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쌀집 <사진=소믈리에타임즈>

[칼럼리스트 박성환| 밥소믈리에] 쌀집은 어디로 ?

어릴 땐 어머니께서 쌀을 사실 때는 항상 동네 쌀가게에 전화를 거셨습니다. 그러면 쌀가게 사장님께서 쌀을 배달해 주셨습니다. 어린 저는 학교 앞에서 산 병아리 모이로 줄 [조]를 사기 위해 쌀가게를 따라 간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뭔지 모를 먼지 냄새처럼 느껴지는 특유의 냄새가 있었고, 희한하게 생긴 추가 달린 저울들 그리고 곡물의 이름이 적혀져 있는 팻말이 꼽혀 있는 큰 통 안에 여러 가지 곡물들이 각 각 들어있었다.

제가 살았던 곳은 농촌도 아닌 작은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동네에 내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쌀가게가 있었습니다. 쌀집이라고 불렀지만 아마 간판은 OO 양곡상회였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도시에서 쌀 가게가 거의 다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쌀집들이 보이지가 않아서114로 조사를 해보았더니 업태로 서울시내 미곡상으로 나오는 곳은 약 200여 곳 정도 있었고, 그리고 포털 서비스 지도 검색을 해보면 약 240여 곳 정도 검색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몇 곳을 찾아가 보았더니 간판만 남아 문을 닫은 것처럼 보이거나, 아니면 다른 업태로 가게가 바뀐 곳이 상당수였습니다.

서울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쌀집을 찾고 싶어서, 서울 중앙시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 국내 최대규모의 양곡 도.소매시장(서울 중앙시장) <사진=소믈리에타임즈>
▲ 서울 중앙 시장 쌀집 모습 <사진=소믈리에타임즈>

서울 3대 시장 중의 하나인 서울 중앙시장은 과거 한때 우리나라 쌀 유통량의 70%를 차지했던 양곡 시장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최대규모의 양곡시장이라는 간판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나도 낡고 초라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1950년대부터 생긴 시장이라고 했으니 오래된 쌀집은 한 50~60년 된 곳도 있으리라 여기고 찾아가 보았지만,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980년대 양재동 양곡 도매시장이 생긴 것이 원인으로 서울 중앙시장은 급속하게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새로 만든 양재동 양곡 시장 역시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게 됩니다.  2000년대 들어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2014년에는 이르러, 일년 거래량이 고작 3만 톤 밖에 되지 않아 결국은 서울시가 양재동 양곡시장의 이전을 확정했기 때문입니다. 

낡고 지저분한 환경, 즉석 도정기, 쌀 분석 장비, 포장 설비 하나 없는 가게. 시대는 계속 변화하는데 이렇게 따라오지 못하니 결국 그 자리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인터넷 직거래 매장에 내어 줄 수 밖에 없는 것이었겠죠.

요즘 시대의 소비 패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대형마트 이외에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는 곳이 거의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거리에 쌀집들이 남아 있는 곳도 있지만, 다 노후되어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는 곳은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 대형마트 쌀 매대 <사진=소믈리에타임즈>

인터넷의 공간은 직접 쌀을 재배하는 생산자와 바로 연결해 주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직접 쌀을 볼 수도 없고, 게다가 저렴하게 팔기 위해 품질이 좋지 못한 쌀이나 수입쌀과 혼합해 팔아 버릴 경우 알 길이 없습니다.

현재 정부에서는 수입쌀과 국산쌀의 혼합 판매 및 재포장 유통을 금지하는 양곡관리법개정안이 발의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시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우리 쌀 산업과 소비자의 보호를 위해 수입쌀과 국산쌀의 혼합 판매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왜 이런 쌀들이 판매가 되고 있을까요? 그건 우리 모두의 잘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은 좋은 쌀에는 그만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저 싼 거만 찾고, 판매자는 어떻게 이득을 취하기 쉬운 쌀을 만들어 내려고 수입쌀과 섞어서 팔았을 것이겠죠.

요즘 장보는 주부님들이나 젊은 분들, 과일이나 야채는 잘 보고 고르지만, 과연 쌀은 잘 보고 고를 수 있을까요?

좋은 쌀을 제안해주시거나, 아니면 내가 원하는 쌀을 살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전문가들이 너무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대형마트에 가면 쌀을 파시는 판매 직원들이 있긴 하지만. 그냥 즉석 도정기에 쌀을 도정해 주시는 정도지, 전문가 분들이 아닙니다.

사는 소비자도 좋은 쌀이 뭔지 잘 모르고, 파는 판매사원도 잘 모릅니다. 그러니 정말 좋은 쌀, 정말 좋은 밥맛을 알 수 있을까요?

서울 중앙시장 바로 옆 24시간 화려한 동대문 시장을 보고 있으니 더욱더 서글퍼 지는 건 왜일까요?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108@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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