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르도 와인스쿨이 주관한 ‘2018 보르도 와인 세미나’가 지난 5일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서울에서 열렸다.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소펙사가 주최하고 보르도 와인스쿨이 주관한 ‘2018 보르도 와인 세미나’가 지난 5일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서울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보르도 와인스쿨 인증 프로그램을 이수한 박수진 WSA 와인아카데미 원장이 ‘보르도 클리셰(Bordeaux Cliché)’를 주제로 진행했다. 보르도 클리셰란 보르도 와인에 대한 상투적인 개념 또는 인식을 뜻한다. 세미나에서 다룬 보르도 와인의 클리셰 6가지와 현재 보르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와인을 소개한다.

▲ 보르도 와인의 클리셰 6가지와 현재 보르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와인을 소개한다.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1. 보르도는 파워풀한 생산지다? 

그렇다. 보르도는 IGP 생산지 이하를 제외한 프랑스 전체 AOC 생산지 중 가장 많은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이다. AOC 와인 생산량 2위인 론보다 2배, 부르고뉴보다 4배 많은 양을 생산하니, 보르도 AOC 와인이 단연 독보적인 양을 차지한다. 이렇게 생산된 보르도 와인 중 42%는 해외로 수출된다.

2. 보르도는 레드 와인 생산지다? 

아니다. 보르도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레드 와인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는 하지만, 2015년 기준으로 보르도의 전체 포도 생산량 중 88%가 적포도였다. 그러나 청포도 생산량이 12%를 차지할 만큼 적지 않은 양이 생산되고 있다.  

보르도 와인을 떠올리면 카베르네 소비뇽이 가장 자주 언급된다. 그러나 가장 많이 생산되는 와인은 메를로로, 메를로가 보르도에서 적포도 생산량 중 66%를 차지한다. 메를로에 이어 카베르네 소비뇽은 22.5%, 카베르네 프랑은 9.5%를 차지한다. 보르도에 허용되는 적포도 품종은 6가지인데, 앞선 세 가지 품종 외에 프티 베르도, 카르미네르, 말벡이 포함된다.  

보르도 와인은 레드 와인을 포함하여 화이트, 스위트 화이트, 크레망, 로제, 클라렛 등 총 6가지의 스타일이 있다. 

스파클링 와인인 크레망 드 보르도는 현재 성장하는 단계에 있다. 아직 크레망 드 보르도만을 전문으로 하는 생산자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 레드, 화이트, 로제 등 다양한 스타일을 생산하는 와이너리가 크레망을 함께 만들고 있다.   

▲ 배드걸(Bad Girl)은 생테밀리옹에서 차고 와인(Garage wine)으로 유명한 샤토 발랑드로의 생산자 장뤽 튀느뱅이 만들기 시작한 크레망 드 보르도다. 블렌딩 비율은 세미용 70%와 카베르네 프랑 20%, 뮈스카델 10%이다.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클라레는 일반 로제보다 색이 진한 로제 와인이다. 보통 최소 24시간 이상 침용해서 만들며, 세니에(saignée, 으깬 포도에서 자연적으로 흘러나오는 포도즙을 발효) 방식으로 만드는 경우도 많다. 일반 로제보다 바디감과 타닌이 많이 느껴지며, 오프 드라이 스타일로 많이 만들어진다. 뵈르 부르기뇽 등 달콤한 양념이 들어있는 고기류와 잘 어울린다. 

▲ 샤토 보네 블랑(Ch. Bonnet Blanc) 2016은 엉트-드-메르에서 소비뇽 블랑 50%, 세미용 35%, 뮈스카델 15%로 만들어졌다. 신선한 레몬과 레몬 껍질, 잔디향이 느껴지나 이러한 소비뇽 블랑만의 향이 노골적이지 않다. 바디감 가볍고 산도는 높다.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보르도 화이트 와인은 신선하고 과일 풍미가 강한 스타일 또는 구조감이 좋고 풍부한 스타일로 만들어진다. 보르도의 대표 화이트 포도 품종은 세미용인데, 껍질이 얇아서 잘 익는다. 그러나 세미용이 익으며 산도가 떨어져 보르도 생산자들은 루아르의 소비뇽 블랑을 가져왔다. 현재 청포도 생산량 중 세미용은 47%, 소비뇽 블랑은 44%를 차지하며, 나머지 6%는 뮈스카델이 차지한다. 엉트-드-메르, 그라브, 페삭 레오냥을 위주로 화이트 와인이 생산된다. 포도의 풍미를 살려 신선하게 만들어진 보르도 와인은 여름에 특히 추천할 만하다.

▲ 샤토 라 루비에르(Ch. La Louviere) 2015는 페삭 레오냥에서 소비뇽 블랑 93%, 세미용 7%로 만들어졌다. 신선한 복숭아와 패션 푸르트 과일향과 바닐라, 버터향이 잘 어울려 있다.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보르도 화이트 와인의 품질을 개선한 인물은 드니 뒤부르디유다. 그가 양조시 저온 침용(포도 껍질에 있는 향이 물에 녹는 특징을 이용)을 도입한 덕에 보르도 소비뇽 블랑 와인의 품질이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 방법은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 생산자도 사용하는 방식이다.  

3. 보르도 와인은 고급 와인이다? 

아니다. 보르도 와인 중 절반 이상의 현지 출고가가 5유로 이하다. 보르도 와인의 고급 이미지는 수출 와인이 고급 와인에 몰려 있어 형성된 것이다. 고급 보르도 와인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나, 저렴한 보르도 와인들은 빈티지의 영향, 신세계 와인의 성장 등으로 경쟁력이 다소 감소했다. 

