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생활 곳곳에서 '화학물질포비아'라는 말이 언급되며 시민들의 우려와 걱정은 일상 속까지 들어와 있다. 이러한 가운데 아이쿱생협은 생활실천으로 체내 축적된 화학 유해물질의 총량, 바디버든(Body burden)을 줄이는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친환경 식재료 이용, 손씻기와 환기 등 생활 속 실천 캠페인

난 4월부터 6월까지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을 실시해 총 472명이 참여, 일주일간 유해물질 회피 실험을 진행했다. 체험단은 유해물질 노출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유기농 식재료를 이용하고, 세제, 화장품, 개인위생용품, 식기류 등 친환경 제품 사용, 손 씻기, 환기, 청소하기 등의 생활습관을 실천했다. 또한 바디버든을 줄이기 위한 수칙으로 물 마시기, 식이섬유 섭취, 유기농 현미 섭취, 압착유채유 이용,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식품 피하기, 유산소 운동을 제시했다.

일주일 간 유해물질 회피생활 후 체험단 체뇨검사를 통해 유해물질의 변화를 확인했다. 검사 물질로는 세제, 살충제, 영수증, 통조림, 가공식품 등에 있는 환경성 페놀 7종과 화장품, 포장용 랩, 접착제 등에 있는 프탈레이트 6종을 선정했다.

▲ 2018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 결과 <사진=아이쿱생협>

체험 결과는 놀라웠다. 환경성 페놀류는 전체 평균 72% 감소했다. 페놀류 중 파라벤 군 3종은 70~81% 감소했으며, t-부틸페놀은 75%, 벤조페논은 66% 감소 수치를 나타냈다. 가장 많은 감소 폭을 나타낸 물질은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 감열지 재질의 영수증에 쓰이는 비스페놀A로 8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탈레이트류는 전체 평균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대사산물 3종은 9~22% 감소폭을 나타냈고, 디부틸프탈레이트(DBP)는 20% 낮게 나타났다. 두드러지게 감소한 물질은 화장품에 쓰이는 디에틸프탈레이트(DEP)로 43% 감소했다. 주목할 점은, 2015년 환경부에서 발표한 한국시민 프탈레이트 농도 대비 바디버든 체험자 전체 평균은 36% 낮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평소 친환경 식품과 생활용품을 사용해 온 결과로 해석된다.

소비자 알권리 위한 제도 개선, 시민사회 노력 함께 필요해

지난 25일 열린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 1주년 기념 토론회’ 에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가적, 사회적 제도개선과 조사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김동희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캠페인 국장은 “유해물질 회피 체험을 통해 개인의 노력으로 체내 환경호르몬을 줄일 수 있다는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했다. 하지만 제품의 성분표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소비자 알 권리를 위해 제도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 화장품은 전 성분 표시를 의무로 하고 있지만, 생활용품은 해당되지 않아 소비자는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 바디버든 줄이기 1주년 기념 토론회 <사진=아이쿱생협>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환경보건기초조사를 통해 국민 인체 내 환경오염물질 농도와 그 영향요인을 파악하는 국가적 조사를 하고 있다. 이에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팀장은 “국내 조사 유해물질은 26종으로, 미국건강영양조사(NHANES) 212종에 비해 굉장히 제한적이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된 화학물질 역시 누락돼 있다”며 국가적 바이오모니터링 한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국내 바이오모니터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대상연령 및 조사 성분을 확대하고, 유해물질의 노출원, 노출경로 등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일상생활의 적극적인 조사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팀장은 유해물질 저감을 위해 시민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에서 보여줬듯이 우리가 일상에서 화학물질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떻게 피할 것인지, 무엇을 회피해야할 것인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해외에는 화장품, 세재 등 일상 생활용품의 성분을 확인하는 모바일 앱 사용이 활발하다. 앱과 에코라벨 등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소비자의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은 2017년 처음 시작, 현재까지 소비자 총 967명이 참여했다. 식품 및 생활 습관으로부터 환경호르몬 노출을 줄이고, 배출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공유하는 캠페인을 통해 체내 유해물질 수치를 낮춘 결과를 매년 도출해 내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전은희 기자 stpress@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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