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선의 쁘띠 와인 세미나] <1> 불볕 더위를 물리칠 리슬링, 그리고 독일 와인

승인2018.08.09 10:30:00
▲ 독일 와인 산지는 서쪽에 밀집해 있다. <사진= 김지선, '더월드아틀라스오브와인(휴 존슨 지음)' 발췌>

봄이 오면 슬슬 생각나다가, 요즘처럼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면 매일같이 마시고픈 술이 있다. 갈증 해소의 와인, 리슬링. 처음에는 웬 휘발유 향이 나서 냄새를 맡기조차 거북스러웠으나, 이 매력적인 품종을 향한 거부감은 반년도 채 못 갔다. 하늘을 찌를 듯한 산미와 상큼한 감귤향, 때로는 입안을 톡톡 두드리는 미네랄까지 어디 하나 버릴 곳이 없다. 기분에 따라 드라이한 맛부터 달콤한 맛까지 자유롭게 고를 수도 있다. 이만큼 역동적인 와인이 또 있을까?

봐도 봐도 보고싶고, 더 알고 싶어하는 연애 초기처럼 리슬링을 향한 나의 애정도 식을 줄 모른다. 태어나서 맞는 가장 뜨거운 올해 여름이 나의 리슬링 사랑에 한 몫 보태긴 했을 테지만, 리슬링 관심이 최고조인 이 순간을 놓칠세라 리슬링 와인, 그 중에서도 리슬링의 본고장인 독일의 와인 산지를 알아봤다.

라인가우(Rheingau)

라인가우는 독일 와인의 혁신과 유행을 이끈 중심지다. 이곳은 낮은 생산량과 드라이 와인 붐을 일으켰으며, 아우스레제 와인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일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와인 지역이고, 해외에서도 여전히 가장 유명하다. 20세기 중반에는 보르도 등급 와인들보다 가격이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시기가 지나며 라인가우 와인들은 따뜻한 바덴과 팔츠 지역의 드라이한 와인, 라인헤센의 리슬링과 경쟁하며 인기가 떨어지기도 했다. 이들의 명성은 20세기 후반즈음부터 되찾기 시작했다.

포도밭의 90%는 라인 강 우안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중기후의 수혜를 톡톡히 받는 곳으로, 남향의 경사는 남쪽의 라인헤센 대부분의 지역보다 아주 조금 따뜻하다. 연 강수량은 약 600mm를 조금 넘는데, 이는 가을 내내 리슬링이 익기 좋을 만큼의 양이다.

라인가우 리슬링만의 차별점은 토양의 특성인데, 라인강과 가깝고 고도가 높아 따뜻한 기후에도 산뜻한 와인을 만든다. 리슬링이 전체 재배 면적 중 약 80%를 차지하며, 피노 누아는 12%의 비율로 생산되고 있다. 독일 치고는 드라이한 와인을 많이 만드는 생산지이기도 하다.전체 와인 중 트로켄(trocken)이라 불리는 드라이 와인은 60%, 할브트로켄(halbtrocken)으로 불리는 미디엄 드라이 와인은 27%를 차지한다.

라인가우의 대표 생산자로는 슐로스 요하니스베르그가 있다. 이 와이너리는 귀부 와인을 최초로 발견한 후 아우스레제부터 트로큰베렌아우스레제 등급 제정에 기여하며 라인가우를 독일 와인 선두의 위치에 서게 했다. 비교적 최근에 떠오른 생산자 슐로스 폴라즈와 베어나르드 브로이어(Bernard Breuer)도 라인가우에 있다. 보통 라인가우의 유명 와이너리들은 여러 지역에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가족 경영인 곳이 많다. 협동조합은 7개가 있는데, 이들의 거래 규모는 전체 포도 수확량의 10% 정도여서 단일 와이너리들보다 역할이 크지는 않다.

마을별 주목할 만한 생산지는 하텐헤임(Hattenheim)과 에어바흐(Erbach), 가이젠하임(Geisenheim) 등이 있다. 동쪽 끝부분의 고도가 낮은 마을로는 엘트빌(Eltville)과 발루프(Walluf)가 있다.

라인가우에는 포도 재배의 성지와 같은 수도원 클로스터 에베바흐(Kloster Eberbach)가 위치해 있다. 현재는 와이너리 투어, 행사 운영 등 문화 와인 센터의 기능을 맡고 있으며, 3개의 와이너리가 이곳에 있다.

