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나 한 사라 떠올까?"

'사라'는 그릇을 뜻하는 일본어다. 회라는 단어 자체도 같은 뜻의 일본어인 '사시미'와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스시(초밥)와 사시미(회)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회하면 일본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세계 곳곳에 특색 있는 회 요리가 많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홍어회와 물회를 생각해보자. 외국에는 없는 우리나라의 회 요리다. 이번 달 솜대리의 한식탐험에서는 한국의 회와 다른 나라의 회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 우리나라의 회

회의 사전적 정의는 고기나 생선 따위를 날로 잘게 썰어서 먹는 음식이다. 날 고기를 썬 것도 회라고는 하지만 보통 회하면 생선회를 말한다. 날 것 그대로 자르기만 하면 되니 별다른 조리법이 필요 없을 것 같지만, 불만 사용하지 않을 뿐 회에도 여러 가지 가공 방법이 있다. 가공 방법에 따라 회의 식감과 맛, 외양까지 바뀐다.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살아 있는 생선을 바로 썰어 먹는 활어회다. 활어회는 탄탄한 식감이 특징이다. 살이 탄탄한 것은 사후 경직 작용의 결과다. 생선이던 동물이던 죽고 난 직후에는 몸 전체가 경직이 되어 살이 굳는다. 이 상태의 생선을 먹는 것이다. 반면 사후 경직이 풀릴 때까지 기다렸다 먹는 것이 선어회다. 선어회는 생선의 피를 제거하고 숙성시킨다. 이 과정에서 사후 경직이 풀려 살이 부드러워진다. 맛도 깊어지는데,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산' 성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숙성시킨 소고기의 맛이 좋은 것과 비슷한 원리다. 세 번째는 라임즙이나 식초 등 산성 재료에 재우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고기가 산성 재료와 만나 '익는다'. 색깔도 불에 익힌 것처럼 불투명해지고, 식감도 탄탄해진다. 

▲ 라임즙에 절인 시간에 따른 회의 변화. 오른쪽으로 갈 수록 절인 시간이 길다. (출처:www.seriouseats.com)

우리나라는 활어회를 주로 먹는다. 활어회의 쫄깃한 식감을 즐긴다. 선어회에 비해 풍미는 떨어지지만, 초고추장이나 쌈장을 곁들여 장맛을 더한다. 이러한 먹는 방법은 역사가 오래되었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전에는 초고추장 대신 겨자장을 곁들였다. 선어회를 주로 먹는 일본의 먹는 방법과는 대비된다. 일본에서는 생선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강한 소스는 곁들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활어회를 먹는만큼 그에 맞는 먹는 방법이 발달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는 여러 가지 회 요리가 있다. 채 썬 회와 야채를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찬물을 부어 먹는 물회는 동해안과 제주도의 향토음식이다. 전라도에는 홍어를 삭힌 후 먹는 홍어회가 유명하다. 잔칫날에는 홍어회가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날생선이 아닌 회 요리도 있다. 숙회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친 음식이다. 문어숙회나 오징어숙회가 보편적이나, 생선이나 야채도 숙회의 재료로 쓴다. 고기도 회로 먹는다. 다만 생선회와 구분하기 위해 반드시 접두사를 붙인다. 소고기로 만든 것은 '육회', 닭고기로 만든 것은 '닭고기 회'라고 한다.

▲ 채 썬 쇠고기를 양념에 버무려 만든 육회

세계 곳곳에도 독자적인 회 요리들이 있다. 유럽에는 '카르파초'가 있다. 얇게 저민 날생선(혹은 날고기)를 올리브유, 케이퍼, 소금, 후추 등과 함께 내는 요리다. 이탈리아의 음식이지만 다른 유럽 지역에서도 많이 먹어왔다. 메인 코스를 먹기 전에 애피타이저로 먹는다. 중남미에는 '세비체'라는 회 요리가 있다. 깍둑 썰기한 회를 레몬즙이나 라임즙에 절이고 양파, 고추, 고수 등과 버무려 낸 음식이다. 동남아도 빠질 수 없다. 필리핀의 '키닐라우'는 세비체처럼 산성 재료에 절인 회 요리다. 식초에 생선회나 조개류를 절여 만든다. 요즘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포케'도 있다. 하와이 음식으로 토막 낸 고기를 간장이나 소금에 절였다가 야채, 밥과 함께 먹는 요리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회하면 일본이다. 날생선을 워낙 많이 먹을뿐더러, 자국 회와 초밥의 세계화를 위해 일찍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일본은 불교를 국교로 삼으면서 7세기부터 19세기까지 무려 1,200년간 육식을 금지했다. 고기를 대신해 생선으로 단백질을 섭취했고 덕분에 각종 생선 요리가 발전했다.  

▲ 일본의 초밥

사실 요리로서의 회가 가장 먼저 발전한 것은 중국으로 추정된다. 고대 중국에서는 회가 인기 있는 음식이었다. 고대 중국에서 시작된 '회자되다'라는 표현만 봐도 알 수 있다. '회자'는 회와 구운 고기다. 회와 구운 고기처럼 자꾸 입에 붙는(오르내리는) 화젯거리가 되었다는 뜻이다. 고기만큼 회를 즐겨먹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송나라 때까지 회는 인기 먹거리였다. 하지만 명나라 때부터 회에 대한 기록이 사라진다. 임진왜란 때는 명에서 온 지원군들이 회를 먹는 한국인들을 보고 기겁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토록 유행했던 회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데에는 전염병이 한 몫했다는 설이 있다. 전염병이 크게 유행하면서 날 것을 먹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회는 익히지 않기 때문에 기생충이 그대로 남아있거나 상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과거에는 회를 먹는데 제한이 많았다. 하지만 사회와 기술이 발전하면서 계절과 지역에 관계없이 회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지역의 생선과 조리법이 섞일 수 있게 되었다. 회나 초밥 하면 연어회, 연어초밥을 빼놓을 수 없지만 사실 일본 회 요리에 연어가 쓰인지는 몇십 년 되지 않았다. 일본에서도 연어를 많이 먹어왔지만 날 것으로는 먹지 않았다. 20세기 들어 북유럽에서 연어의 공급이 남자 새로운 시장으로 일본을 개척한 것이다. 생연어를 먹지 않는 일본인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고 한다.

▲ 스웨덴 한 식당의 망고 연어 포케

필자는 북유럽에서 김치 연어 포케를 만난 적이 있다. 유명 음식점의 인기 메뉴였는데, 하와이의 음식 포케에 북유럽의 연어, 한국의 김치를 섞은 퓨전 음식이었다. 저 열량 고단백 음식으로 회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유행이 거세질수록 회 요리의 변화와 발전도 빨라지고 있다. 회 요리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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