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대표 소믈리에에서 현재 코스모엘앤비의 총괄사업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오형우 소믈리에'를 만났다. <사진=소믈리에타임즈 DB>

군대 말년 시절 우연히 봤던 와인 책을 시작으로 신문방송학과에서 본격적으로 소믈리에를 진로로 잡아 2015년 한국국가대표소믈리에대회 왕중왕전을 우승하고, 다음해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세계 소믈리에 대회에 국가대표 소믈리에로 참가하기까지 우연한 시작이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연을 자신의 노력과 열정으로 결실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믈리에타임즈에서 코스모엘앤비 총괄사업팀장 ‘오형우 소믈리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처음에는 신문방송학과로 시작하셨는데 와인 업계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저는 단국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방송영상학과를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정말로 성적에 맞춰 간 게 아니었고 원해서 한 전공이었습니다. 재밌게 공부했는데 군대를 가면서 모든 게 바뀌게 됐어요.

전역 전 말년 때 시간도 안 가고 무료해서 커피나 와인 책을 보곤 했는데 그 계기를 통해 커피와 와인에 대해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전역하고 대학교를 다니며 미래를 준비하게 될 때 신문방송학과보다는 와인 쪽에 더 관심을 끌게 됐어요.

그때 당시 와인은 정말 대중적이지 않은 분야여서 할 생각을 못 했습니다. 그때는 와인보다 커피에 관심을 가져 로스팅을 직접 하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로스팅할 콩도 직접 볶아보고 새로운 일을 하면 할수록 ‘식음료 분야가 매력 있는 거구나’를 느끼고 학교 도서관에서 커피와 와인에 대한 책을 신청해서 보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단국대에 정말 커피와 와인에 관한 책이 많아요. 대부분 제가 신청한 거고요(웃음). 도서관 열람실에서 본 책을 또 보고 하다가 '커피뿐만 아니라 와인도 직접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때 마침 낮에는 카페를 하고 밤에는 와인을 파는 형태의 가게가 오픈 예정에 있어서 지원을 하고 그 때부터 와인을 본격적인 진로를 정하게 됐습니다.

당시 신방과 친구들이 취업 준비하고 있을 때 저는 그 분야에 대해서 흥미를 잃은 상태였고 와인을 하자니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해야 될 지도 모르고 잘 알려지지도 않아서 정말 막막했어요. 그때 당시 저는 26살 정도였는데, 이미 호텔 같은 데서 이 쪽 일을 시작한 사람들에 비하면 늦은 나이였죠.

다른 이유로는 두려움이 앞섰어요. 저희 집안은 굉장히 보수적이고 아버지는 교사세요. 그때 당시 이쪽 업계의 일을 제대로 모르고 ‘술장사’라는 선입견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아 부모님에게 와인 업계로 가겠다는 계기나 증명이 필요했어요. 그때 와인리뷰라는 잡지와 쉐라톤 호텔하고 공동 주최한 와인 대회가 개최됐습니다. 현직 소믈리에가 아니어도 출전할 수 있고 서비스 위주보다는 이론과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주여서 이거다 싶었습니다.

만약에 1등을 하면 집에다 말할 구실이 생기는 거죠. 단순히 철없는 생각이 아닌 내가 이 분야에 재능이 있고 진지하게 임한다는 걸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운 좋게 필기는 합격했으나 그때 당시에 전 학생이었고 경험도 없고 돈도 없던 상태라 테이스팅부터 막막해지는 거죠. 그러다가 아르바이트하던 곳 사장님이나 친구들이 돈을 걷어서 저한테 지원을 해줬어요. 그 돈으로 와인을 사서 연습을 하고. 집에 와인 잔도 없어서 맥주나 주스 잔으로 와인을 따라서 공부하고요.

그리고 대회를 나가 본선 진출은 거의 가까스로 통과했는데 결국 결승에서 1등을 했습니다. 나라, 품종, 지역 등을 맞춰야 하는데 15개 중에 10개를 맞췄습니다. 약 9개 정도를 맞추고 2~3개 정도는 반만 맞췄어요. 그 계기로 집에 와인을 하겠다고 말할 수 있었고, 대회도 쉐라톤 호텔하고 연관돼 있어서 본격적으로 와인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 경험과 돈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엄청난 노력으로 우연한 기회를 '결실'로 맺게 되었다. <사진=소믈리에타임즈 DB>

Q2. 2015년도에 세계 소믈리에 대회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에 우승하시고 2016년도에 아르헨티나 세계 대회에 나가게 되었는데 그때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제 프로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때 당시 대회를 제가 정말 많이 나갔어요. 여러 번 우승도 해서 대회 자체에는 되게 익숙해 있었어요. 15년 대회 이전에 12년도에도 국가대표 부문 1위를 한 적도 있었고요.

하지만 대회 포맷은 매년 달라져서 생소했고, 난이도도 올라가던 시기였어요. 당시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수 일을 하며 서비스를 안 한 지 꽤 된 상태였고요. 바뀐 포맷은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 아니면 수행하기가 굉장히 힘든 면도 있어서 막막하기도 했어요. “과연 내가 여기에 출전해도 되는 걸까?” 하면서요.

그러다 많은 분이 응원도 해주셔서 나가게 되었는데, 남들이 보면 “쟤 뭐야?” 할만큼 전 많은 준비를 하지 못했어요. 개인적으로 준비한 시간도 별로 없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운과 그동안 겪었던 경험들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Q3. 이번 벨기에 대회에 나가는 국가대표 소믈리에분에게 조언하자면?

이미 능력이 출중하실 테니 제가 내용으로 조언할 건 없는 것 같아요. 굳이 한 가지를 뽑자면 ‘결과에 상관없이 후회를 가지지 않고 임하지 못 했던 것’. 제가 대회를 나갔을 당시를 되돌아보면 아쉬웠던 것입니다. 아르헨티나라 거리도 멀었고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준비하진 못한 것 같거든요.

그래서 ‘결과에 상관없이 후회 없이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해외에 1등 하는 소믈리에들을 보면 한 번에 덜컥 나가 우승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어요. 역대 우승자들보면 3~5번 정도 나가 출전해 1위를 하신 분들이 많은데 대회도 해본 사람이 잘하니까 경험이 중요하고 한 번에 좋은 결과를 끌어내기가 상당히 힘들죠. 좋은 결과가 나오면 더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3년 후, 6년 후 계속해서 도전해봤으면 좋겠고. 한 번에 되는 사람이 있어도 미워하지 말고(웃음).

(다음 편에 계속)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