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환 밥소믈리에

요즘 주부님들은 매우 꼼꼼합니다. 후면 표기사항을 하나하나 보면서 유통기한은 얼마나 남은 상품인지, 원산지는 어디인지, 어떤 원료를 사용했는지, 어떤 첨가물이 들어있는지 매우 자세히 보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한발 더 나아가 그 원료가 어떤 원료인지 제조회사에 연락해서 확인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쌀은 어떤가요? 예전에 비해 도정일을 꼼꼼히 보거나 아니면 즉석 도정 코너에서 바로 도정해서 드시는 분들도 점점 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쌀 포장지에 적혀있는 표시사항을 보시고 그 내용을 이해하시는 분들 얼마나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아마 쌀(양곡) 표기사항 보다 와인 라벨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 쌀 포장지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 것인지 상세히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그 전에 문제를 하나 내볼 테니 한번 맞춰보세요.

Q. 현재 쌀의 등급표시는 어느 것일까요?

   1) 1~5등급으로 5 단계로 나뉘어 진다.
   2) 특, 상, 보통으로 3 단계로 나뉘어 진다.

정답은 2)번입니다. 과거에는 1~5등급으로 구분하던 것을 2013년11월 양곡표시제가 간소화 되어 3단계로 바뀌었습니다.

그럼 도대체 어떤 쌀들이 [특]이고 [상]이고 [보통] 인지 아시나요?
그럼 이해를 돕기 위해 표를 통해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쌀 등급 기준표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이게 기준입니다. 하지만 이 표만 보고 몇 분이나 아실까요?
그럼 다시 상세히 각각의 용어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1) 수분 :  105°C 건조법 또는 이와 동등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에 의해 측정한 함수율을 말합니다. 좀 더 설명을 드리면 쌀의 수분은 15~16%가 가장 밥맛이 좋은 상태입니다. 수분이 높으면 상하기 쉬우며 너무 낮으면 쌀이 깨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최근 쌀 저장 설비들이 좋아 대부분의 주식용 쌀은 15~16% 정도 입니다.

2) 싸라기 : KS A 5101-1(금속망체) 중 호칭 치수 1,7mm 금속망체로 쳐서 체를 통과하지 못한 낟알 중 그 길이가 완전한 낟알 평균길이의 3/4 미만인 것을 말합니다.

3) 분상질립 : 체적의 1/2 이상이 분상질 상태인 낟알을 말합니다.

4) 피해립 : 오염된립, 병해립, 충해립, 발아립, 생리장해립, 적조 및 흑조가 낟알 길이의 1/4 이상 부착 된 것을 말합니다

5) 열손립 : 열 등에 의하여 변색 또는 손상된 낟알을 말하며 미립표면적의1/4 이상이 주황색으로 착색된 것을 말한다.

6) 기타이물 : 쌀 이외의 돌, 플라스틱, 유리, 쇳조각 등 고형물과 이종곡립 (쌀 이외의 곡립) 을 말합니다

이렇게 설명해 드리면 어떠신가요? 그렇게 알기 쉽진 않으시죠?
이런 자세한 내용 다 필요 없습니다.

양곡표시제가 개정되기 전 1등급은 지금은 [특], 2~3등급은 [상], 4~5등급이 지금의 [보통]입니다.

만약 [보통] 등급이라면 그건 밥맛이 좋은 쌀이 아닙니다. 가공용 쌀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 저렴한 편의점 삼각김밥용 쌀도 그 보다 좋은 쌀을 사용합니다. 싸라기가 약 2할 가까이 들어있어도 [보통]이라니 여기서의 [보통]은 [보통]이 아니라 ‘하’급입니다.

그럼 [상]은 어느 정도 일까요?
평범한 식당에서 먹는 쌀? 보통 도시락 업체에서 사용되는 쌀들의 수준입니다. 딱 편의점 도시락 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것이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기에는 보통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냥 식당 밥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특]은 어떨까요?
저렴하게 나온 기획상품들은 제외하면, 마트나 백화점에서 팔고 있는 대부분의 쌀이 다 [특]입니다.

가정에서 직접 사서 드시는 쌀들의 대부분 아마 다 [특]일 것입니다. 밥을 지어 드셔보시면 당연히 맛있습니다만, 하지만 너도 나도 다 [특]인데 정말 특별한 쌀이 있다면 구별할 수 있을까요? 이것도 저것도 다 [특]이니 변별력이 없는 거죠. 대학 수능 시험이 이런 수준이었다가는 난리가 나겠죠.

