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대표 소믈리에에서 현재 코스모엘앤비의 총괄사업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오형우 소믈리에'를 만났다. <사진=소믈리에타임즈 DB>

군대 말년 시절 우연히 봤던 와인 책을 시작으로 신문방송학과에서 본격적으로 소믈리에를 진로로 잡아 2015년 한국국가대표소믈리에대회 왕중왕전을 우승하고, 다음해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세계 소믈리에 대회에 국가대표 소믈리에로 참가하기까지 우연한 시작이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연을 자신의 노력과 열정으로 결실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믈리에타임즈에서 코스모엘앤비 총괄사업팀장 ‘오형우 소믈리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Q4. 소믈리에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A 제가 현직 소믈리에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서 현장에서 들으시는 분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잘 모르겠지만 제 생각엔 일단 소믈리에는 ‘서비스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서비스 정신’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와인을 드시든 소주를 드시든 물만 드시든 손님이 와서 식사를 마칠 때 까지 같이 계속 즐겁게 보조를 맞춰주는 러닝메이트 혹은 페이스메이커 같은 느낌?

소믈리에가 와인을 잘 알면 손님에게 추천해주거나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지만 그건 절대적인 건 아닌 것 같고 가장 중요한 건 서비스맨이라는 인식이 중요합니다. 이론이나 테이스팅은 그다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하신 소믈리에분들이 많은데 간혹 소믈리에가 서비스맨이라는 사실을 잊은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와인을 잘 안다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곤 하는데, 소믈리에라는 직업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해요.

사실 소믈리에라는 기준이 다양하거든요. 와인을 오픈하는 것만 도와주느냐, 그것도 소믈리에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사람들도 많고요. 우리나라 소믈리에와 와인문화 혹은 본인을 위해서라도 자기 계발이 필요한데 돈이나 노력이 많이 들어가요. 그렇다고 자기를 대접해주거나 연봉이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만족이죠. 자기 직업의 자부심과 명예를 가지고 일하고 있다면 그에 맞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 이 자리에 오기까지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도 존재했다. <사진=소믈리에타임즈 DB>

Q5.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의 인상 깊었거나 재밌는 일화가 있나요?

A 지금이야 재밌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당시 생각하면 곤란했던 경우들도 많죠. 대회 때 일화를 말해보자면 디캔딩할 때 초에 불이 안 붙어서 제한 시간은 계속 가는데 속으로 죽을 맛이었던 적도 있고요. 당시 대회 영상은 인터넷에서 볼 수 있어요. 2012년도 대회 당시 우승할 때는 한창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인데 저는 인솔교사로 갔거든요. 대회 신청은 했지만요. 그때 정말 학생들 챙기기도 바쁜데 준비도 못하고 앞치마랑 소믈리에 나이프도 안 가져와서 황급히 학생들 맸던 앞치마랑 오프너 빌리고 나간 적도 있고요.

또 예전에 일하면 와인을 마실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잖아요. 손님들이 좋은 와인들을 남기고 가실 때 잔에 기름이 막 붙어있고 더러운 잔이어도 경험을 위해 한 모금씩 마셔봤는데 주변에서 “안 더러워? 더럽지 않겠어?” 해도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때는 맛을 알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손님 잔반처리 하듯이 남기고 간 와인들을 마셔보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마지막으로 요즘에 전문가 뺨치는 높은 수준의 애호가분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지인분이 한 와인 카페의 제 테이스팅 노트를 올리고 싶다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몇 달 뒤에 궁금해서 확인해봤는데 악플이 정말 많은 거에요. “어떻게 이 와인을 이렇게 표현하지? 공감하지 못하겠다”라는 댓글들이요.

그때는 어리기도 했고 속상했어요. 얼토당토않게 평가하면 안 되겠지만 로버트 파커 같은 평론가들을 보면 “어, 이 와인 좋아 100점!”이라고 하면 남들한테는 90점 혹은 80점일 수 있지만 유명한 사람이 100점이라고 말하면 100점이 되잖아요. 사람들도 그렇게 믿고 심지어 와인 값도 오르고요. 평가하는 사람이 가지는 권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와인은 주관적인 거니까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게 내가 만약 레드와인에서 레몬 냄새가 난다고 해도 당신들이 믿게 될 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오기를 가지고 공부했던 것 같아요.

