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폴리, 글로벌 와인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회사 인수합병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와인폴리(Wine Folly)가 2019년도 4월에 GWDB.io 라는 회사를 인수·합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Global Wine DataBase’의 약자인 GWDB.io 라는 회사는 원래 전 세계 알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비전을 가진 ‘블랙스퀘어(BlackSquare)’라는 회사 내부에서 인큐베이팅에 있던 회사로 이번에 와인폴리와 합병하면서 전 세계 와이너리로부터 와인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API 형태로 제공할 예정이라 합니다.

▲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와인 입문자 서적 중의 하나인 와인폴리. 인포그래픽 개념 도입해 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

GWDB.io는 현재 전 세계 와인 업계가 처한 현실 중 와인 관련 데이터베이스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지적했습니다.

  • 소비자와 유통 과정에서 각각 필요한 정보의 부재

  • 와인 각종 사진, 지도, 산지 정보 등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의 검색 어려움과 부정확한 정보

  • 사실에 기반한 지역 관련 정보 (팩트 기반의 와이너리 정보)

  • 와인 정보의 글로벌 스탠다드 부재

  • 디지털 형태가 아니거나 공유가 어려운 종이와 PDF로의 공유 방식

  • 의도적이건 그렇지 않던 여하튼 잘못된 와인 정보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는 솔직히 오래 걸리는 일이고 와인서처와 비비노와 같은 회사들은 각각 20년, 10년씩 투자를 해오면서 그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왔지만, 당연히 그들은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를 그들의 자산이라 생각하고 공개하지 않고 폐쇄적으로 운영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 GWDB.io에서 언급한 전 세계 와인 정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

이에 신생기업인 와인폴리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해하기 쉬운' 인포그래픽 부분의 능력과 ‘와인메이커를 통한’ 와인 데이터베이스를 잘 구축해서 이를 유통시키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GWDB.io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은 와인메이커가 한 번만 입력하면 (One Source), 다양하게 사용(Multi Use)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한국/일본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콘텐츠 관리 시스템 개발회사에서 오랜 시간 동안 근무했었기에 이러한 의도가 어떤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었고, 그 기본 취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동의하는 바이고 무엇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GWDB.io가 넘어야 할 여러 가지 난제들

개인적으로 GWDB.io의 기본 사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그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첫째, 과연 와인메이커들이 해당 와인 데이터를 제대로 입력하겠느냐 라는 의문입니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농부'입니다. 1년 내내 포도 농사로 바쁜 분들입니다. 물론, 비교적 ‘상당히 상업적인' 와이너리들의 경우에는 현란한 그래픽과 내용으로 구성된 웹 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지만, 제가 경험한 와이너리들의 웹사이트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 필자가 좋아하는 부르고뉴 도멘 중의 하나인 필립 샤를로팽의 웹사이트. 누가 이 회사 웹사이트를 보고 그렇게 환상적인 와인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이런 경우, 자체적으로 정보성 성격을 가진 웹사이트로 구성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그 노력을 해줘야 하는데 와이너리가 아닌 제3자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샤를로팽의 예를 들자면, 부르고뉴 협회 같은 곳이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죠.

▲ 부르고뉴 협회 웹사이트 화면.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습니다. 앞선 샤를로팽 처럼 개별 와인메이커들이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면 이러한 협회 같은 곳에서 대행해줬으면 좋겠지만, 협회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이런 단기적으로 ‘돈 안되는’ 일에는 투자하기 보다는 '프로모션'에 더 힘을 쏟는 경향이 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 이미 웹사이트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 GWDB.io를 위해서 또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합니다. 만에 하나 혹시 그들이 웹사이트를 가지고 있다면, 웹사이트 제작 혹은 업데이트 이후에, GWDB를 위해서 한 번 더 데이터를 입력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GWDB.io에서 해당 와이너리를 위해서 데이터를 자동으로 가져가는 ‘크롤링(Crawling)’ 할 수 있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들이는 노력에 비해서 얻는 부분이 별로 없어 현실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들은 이미 와인서처나 비비노와 같은 곳에 와이너리로 등록되어 관련된 내용을 관리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죠.

어딘가 ‘한 번만’ 입력하면 되는 그런 곳을 찾아야 하는데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슈 등으로 인해서 그 ‘한 곳'이 GWDB.io가 아니게 되면 참 어려운 일이 됩니다.

셋째, 누구에게 그 비용을 과금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 GWDB.io의 과금(Pricing) 모델. 뭔가 명확하지 않고, 애매한 부분이 많음.

현재 GWDB.io의 과금(Pricing) 모델은 약간 애매합니다. 기본적인 정보는 무료로 처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조직/회사를 뜻하는 Organizations와 API Access 등에 대한 부분 등이 명확하지 않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직 비공개 테스팅 (Private Beta) 단계라고 해서 정확한 파악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밖에 해당 데이터의 소유권 및 업데이트 관련된 이슈들도 존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대한 부분은 다음에 한 번 더 논의할 자리가 있을 것이니 그때 언급하기로 하겠습니다.

와인폴리의 새로운 시도는 과연 성공할 것인가?

저 역시도 현재 준비 중인 서비스가 기존에 있는 많은 와인 관련 데이터 소스들을 레퍼런스 하면서 접근하고 있기에 와인폴리의 새로운 시도인 GWDB.io가 향후 어떻게 발전되어 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와인 정보 관련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기 위한 ‘WineML (Wine Markup Language)’ 같은 표준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즉, 와인의 ‘검색’에서 출발한 와인서처와 비비노와는 다르게, 와인의 ‘콘텐츠’로 시작한 와인폴리의 새로운 시도가 과연 기존 강자들을 해체해 나갈지 아니면 반대로 매몰되어 갈지 그 여정을 지켜보는 것도 같은 업계에 있는 저에게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와인서처와 비비노 뿐만 아닌 와인폴리 그리고 와인폴리가 새롭게 시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장의 한계, 언어의 한계 그리고 생각의 한계를 느끼곤 합니다. 와인을 잘 만들고 아니고의 문제도 아닌, 와인에 대한 정보를 기존과는 다르게 보고 이를 도전해 가는 모습이 왜 우리에겐 없는 것인지 많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언젠가 저도 국내 수입사 대표님들과 협력해서 국내에서 취급되는 모든 와인들에 대한 정보를 한 곳에 모으고 서비스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필자는 한메소프트,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등 IT 분야에서 비정형 데이터 관리와 일본 전문가로 활동하다 2019년에 와인과 IT의 결합을 주제로 (주)비닛 창업하여 서비스 준비 중인 스타트업 대표이다. WSET Level 2를 수료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양재혁 iihi@vin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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