라인헤센(Rheinhessen)

과거에는 저렴한 블렌딩 와인의 산지로 알려져 있었으나, 몇몇 뛰어난 생산자들 덕에 품질로도 인정받은 곳이다. 널리 알려진 리슬링 외에 실바너(Silvaner), 슈패트부르군더(Spätburgunder, 피노 누아의 독어 표기법), 뮐러 투르가우(Müller-Thurgau) 등 다양한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포도밭 전체 면적은 2만 헥타르가 넘는데, 독일에서 최대 규모다.

라인헤센의 리슬링 와인 중 3분의 1은 라인테라세(Rheinterasse)에서 생산된다. 복숭아, 감귤류, 훈제 고기 향은 라인테라세의 붉은 토양에서 자라는 와인들의 특징이다. 라인헤센 대부분은 서쪽의 경계에 있는 언덕 덕에 바람과 비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황토, 모래, 석회질 토양은 데일리급 리슬링 와인을 만들지만, 라인헤센의 전통 품종인 실바너가 품질을 추구하는 생산자들의 손에서 재배되고 있다.

남서쪽의 본네가우(Wonnegau)는 석회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1990년대부터 리슬링, 피노누아, 실바너 품종을 재배하며 국제적 관심을 받아왔다. 라인헤센 북쪽은 인겔하임(Ingelheim) 지역이 가장 유명하며, 슈패트부르군더가 많이 자란다. 이외에 독일 크로스 품종인 뮐러 투르가우, 돈펠더, 케르너는 주로 가격이 낮은 대량 생산용 와인으로 만들어진다.

라인헤센은 최근 유기농, 바이오다이내믹 재배의 개척자들이 활동하고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군터록(Gunderloch), 비트만(Witmann) 등이 라인헤센에서 주목받는 생산자다.

모젤(Mosel)

▲ 모젤 와인 '반 폭셈 자르 리슬링(Van Volxem Saar Riesling) 2016 <사진= 김지선>

독일의 대표 와인 산지다. 이전에는 모젤-자르-루버로 불리기도 했다. 섬세하고 복합미가 뛰어난 와인으로 세계 최고의 스위트 와인 산지 중 하나다. 모젤 포도밭은 매우 가파르고 돌이 많아 생산비용이 높다.

포도밭은 강이 방향을 트는 바깥 가장자리의 가장 가파른 곳마다 위치한다. 안쪽 가장자리는 리슬링이 아닌 품종이 재배된다. 모젤, 자르, 루버 모두 주요 토양은 점판암인데, 점판암은 수분과 열을 잘 흡수하고 밤에 온기를 배출하는 특징이 있다.

모젤은 서늘한 기후대에 속한다. 7월의 평균 기온은 19도다(올해는 이보다 높다). 자르와 상부 모젤은 봄, 가을, 겨울에 서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아이스와인을 생산하기에 좋은 기후이기도 하다.

18세기에는 레드 와인을 심는 곳이 많았으나, 19세기 초부터는 화이트 와인, 그중에서도 엘블링이 3분의 2를 차지했는데, 현재도 엘블링은 상부 모젤의 석회질 토양 언덕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리슬링이 전체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덜 가파르거나 점판암이 있는 토양에서는 뮐러 투르가우 등의 독일 크로스 품종들이 많이 재배되고 있다. 1990년대에는 국내의 수요 상승으로 돈펠더의 생산량이 잠시 크게 오르기도 했다.

고급 모젤 리슬링의 장점은 어떤 잔당에도 조화를 이루는 산미에 있다. 그래서 잔당이 리터당 30g이나 되어도 오프 드라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드라이 와인은 19세기 말에 국제적인 호평을 받았는데, 현재도 많이 생산하는 추세다. 최근에 생산되는 드라이 리슬링 일부는 알코올 도수 13도 이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모젤은 재능있는 생산자들이 밀집한 곳이다. 그러나 생산량은 한 협동조합이 많이 차지하는데, 베른카스텔(Bernkastel)의 모젤란드(Moselland)가 모젤 전체 생산량의 5분의 1, 그리고 리슬링의 절반을 생산하고 있다.

하부 모젤은 모젤 강에서 리슬링 재배비율이 가장 높다. 이곳은 작고 가파른 포도밭이 많아 포도재배는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개인 소유지는 중부 모젤보다 적고 좁고 가파른 계곡 지형 때문에 제약이 많았다. 그러나 8,90년대부터 테라스 형태의 포도밭을 하부 모젤의 특징으로 삼으며 와인의 고급화와 차별화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돌이 많고 상대적으로 건조한 중간기후대에 속한 이 지역은 푸른 점판암과 붉은 점판암, 규암이 섞인 토양이 산재해 있는데, 그 덕에 매력적이고 특징이 뚜렷한 와인이 생산된다.