정말 맛있는 쌀이 있다고 한들 알 수가 없는 것이죠. 너도 나도 다 [특]인데 누구를 위한 기준인지, 쌀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관점은 하나도 고려가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양곡표시 가이드 <사진=농림축산식품부>

그리고 쌀 포장지를 자세히 보면 단백질 함량이 있습니다. 웬 단백질? 궁금하시지 않으신가요? 쌀은 거의 대부분이 탄수화물인데 왜 단백질 함량을 표시할까요? 그런데 함량이면 (%)로 나타내야 하는데 수, 우, 미 입니다. 무슨 성적표도 아니고

그럼 수, 우, 미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단백질 함량이 6.0% 미만이면 [수], 6.1~7.0%는 [우], 7.1% 이상이면 [미] 입니다.

이렇게 보니 단백질 함량이 낮을수록 성적이 좋네요. 네, 쌀은 일반적으로 단백질 함량이 낮을 수록 밥맛이 좋습니다. 양곡 표시 가이드에는 그런 내용이 있지만 실제 쌀 포장지에 그런 내용이 기입되어 있는 쌀은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단백질 함량 5%, 6%, 7% 이렇게 구별해서 밥을 지어 드신 적이 없으니 도대체 단백질 함량이 차이가 나면 밥맛에서 어떤 차이가 나는지 일반 소비자 분들이면 알 수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단백질 함량이 낮을수록 밥맛이 좋으나,  간혹 단백질 함량이 조금 높아도 맛있는 밥이 되는 쌀이 있습니다.

아래사진은 대형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브랜드 쌀 중 하나입니다.

▲ 쌀의 등급과 단백질 함량표시 <사진=소믈리에타임즈>

매우 관리는 잘하는 회사의 상품입니다만, 단백질 함량이 [우] 입니다.
뭐야 고작 [우] 상품을 판매하는 거야? 방금 등급표시제는 너도 나도 다 특인데 단백질은 [우]면 왠지 쌀이 별로 인 듯한 느낌은 없으신가요?

엄밀히 말씀 드리면 이건 쌀 품종의 고유의 특성입니다. 물론 질소질 비료의 과다 사용으로 단백질 함량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품종에 따라 단백질 함량이 달라집니다.  품종이 추청이라면 이건 다 [우]입니다.
추청 품종의 단백질 함량은 6.6% 입니다. 그럼 추청은 고작 [우] 밖에 안 되는 쌀 인가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괜찮은 쌀입니다.

다들 고시히카리, 추청은 다 익히 들어본 적이 있는 쌀 품종입니다. 그럼 어떤 쌀이 [수]일까요? 다들 고시히카리는 들어본 적이 있는 쌀 품종인데요. 이 품종의 단백질 함량이 5.6% 이기에 [수]입니다.

그럼 [미]는 어떤 쌀일까요? 대표적으로 [신동진]이라는 품종은 단백질 함량이 7.6%이니 [미]네요. 모두 다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쌀 품종입니다. 그런데 마트에서 고작 우, 미 쌀을 버젓이 판다고 하니 좀 그러시죠?

신동진이라는 품종은 쌀알이 커서 볶음밥에 매우 어울리는 쌀입니다. 그리고 코시히카리, 추청, 신동진 모두 일반미보다 다 비싸게 팔리는 쌀입니다.

그래서 제가 단백질 함량이 조금 높아도 맛있는 밥이 되는 쌀이 있다고 한 이유입니다. 게다가 거의 대부분의 쌀 포장지에는 등급도 단백질도 다 미검사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그냥 검사하지 않고 출하해도 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쌀에는 아래의 내용을 꼭 표시해야 합니다.
품종, 중량, 생산자 또는 가공 판매자의 정보(주소, 상호명, 전화번호), 원산지, 품종, 생산연도, 도정연월일, 등급의 8가지 항목은 의무사항이고 여기에 추가로 단백질은 의무사항이 아닌 임의사항입니다.

담부터 마트에 가서 보시면 등급과 단백질 표기를 한 쌀 보다는 미 검사로 표시를 한 쌀들이 더 많다는 것을 느끼시게 될 것입니다.

제대로 검사하지 않아도 되는 양곡 표시제 왜 그런지 그 이유에 대해서 다음 번에 다시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편에서 계속)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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