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쉐리 와인의 종류 <사진=Consejo Regulador de las Denominaciones de Origen "Jerez-Xérès-Sherry" - "Manzanilla-Sanlúcar de Barrameda" - "Vinagre de Jerez>

[칼럼니스트 신재연] 드라이 쉐리를 만드는 과정을 크게 보면 모스또(Mosto)라 불리는 베이스 와인의 양조, 소브레따블라(Sobretabla)라 불리는 주정강화 이후 초기 숙성 단계에서의 분류, 장기 숙성의 세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아직도 일부 와이너리에서는 조금 독특한 모스또를 얻기 위해 오크통에서 발효를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나 일반적으로 모스또는 스테인리스스틸 탱크에서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이 쉐리 모스또의 특징은 산도도 낮고 색도 옅고 과실 향이 적어서 티끌 하나 없는 유리와 같이 깨끗하고 섬세하며 드라이한 것이다.

헤레즈 지방에서는 보통 빨로미노(Palomino) 품종으로 해당 모스또를 만드는데 꼬르도바(Córdoba) 인근에 위치한 몬띠야 모릴레스(Montilla Moriles) 지방에서는 뻬드로 히메네즈 (Pedro Ximénez) 품종으로 쉐리 스타일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알코올 함량이 12% 내외에 이르는 이 심심하고 재미있는 와인은 1월에서 3월 사이 헤레즈 지방을 방문한다면 동네 주점이나 객주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스또는 양조 장인의 손을 거쳐 어느 정도 주정을 강화할지 결정하는 분류 단계를 거치는데 여기서 정해지는 알코올 함량에 따라 쉐리의 종류가 한번 정해진다. 왜냐면 이 모스또에는 헤레즈 지방 토착의 효모가 자연 발생하여 와인이 공기에 노출되는 부분을 뒤덮는 플로르(Flor)라 불리는 막이 형성 되는데 알코올 함량이 17%가 넘어가면 해당 효모가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보따(Bota) 안에 플로르(Flor)가 막을 형성하고 있는 모습 <사진=Consejo Regulador de las Denominaciones de Origen "Jerez-Xérès-Sherry" - "Manzanilla-Sanlúcar de Barrameda" - "Vinagre de Jerez">

그래서 쉐리 와인의 숙성은 효모 숙성 (Crianza Biológica)과 산화 숙성(Crianza Oxidativa) 두 가지로 나누어 지는데, 이 주정 강화 단계에 알코올 함량을 17% 이상으로 강화하여 산화 숙성만을 거친 것이 바로 올로로소(Oloroso)이다. 스페인어로 올로르(Olor)는 냄새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올로로소는 이름의 어원처럼 깊고 풍부한 아로마를 가지고 짙은 마호가니색을 띄며 17%에서 22%에 이르는 높은 알코올 도수가 특징이다.

나머지 피노(Fino), 만싸니야(Manzanilla), 아몬띠야도(Amontillado), 빨로 꼬르따도(Palo Cortado)는 모두 효모 숙성을 거치는데 이 중에서 아몬띠야도와 빨로 꼬르따도는 효모 숙성은 물론 산화 숙성까지 거친 경우이다.

피노는 15% 정도의 알코올 함량으로 주정강화한 와인을 보따(Bota)라 부르는 오크통에 넣고 숙성을 시키는데 보따를 가득 채우지 않고 약 20% 정도의 공간을 남겨 두어 플로르가 유지될 수 있게 숙성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 플로르는 와인이 산소와 직접 접촉하는 것을 차단하면서 생화학적 과정을 통해 와인의 성분을 미세하게 변화시킨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피노는 옅은 밀짚 색을 띄면서 신선한 빵 반죽의 효모향은 물론 아몬드와 같은 너트 향의 복합적인 아로마를 가지게 되며, 알코올 도수는 15%에서 17% 사이를 유지한다.

만싸니야는 헤레즈 지방에서도 과달끼비르 (Guadalquivir) 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산루까르 데 바라메다(Sanlúcar de Barrameda) 지방에서 생산되는 피노로, 해당 지역의 기후와 토양의 특성에서 비롯된 만싸니야 풍미를 인정받아 별도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 만싸니야는 국화과의 일종으로 차로도 즐겨 마시는 카모마일을 일컫는 스페인어 이름이다.

아몬띠야도는 오랜 숙성을 거친 피노의 플로르가 자연적으로 사멸한 이후 그 와인 그대로 산화 숙성을 더 거쳐서 만들어진다. 기본적으로 수년의 장기 숙성을 거치는 쉐리 와인의 특성상 오크통 안의 와인은 매년 약 3%에서 4%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더욱 응축되고 플로르는 자연 사멸하여 가라앉게 되는데 이후 산화 숙성을 거치면서 와인은 보다 복합적인 너트향의 아로마와 풍미를 가지게 되고 호박색부터 짙은 마호가니 색을 띄며 알코올 함량은 올로로소와 마찬가지로 17%에서 22% 수준까지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 보따(Bota) 위에 빨로(Palo)를 긋는 모습 <사진=Consejo Regulador de las Denominaciones de Origen "Jerez-Xérès-Sherry" - "Manzanilla-Sanlúcar de Barrameda" - "Vinagre de Jerez">

마지막으로 빨로 꼬르따도에서 빨로(Palo)는 막대기란 뜻이고 꼬르따도(Cortado)는 잘린이란 뜻이다. 잘린 막대라는 의미의 이 쉐리는 피노를 분류할 때 보따에 초크로 세로 선을 하나 그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원래대로라면 피노에서 아몬띠야도로 차근차근 숙성단계가 넘어가야 하는데, 어떤 이유에서건 알코올 함량이 높아지고 플로르가 급작스레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생기면 더 이상 피노도 아몬띠야도도 아닌 상태가 되어 버려서, 빨로에 가로선을 하나 그었던 것이 그 이름의 유래이다. 그런데 이제는 아몬띠야도와 유사하면서도 올로로소에 준하는 풍부한 아로마를 가지고 있고 그 희소가치가 인정되어 소브레따블라 단계에서 일부러 피노에 추가로 주정을 강화하여 빨로 꼬르따도로 숙성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초기 숙성단계에서 와인을 분류하는 것을 의미하는 소브레따블라는 나무 판자 위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는데 보따 표면에 와인의 분류를 간단한 마크로 표기하던 것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이처럼 드라이 쉐리 와인은 그 숙성 단계에 따라 다양한 분류가 있는데 이 자체가 그 긴 역사와 전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 쉐리를 마시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온 살아 숨쉬는 전통과 역사를 입안에서 직접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신 재연 소믈리에

[칼럼니스트 소개] 대학 졸업 후 8년여 직장생활을 뒤로 하고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IE Business School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Escuela Española de Cata 에서 Sommelier 과정을 이수하였으며, 스페인의 와인과 먹거리를 공부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일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신재연 소믈리에  jane.jy.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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