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에서 김치는 낯선 음식이 아니다. 20세기 초 고려인들이 이 지역으로 강제 이주당하면서 김치를 들여왔고, 지금은 일반 우즈베키스탄인들에게도 익숙한 음식이 되었다. 피클을 먹을만한 때에 김치를 먹곤 한다. 실제로 많은 경우 김치는 영어로 Pickled cabbage, 배추 피클이라고 부른다. 김치를 피클, 즉 절인 야채의 한 범주라고 생각하면 김치가 외국인들에게도 완전히 새로운 음식은 아니다.

다른 나라에도 다양한 절인 야채 음식들이 있다. 김치와 세계 각국의 절임 야채는 어떻게 비슷하고 어떻게 다를까? 세계 음식 속의 김치에 대해 알아보자.

▲ 우즈베키스탄 시장에서 팔고 있는 김치

야채를 절이는 것은 아주 오래된 음식 보관법이다. 음식을 부패시키는 세균들은 소금기에 약하다. 반면 발효의 주역인 유산균은 소금기에 상대적으로 강하다. 그래서 음식을 절이면 음식을 부패시키는 균보다 유산균이 먼저 번식한다. 그 유산균이 먹거리(당)를 선점하고, 여러 가지 향균 물질을 배출하면서 해로운 균들은 더더욱 번식하기 어려워진다. 결과적으로 음식이 부패하지 않는다. 냉장시설이 없던 과거, 이러한 발효 과정은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발효 절임 야채가 발전했다.

다른 나라의 절임 야채를 잠깐 살펴보자. 우선 가까운 일본에는 쯔께모노가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단무지도 쯔께모노의 일종이다. 피클은 유럽이나 아시아 등지에서 널리 먹는 절임 채소다. 오이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올리브도 절임 채소의 일종이다. 그냥 먹으면 쓴 맛이 강해서 쓴 맛을 빼고 오래 보관하기 위해 소금에 절여 발효시켜 먹는다. 사우어크라우트는 김치와 자주 비교되는 절임 야채다. 사우어크라우트는 독일어로 '신 양배추'라는 뜻으로, 양배추를 얇게 썰어 소금이 절인 후 발효시킨 음식이다. 독일 및 동유럽 지역에서는 한국인이 김치를 먹는 것만큼 사우어크라우트를 자주 먹는다.

▲ 독일의 김치라고 불리는 사우어 크라우트, 많은 음식에 곁들여 먹는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절임 야채는 김치다. 위에서 언급했듯 김치도 처음에는 단순히 소금에 절인 야채였다. 조선시대에 김치를 뜻하는 단어 중 하나였던 침채는 채소를 소금물에 담근다는 뜻이다. 절인 야채에 여러 가지 향신료와 부재료를 더하면서 오늘날의 김치가 되었다. 김치 하면 부재료인 고춧가루에서 오는 빨간색, 매운맛 등을 특징으로 떠올리기 쉽지만, 김치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발효식품이라는 점이다.

김치를 만들고 보관하는 과정 곳곳에는 발효의 과학이 숨어있다. 김치를 담글 때는 밀가루나 쌀가루 풀을 쑤어 넣는다. 설탕도 빠트리지 않고 넣는다. 이는 맛을 내기 위해서라기보단 유산균이 잘 번식할 수 있도록 유산균의 먹거리를 넣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김치를 통에 넣을 때는 바깥 줄기로 김치를 잘 싸맨 후 꼭꼭 눌러서 보관한다. 해로운 균들은 산소가 있으면 잘 번식한다. 김치를 국물에 담그고 겉껍질로 싸매 공기에 노출되지 않게 하면, 유산균만 자라고 해로운 균들이 자라지 않는다. 

▲ 김치를 꼭꼭 눌러 담아 최대한 공기에 노출되지 않게 보관한 모습

발효 절임 야채들은 여러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유산균이 만들어 내는 젖산 때문에 신맛이 나고, 비슷한 발효의 과정을 거친다. 다른 발효 절임 야채와 김치의 다른 점을 꼽자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양념을 다양하게 쓴다. 다른 절임 야채에도 소금 외에 허브 (피클), 버터밀크 (사우어크라우트) 등 여러 부재료를 쓰긴 하지만 김치에 비할바가 안된다.

무엇보다도 김치에는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다. 젓갈, 나아가 굴이나 생선 등을 함께 넣는다. 동물성 재료가 함께 발효되면서 김치에 독특한 감칠맛을 더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동물성 재료는 젓갈로, 식물성 재료는 피클로 따로 발효시키기는 해도 둘을 함께 발효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두 번째는 발효 온도이다. 찬장에 보관했던 외국의 다른 절임 야채들과 달리 김치는 땅에 묻은 독에 보관했다. 땅에 깊게 묻은 독은 섭씨 1도의 온도를 유지한다. 김치에 번식하는 유산균은 섭씨 1도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 김치를 적정 온도에 보관하기 위한 지혜로운 방법이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낯선 음식 보관법이다. 그래서 과거 외국인들을 우리가 김치를 독에서 꺼내는 모습을 보고, 땅을 파먹는다고 오해하기도 했다고 한다.

냉장시설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더 이상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 야채를 절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절인 야채는 건강식품으로, 미식의 대상으로 또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발효식품의 효능이 주목받게 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유산균은 장 안에서 해로운 세균의 번식을 막아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그래서 절인 야채들도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식 업계에서 주목받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발효식품은 같은 재료를 쓰더라도 발효하는 환경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그 매력에 셰프들과 미식가들이 건강식품에 주목하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그 식당만의 발효식품 개발에 골몰하곤 한다. 

▲ 미국의 유명 잡지 Health 에서는 세계 5대 건강 식품으로 김치를 뽑기도 했다.

새로운 발효식품에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발효과정에서 나는 시큼한 냄새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김치는 특히 심하다. 시큼한 냄새에 생마늘과 매운 고춧가루의 냄새까지 더해 적응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치는 해외에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 문화의 인기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한국 김치에 대한 관심은 결국 세계 시장에서 발효식품의 높아진 인기를 보여준다.

김치를 알리는데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외국의 발효식품에 관심을 기울여보면 어떨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그들의 트렌드에 동참하고 그들의 음식을 먹어보는 것은 김치를 더 널리 알리는데도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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