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탄수화물이 건강을 해치니 밥을 적게 먹어야 한다는 뉴스가 하루가 멀다고 들려온다. 2년 전 [지방의 누명]이라는 방송에서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사를 건강식이라고 떠들던 것이 생각난다. 물론 그 후 많은 전문가가 그 방송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를 했다.

이번에는 고기를 많이 먹어야 허리둘레가 줄어드니 단백질 섭취를 더 늘리라는 기사들이 6월 초 일제히 쏟아져 나왔었다.

기사의 주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노인들이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수록 비만 지표인 허리둘레와 체질량지수(BMI)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2013년,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단백질 섭취량에 따라 허리둘레와 BMI를 측정했다. 남성인 경우 최소 하루에 36.3g~107.3g의 단백질을 섭취했다. 여성은 26.8g~ 84.4g을 섭취했다.

최소 섭취 그룹과 최대 섭취 그룹의 단백질 섭취량 차이는 3배가량으로, 우리나라 노인층에서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 노인 2명 가운데 1명 이상이 단백질 일일 권장량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단백질은 저장이 되지 않는 영양소로 하루에 먹는 총량도 중요하지만 매 끼니 부족하지 않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끼니마다 손바닥 크기의 3분의 1 정도의 기름기 적은 살코기, 닭고기, 생선, 두부와 콩류를 섭취해야 한다.

단백질은 탄수화물과 지방보다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쉽고, 포만감을 늘려 추가적인 에너지 섭취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고단백질을 섭취하면 위장관에서 나오는 식욕 억제 호르몬 분비를 늘려 공복감을 줄어들어 체중감소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사 내용으로만 보면 고기를 2배 더 먹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필자가 배운 지식과는 좀 다른 내용이 있다. 게다가 아이러니한 것은 3년 전 완전히 상반된 내용의 뉴스 기사가 있었다.

단백질 과잉 섭취 시대 [2015년 3월 11일/헬스 조선] 라는 내용의 당시 기사를 살펴보자.

TV 건강 프로그램이나 신문·방송 뉴스에 나오는 영양학자,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흔히 강조하는 게 '고른 영양 섭취'다. 대부분 "고기 같은 단백질도 꼭 챙겨 먹으라"는 권고도 잊지 않는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단백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백질은 일부 전문가들의 인식과 달리 권장량보다 훨씬 많이 먹고 있기 때문에, 섭취량을 지금보다 많이 줄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한 해 동안 19세 이상 성인 5441명을 조사한 결과, 단백질 섭취량은 70세 이상 여성을 제외하고, 모든 연령대의 남녀가 권장량을 25~ 81% 초과 섭취했다(2014년 12월 발간 국민건강통계 자료). 한국영양학회의 단백질 권장 섭취량은 성별·연령대에 따라 하루 45~55g 정도다.

서울K내과 김성권 원장(서울대병원 신장내과 명예교수)은 "단백질을 많이 먹으라는 것은 20년 전의 이야기"라며 "요즘 우리 국민들은 육류, 유제품, 생선, 달걀 등 이미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요즘 단백질 보충을 위해 고기를 일부러 챙겨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동물성 단백질의 과다 섭취가 장기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김성권 원장은 "단백질 식품에는 대부분 지방이 많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열량이 과다해 비만·대사증후군의 위험이 있다"며 "단백질을 대사하면서 생기는 질소산화물은 콩팥으로 빠져나가는데,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콩팥에 과부하가 걸려 콩팥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50대 이상이나 당뇨병·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단백질 섭취량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콩팥 질환이 있는 사람은 단백질을 일반인의 60~70%만 먹어야 한다. 김성권 원장은 "쌀밥을 통해서도 하루 단백질 권장 섭취량의 50%나 섭취하게 된다"

▲ 한국인 단백질 섭취량 <출처=2013 국민건강통계>

 

▲ 한국인 1일 단백질 섭취 기준 <출처=2015 보건복지부>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16 국민건강통계 자료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2016년 남성 우리나라 1일 평균 단백질 섭취량은 남성이 85.6g이고 여성은 59.7g이었다. 권장량 대비 비율로 본다면 남성은 153%, 여성은 125%나 섭취하는 것으로 나와 모두 단백질 과잉섭취인 것으로 발표되었다.

▲ 영양소 섭취기준에 대한 섭취비율 <출처=2016 국민 건강 통계>

전자의 기사 내용처럼 고령자들에게 있어서 단백질 섭취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기사 내용에 몇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이 있다.

첫 번째, 단백질 섭취량이다.

지금까지 만난 병원 임상영양팀이 말하는 고령자에게 공급해야 할 단백질 필요량은 6 교환단위(단백질 중량 약 48g)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단백질의 1 교환단위는 소고기의 경우 사태 40g (탁구공 크기 1덩어리)이고 두부는 80g (1/5모, 420g 포장두부)이다. 건강한 고령자나 요양원에 있는 고령자 모두에게 음식의 중량은 매우 중요하다. 이곳의 관계자들은 아무도 손바닥 크기 1/3 이런 식으로 부정확한 표현을 하지 않는다.

병원관계자들은 다 교환단위로 이야기한다. 임상영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교환단위가 생소한 표현이다. 그리고, 중량과 함께 그 양을 가늠할 수 있는 정확한 크기에 대해 표현을 해준다. 사람마다 크기가 다른 손바닥 1/3 이런 식이 아닌 소고기 사태 40g (탁구공 1개 크기)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 만약 두부 1/3 모라고 한다면 뒤에 두부 한모는 420g 이런 식으로 정확하게 한 모의 중량을 표기한다.