중부 모젤은 고급 리슬링 와인 산지다. 붉은 점판암이 있는 에르덴(Erden)마을은 모젤의 최고 리슬링 지역 중 하나다. 이웃한 뷔르지그에서 최고의 포도밭은 뷔르츠가르텐(Würzgarten)이다. 이 포도밭의 와인은 스파이시하고 딸기향이 나거나 철(iron)에서 나온 키위 향이 섞여 있다. 라인홀트 하트는 피스포트(Piesport)에, JJ프륌, 에르니 루젠은 베른카스텔에 자리해 있다.

자르와 루버(중부 모젤 아래에 위치)는 모젤의 재배 면적에서 그리 많지 않지만 명성만큼은 대단하다. 이 지역의 높은 고도는 중부 모젤보다 서늘한 기후를 형성한다. 와인은 경쾌하고 투명하며, 질리켄, 에곤 뮐러, 반 폭셈 등이 이름을 떨치고 있다. 루버의 붉은 점판암 지역에서는 붉은 과일향, 푸릇한 허브향, 시나몬 등 갈색 계열의 향신료 향이 난다.

상부 모젤은 자르의 서쪽에 있는데, 엘블링이 많이 자라고 리슬링은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 상부 모젤의 토양은 가까이에 있는 룩셈부르크와 같이 석회질이다.

나헤(Nahe)

나헤는 역사가 깊은 곳이다. 약 2000천 년 전에 이곳에서 로마인들이 처음으로 포도를 재배했으며,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는 노르드하임(Nordheim)에 있다. 이곳은 라인(Rhine) 계곡과 모젤(Mosel) 계곡 사이에 위치한다. 서쪽으로는 훈스룩크(Hunsrück) 구릉지대와 준발트(Soonwald) 산이 있는데, 이 산들이 차가운 바람과 뜨거운 햇빛을 막아준다. 또 여러 산들과 접해있어서 토양도 다양하다. 화산토부터 모래, 진흙, 석회암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다양한 포도 품종들이 자라는 환경이 조성된다. 나헤의 대표 품종은 리슬링이지만, 뮐러 투르가우, 실바너 등도 상당량 재배된다. 단, 화이트 와인이 전체 와인 생산량 중 83%를 차지하니, 전형적인 독일의 화이트 와인 산지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포도 재배지로는 숄 뵈켈하임(Scholl Böckelheim), 크로이츠나흐(Kreuznach), 그란(Glan), 알센츠(Alsenz)가 있으며, 유명 생산자로는 된호프(Dönnhoff) 등이 있다.

바덴(Baden)

적포도 재배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황토(loess)가 주된 토양이나, 풀바디 화이트나 슈패트부르군더는 화산토에서 생산된다. 이 지역 최고 슈패트부르군더 와이너리로는 살베이(Salwey), 닥터 헤거(Dr.Heger)가 있다.

프랑켄(Franken)

▲ 프랑켄 와인 '바인굿 슐로스 좀머하우젠 좀머호이저 슈타인바흐 실바너 트로켄(Weingut Schloss Sommerhausen Sommerhaueser Steinbach Silvaner Trocken) 2014 <사진= 김지선>

프랑켄은 프랑크푸르트 옆에 위치한 곳으로, 지리적으로도 스타일로도 독일의 주요 와인 산지와는 거리가 있다. 리슬링조차 자라기 추운 곳이어서 토착 품종인 실바너로 좋은 와인이 많이 생산되는데, 스위트 와인보다는 드라이 와인이 더 유명하다. 실바너는 독일과 중부 유럽에서 주로 재배되는 품종으로, 사바냥과 오스트리아 바이스(osterreichisch Weiss)의 교배 품종이다. 프랑켄의 진흙 석회암 토양이 실바너를 풀바디의 단단한 와인으로 만들어낸다. 20세기 초중반, 엘블링을 제치고 독일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품종으로 떠올랐으나, 현재는 리슬링과 뮐러 투르가우에 밀려 화이트 품종 생산량 3위를 차지한다. 심지어 프랑켄에서조차 전체 생산량 중 5분의 1을 넘는 정도며, 뮐러 투르가우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자연 산도가 높지만 골격이 부족하며, 포도의 향이 강하기보다는 중성적이어서 테루아의 특징을 잘 살려낸다. 실바너는 라인헤센에서도 많이 생산된다.

김지선 기자는 국제 와인 전문가 자격증 WSET 어드밴스드 과정을 수료후 WSET 디플로마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와인 강의와 컨텐츠를 통해 전 국민이 와인의 참맛을 느끼도록 힘쓰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지선 기자 j.kim@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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