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태경 전통주큐레이터

[칼럼니스트 조태경] 술을 빚고 있습니다. 와인, 맥주, 사케, 전통주 중에서도 전통주 빚는 것을 일로 삼고 있는 여자입니다.

전통주를 떠올리면 막걸리가 먼저 생각나시겠죠? 흔히들 알고 계시는 동동주(부의주,浮蟻酒)도 빚고요. 삼기키에 애석할 정도로 술 맛이 좋다는 석탄주(惜嘆酒), 연꽃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연꽃향기 난다는 하향주(蕸香酒) 같은 술도 빚고 있습니다. 술 이름이 생소하시겠지만, 사라진 전통주의 종류가 850여 가지나 된다면 믿으시겠어요? 새콤달콤한 맛과 감칠맛이 특징인 동동주도 있고 부드럽고 시원한 참외 향기가 나는 석탄주도 있으니, 저로써는 하나하나 맛 보여드리지 못하는 것이 애석할 정도입니다.

전통주에서 배 향기가 난다고? 반신반의 할거라 짐작되지만, 위 내용들은 팩트(fact, 사실)입니다. 저는 처음에 믿지 못했어요. 눈으로 코로 입으로 느끼지 않고서는 말이죠. 전통주의 향기는 ‘누룩냄새’이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2012년 정확히 이맘 때 쯤으로 기억해요. ‘전통주의 본래 향기는 참외, 바나나, 수박, 배 등의 과실과 꽃 향기입니다.’라는 강의내용을 접하고는 무척 혼란스러웠습니다. 전통주에서 와인에서나 맡을 수 있는 과일과 꽃 향기를 맡을 수 있다니 믿어지시나요? 20년 이상 ‘전통주 연구와 복원에 몸 담아 오신 분’께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2008년에는 배우 배용준이 와인 소믈리에와 동행해 전통주(동정춘)을 맛보고는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얼마나 대단한 술이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그 눈물의 전통주을 맛 볼 수 있다는 정동의 한 주점을 찾아갔습니다. “혼자 오셨나요”. “네”, “주문하시겠어요?”. “아.. 잔술이 있네요. 이걸로 주세요.” 주말 점심이 지난 시각에 여자 혼자서 칵테일도 아닌 전통주 한잔이라니.. 그 시각 손님은 저 혼자뿐이었습니다. 일단, 눈으로 날카롭게 보았어요. 크림 화이트, 그리고 가볍게 흔들어 코로 가져갑니다. “아! 이건 뭐지?” 하고 느끼는 순간 한 모금 마셨어요. 시원한 배 향기와 당기는 감칠맛까지 마침내 삼켰습니다. 목줄 기를 타고 방울방울 흘러 온몸에 퍼지는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어요. 바를 나와 저는 무작정 걸었습니다. 내가 맛보고 느낀 것이 뭐였는지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습니다. 뭔가가 머리를 한번 강타한거였어요. 그날의 감동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겁니다.

왜 있지 않으신가요? 한번쯤은.. 마치 대학 신입생 때 강의실에 들어오는 한 선배에게 시선이 꽂혀 시간이 멈춘 듯한 경험 말이에요. 그래서 그 과목은 더 열심히 공부하고 그 선배는 뭘 좋아하고 또 어떤 동아리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고 그래서 알아가게 되잖아요. 그렇게 전통주가 제가 왔습니다.

무언가를 열렬히 원하면, 마치 그것은 본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이 몰입이 최고조에 이를 정확히 그 때에 눈앞에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것이 저에게는 전통주였고 여러분들에게는 또 다른 무엇이겠지요. 이런 전통주를 보여드리고 싶고 또 공유하고 싶습니다.

‘술 빚는 여자 36.5’ 에서는 365일 1년 동안 빚고 빚은 다양한 전통주를 보여드릴까해요. 어떻게 빚고, 왜 빚고, 누구와 어디서 마셨는지를 술 빚는 여자가 소소하게 따뜻하게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하루하루는 열정적으로 살고, 전체 인생은 물 흐르듯 흘러가도록 두렵니다. 아모르 파티(Amore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 처럼요.  인생도 술도 빚는 여자로 찾아가겠습니다. 다음에 만나요!

[칼럼니스트 소개] 전통주 소믈리에 조태경은 대학원에서 전통식문화와 전통음식을 공부했고 현재는 사)한국전통주연구소에 재직해 전통주를 배우며 관련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학원 재학 중에 사회적 기업과 슬로푸드 운동에 관심을 가진 것을 계기로 나눔과 공유할 수 있는 삶을 고민하고 있다.

2008년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인증 ‘마스터소믈리에자격’을 취득하였고 식음료에 관심을 가지고 바리스타 및 한식, 일식 등의 자격증도 이후 취득하였다. 2015 유네스코 지정 강릉단오제 신주빚기대회에서 ‘연화주’로 장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칼럼문의 조태경 전통주큐레이터 ebl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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