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와쌉(와인을 싸게 사는 사람들) 카페에서 흔히 올라오는 가격 문의 댓글. 비생산적인 일의 반복이 이뤄지고 있다.

필자가 와인을 접하면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가격'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이 가격 이슈는  와인 업계에서는 건드리면 안되는 ‘성스러운 소'와 같은 존재로 누구도 건드리면 안되는 일종의 ‘불문율'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위의 화면처럼 와인에 대한 소개를 하고 가격에 대한 표시를 하면 안되고, 쪽지로 보내는 일을 ‘반복'하고 있더군요. 댓글 갯수로 보면 158번 이루어졌고, 해당 와인샵의 매니저는 와인에 대한 가격 정보를 약 80번에 가까운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죠. 아무리 복사해서 붙여넣기 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아니 쪽지로 물어보면 가격을 알려줄 것이라면 굳이 가격을 표시하지 않는 것을 왜 못하게 하는 것인가? 혹자는 해당 사람이 구매고객인지 아닌지 구분해서 보낸다고 하는데 대부분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가격을 해당 게시물에 표시하는 것과 물어보면 알려주는 것과 도대체 뭐가 다르다는 것일까요? 아무런 제약 사항 없이 가격을 알려주는 것이라면 굳이 저런 반복적이고 비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화, 문자로 문의해라 라고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 국세청 고시 정보에서는 가격 표시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혹자는 가격을 표시하면 안된다고 하는 고시를 봤다고 하길래 찾아 봤지만, 해당 내용은 보이지 않고 ‘소비자들이 주류 전자상거래가 가능하다고 오인할 수 있는 쇼핑백, 장바구니 등의 기능' 이라고 표시를 했지, 가격에 대한 이야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가격은 법적 이슈가 아닌 유통 구조 상의 이슈로 보입니다.

반복적인 것은 컴퓨터에게

앞에서 살펴본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당 웹 사이트에 ‘가격'을 공개하는 것입니다. 무슨 비밀도 아닌데 그렇게 어렵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그래도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가격'을 공개하는 일입니다.

와인샵에서 근무하는 매니저들의 일상적인 일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 먹는 일은 바로 택배 배송과 관련된 부분이고 끊임없이 물어보는 ‘재고 여부 확인'과 ‘가격에 대한 확인' 부분인데 이러한 부분들을 챗봇(Chat-bot) 이라고 하는 기술을 도입해서 진행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챗봇 개발 도구인 오픈빌더

기본 동작원리는 많은 와인샵들이 진행하고 있는 플러스친구로 사용자들을 추가하고, 소비자가  ‘케이머스 가격' 이라고 입력하면 챗봇이 해당 와인의 가격 정보를 읽어와서 가격을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물론, 가격 정보는 시스템이던 데이터베이스 파일이건 액셀 파일이건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어야 합니다. 수백개의 정보를 자동으로 읽어서 적절하게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니 와인샵 매니저는 일상의 일에서 좀 벗어나고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챗봇의 하나의 예시. 와인의 이름과 가격을 대화하듯이 입력하면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와인의 빈티지와 가격을 가지고 와서 표시해줄 수 있다.

물론, 변변한 웹사이트 하나 제대로 없는 와인샵들이 많은 현재 상황에서 이러한 챗봇을 만들어서 서비스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러한 부분을 서비스 형태로 쉽게 만들어서 ‘와인샵 별로' 따로 제공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현재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가격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가 던지는 질문에 적절히 반응해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로 개발하고 있고,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 템플릿과 구매자와 비구매자 등의 구분 등 회원 별 차별화된 메시지 역시 제공할 예정입니다.

▲ 일본 이온AEON 그룹에서 도입 중인 웹 소믈리에. 챗봇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쉽게 와인을 찾을 수 있도록 AI 기술을 이용해서 와인을 추천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 와인 관련해서 우리 나라 신세계 L&B와 같은 포지션에 잇는 이온(AEON) 그룹에서는 이러한 챗봇을 통한 와인 추천 등을 하는데 적극적으로 뛰어 들고 있습니다. 같이 할 요리와 조건을 입력하면 AI기술과 챗봇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4천 개 항목 중에서 적절한 와인을 제안한다고 하네요.

카카오톡 플랫폼을 좀 더 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하길

우리 나라에서는 카카오톡을 거의 대부분 사용하고 있고 와인공간이나 서울숲와인와인아울렛, 와인문, 와인스아울렛 등 카카오톡에서 플러스친구를 운영하는 와인샵들이 많이 있고 그 숫자 역시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선 카카오 챗봇은 기본적으로 플러스친구를 통해서 가능하므로 플러스친구를 아직 운영하지 않고 있는 와인샵이라면 미리미리 준비해 두기 바랍니다. 아직도 문자 메시지로 이벤트 정보를 보내는 와인샵들이 많은데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보내서 비용 절감도 해보시기 바랍니다.

카카오톡을 단순히 문자를 주고 받는 역할이 아닌 마케팅의 플랫폼으로 여기고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길 기대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그렇게 활용하고 있는 와인 업계 관련 기업은 없어서 아쉽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러한 부분에 대한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서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필자는 한메소프트,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등 IT 분야에서 비정형 데이터 관리와 일본 전문가로 활동하다 2019년에 와인과 IT의 결합을 주제로 (주)비닛 창업하여 서비스 준비 중인 스타트업 대표이다. WSET Level 2를 수료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양재혁 iihi@vinit.io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