그러나 보르도에서 덜 유명한 지역의 생산자들은 경쟁력을 높이고자 여러 시도를 기울이는 중이다. 가로네, 도르도뉴, 지롱드 강의 오른편에 위치한 와이너리들은 ‘코트 드 보르도’라는 AOC 명칭을 2009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1956년 동해 피해가 발생하기 전 말벡 중심지였던 부르그(Bourg), 블라예(Blaye) 지역은 차별화를 꾀하고자 다시 말벡 생산량을 높이고 있다.  

▲ 샤토 오 보이용(Ch. Haut Boilon) 2015에는 블라예-코트 드 보르도 라벨이 붙어 판매되고 있다.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2~4주간 발효하여 과일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신선한 체리와 앵두 등 가벼운 과일향이 많다. 살짝 후추향도 난다. 적당한 산미와 두드러지지 않는 알코올 덕에 마시기 편하다.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4. 보르도 등급체계는 1855년에 시작했다? 

아니다. 1855년에 등장한 등급체계는 메독 지역의 60여 샤토에만 해당하는 등급이다. 국가가 인정한 AOC 내의 등급도 아닐뿐더러, 그라브와 생테밀리옹은 개별적인 등급을 사용하고 있다. 포므롤처럼 등급을 사용하지 않는 지역도 많다.  

1855년 등급에서 추천받지 못한 와인 생산자들을 위해 1932년에 새로운 등급인 ‘메독 크뤼 부르주아’가 탄생했다. 크뤼 부르주아는 매년 시음을 통해 크뤼의 등급을 결정한다. 크뤼 부르주아 와인들은 지롱드강 강가에서 서쪽으로 떨어진 곳에 있다. 강가에서 먼 만큼 진흙이 많이 섞인 자갈밭이어서 메를로를 많이 기른다. 크뤼 부르주아 중 유명한 산지는 리스트락(Listrac), 물리(Moulis) 등이 있다. 

▲ 크뤼 부르주아 등급을 받은 샤토 드 투르테롱(Ch. de Tourteyron) 2011은 카베르네 소비뇽 50%, 메를로 48%, 프티 베르도 2%가 들어갔다. 메독의 크뤼 부르주아 등급을 받은 와인이며, 건초향의 마른 풀향과 검은 체리향이 난다. 향이나 바디감이 전체적으로 가볍다.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2006년에는 ‘메독 크뤼 아티잔’ 등급이 생겨났다. 소규모의 부티크 와인들이 받는 등급으로 인정되고 있으나, 현재 완벽히 정립된 등급은 아니다.  

5. 테루아보다는 샤토의 명성이 중요하다? 

아니다. 같은 생테밀리옹 지역이라도 모래와 자갈이 많은 북부 지역에 샤토 슈발 블랑이 있고, 갈색 모래와 진흙이 섞인 남부에 샤토 오존이 있다. 또 생테밀리옹 서쪽에 있는 프롱삭(Fronsac)과 카농-프롱삭(Canon-Fronsac)의 테루아는 샤토 오존이 있는 곳의 테루아와 유사하다. 그만큼 보르도에서도 테루아가 중요하다.

▲ 프롱삭에서 만들어진 샤토 퐁트닐(Ch. Fontenil) 2007은 메를로 95%카베르네 프랑 5%의 비율로 만들어졌다. 가죽 등 숙성향과 흑연 향이 가득하다. 짙은 블랙 체리와 블랙 베리 등 과일향부터 숙성향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 와인은 미셸 롤랑이 매입해서 와인 양조에 참여한 와인이다. 미셸 롤랑이 꼭 사용하는 미세산소 주입이 이 와인에도 사용되었다.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6. 보르도의 스위트 와인은 소테른이다? 

아니다. 소테른이 전체 스위트 와인 AOC중 절반을 차지하긴 하지만, 이외에 바르삭(Barsac), 생-크로-뒤-몽(Sainte-Croix-du-Mon), 루피악(Loupiac) 등 여러 스위트 와인 AOC가 존재한다.

보르도 스위트 와인은 잔당의 양에 따라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무알뢰(Moelleux)인데, 잔당이 45g/L 이하인 스위트 와인이다. 포도송이째 수확해서 와인을 만들며, 단맛이 비교적 약하다. 반면 더 달콤하고 높은 품질의 와인은 리코뢰(Liquoreux)다. 잔당이 45g/L를 넘어가고, 수분이 빠져나간 포도알만 선택하기 때문에 한 해에 5번에서 9번에 걸쳐 포도를 수확한다.

▲ 샤토 도피네 롱디용(Ch. Dauphiné- Rondillon) 2011은 수령이 70년 이상인 나무의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비가 오고 안개가 낄 때면 주변에 함께 기르는 농작물들이 더 많은 습기를 준다. 그래서 생산자들은 포도원에 농작물을 함께 재배한다. 와인은 왁스, 꿀, 살구잼향이 가득하다. 산도가 아주 높지는 않지만 꿀향이 가득해 꿀을 마시는 기분이다.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현재 스위트 와인과의 마리아주에 대한 고민과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보통 스위트 와인은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하지만, 이 조합은 와인을 다 마시기에는 질릴 정도로 달콤해서 사람들이 많이 마시지 못한다. 이곳 생산자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크림 파스타 등을 보르도 스위트 와인과의 마리아주로 추천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지선 기자 j.kim@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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