까 한다.

▲ 여전히 현역으로 아침에 나와서 밥을 짓기는 하지만, 이제 나이라서 밥만 하고 바로 집으로 들어가신다고 한다. <사진=박성환 소믈리에>

사카이 시
인구 84만 명의 오사카 위성도시. 과거에는 일본의 베네치아라 불리는 일본의 가장 큰 항구도시였다. ‘긴샤리야게코테이’ 근처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는 열쇠 구멍 모양의 특이한 다이센 고분이 있다.

센 리큐(千利休/1522~1591)
본 다도를 정립한 승려이며 정치가. 일본 와비차의 전통의 원조가 되어 일본에서는 다조(茶祖)라고 불린다. 오다 노부나가의 다도 스승으로도 유명하며, 이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다도 스승이 되었다. 하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 출병에 반대하여 결국 자결을 하게 된다. (출처:위키백과)

도호쿠 지역
일본의 북부지역으로 북해도 바로 아래에 위치한 7개의 현을 말한다. 아오모리, 이와테, 미야자키, 아키타, 야마가타, 후쿠시마 지역이다.

호쿠리쿠 지역
일본 중앙부 지역 중 동해 쪽에 위치한 지역이다. 니이가타, 도야마, 이시카와, 후쿠이현 4곳을 말한다.

사사니시키 (농림 150호)
1963년도 개발된 품종으로 고시히카리(농림 100호)의 조카뻘 되는 품종이다. 고시히카리보다 쌀알이 작다. 맛은 고시히카리보다 가볍고 담백하며 깔끔한 맛으로, 끈적임과 찰기가 없다. 자연 재배를 하는 농가들이 선호하는 품종이다. 2010년 일본 통계 자료 기준으로 일본에서 재배면적이 19번째이고, 자연재해에 취약한 약점으로 점점 재배하는 농가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찰지지 않은 특징으로 인해 고급 스시 전문점에서 꽤 많이 사용하며, 완전 자연 재배 농가(무농약, 무비료)에서는 선호하는 품종이다. 지금은 재배 면적 순위가 20번째 바깥으로 밀려났지만, 미야자키현에서는 여전히 2번째로 많이 재배하는 품종이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