Q6. 현재 있으신 코스모 엘앤비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A 유럽 와인을 주로 수입하고 있어요. 컨셉은 서늘한 지역의 와인들, 요즘 지구 온난화 때문에 전 세계 기온들이 많이 올라가는데, 그래서 유럽의 부르고뉴, 보르도 와인들도 예전과 같지 않아요.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 와인들도 점점 진해지고 알코올 도수가 올라가는 추세들이 있어요. 그래서 이제 저희는 서늘한 지역의 와인들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저희 슬로건이 ‘Cool Wine From Cool Region'이거든요. 특히 프랑스의 부르고뉴가 가장 많고, 샴페인도 있고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와인도 있어요. 뉴월드라고 하더라도 기후가 서늘한 지역들의 와인들을 주로 수입하고 있습니다.

Q7. 그중에서 추천하는 와인을 뽑자면요?

▲ 오형우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빈터(Weingut Winter)' 와인 <사진=Weingut Winter 페이스북>

A 여름이다 보니까 레드보다는 화이트나 스파클링에 제일 반응이 좋은데 샴페인중에 ‘도비(Dauby)’라는 샴페인이 있어요. 샹파뉴에서도 세부 생산지역이 있잖아요? 그중에서 피노 누아 품종을 특히 잘 만드는 지역에서 만드는 샴페인 와이너리에요. 엄마랑 딸이랑 농사짓고 와인도 만들어 1년에 4만 병밖에 생산 안 하는 소규모 와이너리입니다. 참 여성적인 매력의 샴페인입니다.

화이트는 개인적으로 애정이 가는 브랜드가 독일 ‘빈터(Weingut Winter)’입니다. 이름이나 색도 그린 계열 화이트컬러의 시원한 느낌입니다. 이 와인을 생산하는 친구는 되게 젊은데 19살 때 시작해서 현재 20년 경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 지역이 사실 저가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이고 아버지도 그 방향으로 일을 하셨던 사람인데 그 사람이 조상들이 심어놓은 저가 품종 포도나무를 모두 뽑아버리고 비싼 포도나무 품종을 심었습니다. “내가 한번 퀼리티 위주로 변화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요. 현재는 독일 고급 와인 생산자 협회에도 속해있고 독일 미슐랭 가이드의 기념 디너에서도 메인 와인으로도 사용됐고요.

Q8.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A 와인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와인 수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와인들을 직접 선별해서 소개하겠다는 건 누구나 꿀 수 있는 꿈이거든요. 저도 그런 꿈이 있었고요.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는데 그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것보다는 제의를 받은 거라 많은 고민을 했어요. 제가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제가 무역이나 마케팅 홍보를 알고 있던 것도 아니고요. 와인 공부를 오래 한 것뿐이니까요. 고민 끝에 한 거니까 잘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와인 시장을 보면 다양하긴 한데 소비층이 사실 적잖아요. 마트에서 항상 보는 칠레 와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와인을 찾으셨으면 해요. 사실 관건은 가격이에요. 물론 저가 와인들도 나쁜 게 아니고 좋죠. 편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다양한 접근을 하지 못하고 특정 와인만 맛있는 와인이라는 인식이 생겨버리니까 그렇지 않은 품종들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점점 좁아지는 것 같아요. 익숙하지 않은 와인을 마시면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온다던가요. “피노 누아는 싱거우니 칠레 와인 가져와봐! 알코올 도수 높고 진한 거로!” 이런 것도 좋지만 그런 와인들과 다른 와인들도 함께 공존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회사의 목표도 현실적인 가격에 다양한 와인들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첫 번째는 회사의 안정, 두 번째는 바쁘다 보니까 공부를 잘 못 하게 되는데 조바심도 나고 이러다가 혼자만 도태되는 것도 아닌가 생각도 들어서 안정되면 공부를 해서 마스터 오브 와인같은 타이틀도 가져보고 싶고, 학생들과 일반 사람들에게 와인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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