전자의 단백질 부족이라고 나온 기사에는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제대로 인터뷰를 하지 않았거나 내용 전달이 충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기준이 될 평균 단백질 섭취량이나, 필수 섭취량에 대한 언급도 없다. 물론 나이, 성별, 체중, 건강상태에 따라 다 필요 섭취량이 달라진다. 딱 뭐라고 정해진 것이 아니라고 해도 기준을 정한 값을 알려주는 것이 정상이다.

다시 말하지만, 고령자들에게 단백질 섭취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더 먹으라고 이야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고령자에게는 그 어떤 산해진미도 그림의 떡일 수 있다.

고령자에게는 저작곤란, 연하곤란, 소화장애라는 3가지 섭식장애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고기는 잘 씹을 수도 없고, 먹어도 잘 소화가 안 된다. 그러니 조금만 먹는다. 이 이외에도 노화에 따른 미각 감소, 식사 준비의 어려움, 낮은 경제 수준 등이 이유다. 고령자의 90%는 만성질환자로 음식에 대해서 더욱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필요 영양소와 열량에 맞게 음식을 준비한다고 해도 여러 가지 이유로 그것을 다 먹지 못한다. 한마디로 그림의 떡만 차려줘 본들 먹지를 못하는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래서 영양밀도가 높은 영양 강화식, 쉬운 식사를 위한 연하도움식이 필요한 것이다.

탄수화물 덩어리라고 홀대받는 쌀에도 무려 7%나 단백질이 들어있다. 다시 말해 밥 한 공기는(210g) 3 교환단위로 단백질이 6g 정도 들어있다. 하루 세끼 밥만으로도 식물성 단백질을 18g이나 섭취할 수 있다.

두 번째, 단백질이 탄수화물보다 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쉽고, 포만감을 준다는 내용이다.

인체의 구성성분을 잠시 알아보자. 나이,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물 56~70%, 단백질은 12~19%, 지방은 12~20%, 탄수화물은 약 0.5~0.6% 나머지 무기질이 5~6%. 정도다.

제일 많이 먹고 있는 탄수화물은 다 어디로 갔을까?

단백질도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긴 하지만 근육과 같은 신체조직의 기본 구성요소로 사용된다. 탄수화물이나 지방보다 단백질이 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쉽다는 내용은 영양학 시간 때 배운 기억이 없다.

3년 전 [밥 다이어트]라는 칼럼에서 ‘식후체열생성반응’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우리가 식사하고 나면 몸에서 열이 나면서 땀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탄수화물인 밥 때문인 것이다. 밥은 먹자마자 바로 몸속에서 그 열량을 소비해 버리는 것이다.

몸에서 열이 나고 땀이 나는 첫 번째 이유는 뜨거운 국물이 아닌 밥이다.

필자가 밥 소믈리에라고 무조건 밥만 먹자고 이야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맛있고 즐겁게 균형 있게 먹고 운동하자는 이야기인데, 다들 탄수화물을 무슨 공공의 적처럼 이야기한다. 물론 여기서 전문가들이 공공의 적처럼 말하는 탄수화물은 당분이 많이 포함된 음료, 과자, 가공식품, 술을 말하는 것이겠지만, 그 옆에 밥도 나란히 나열되고 있는 현상에 서글픈 마음이다. 아예 하루 한 끼 밥을 먹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대한민국 현실에서 하루 3끼 다 챙겨 먹는 행복한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식후 달콤한 간식이나 커피를 끊는 것이 아닌 밥을 먹지 말아야겠다고 오해하는 것이 아닐까?

2016년 4월 3일 SBS 한 방송에서 우리나라 12~18세 1일 평균 설탕 섭취량이 81.4g이나 된다고 방송했었다. 이는 1년간 무려 29.7kg이나 되는 양으로 1인당 쌀 섭취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밥이 아니라 설탕을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

* BMI (Obesity and Body Mass Index) – 체질량지수로 비만도 측정을 위해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성별, 근육량, 유전적 원인 등 개인차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결점이 있으나, 비전문가도 쉽게 계산해 볼 수 있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많이 쓰는 지수중 하나이다. 대한비만학회와 보건복지부의 기준은 다르나 일반적으로 25kg/m2 이하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교환단위 – 같은 식품군 안에 있는 식품군들은 영양소 구성이 비슷하므로 열량이 같으면 서로 교환해서 먹을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영양소 함량이 동일한 기준 단위량이 설정되어 있는데 이를 “1 교환단위( 1 exchange)”라고 한다. 같은 식품군 내에서는 같은 교환단위끼리 서로 바꾸어 먹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곡류 군에 속하는 밥과 식빵의 경우 밥 70g(1/3공기)과 식빵 35g(1쪽)은 1 교환단위량으로 열량 및 영양소 함량이 비슷하여 서로 바꾸어 먹을 수 있다. 어육류군 에서 단백질의 1교환단위는 8g 으로 이는 소고기 40g에 해당하며 한 토막 (탁구공 크기), 소고기 사태 로스 1장 (12*10.3 cm) 로 알려준다

* 식후체열생성반응 (DIT:Diet-Ince Thermogenesis)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