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리스트 최상미] 영화 속 와인이라는 제목처럼 이 시간에는 사이드웨이(Sideways,2004), 어느 멋진 순간(A good year,2006), 와인 미라클(Bottle Shock,2008)과 같이 와인이 주인공격인 영화보다는 와인 애호가의 입장에서 스쳐지나가듯 지나가더라도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과 그때 등장했던 와인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 007 골드핑거(Ian Fleming's Goldfinger, 1964)
              영화 포스터

오늘은 영화 속 와인에 관한 칼럼이 첫 시간인 만큼 ‘처음으로 어떤 와인을 소개할까?’고민하다 강의를 하다보면 제일 많이 언급하게 되는 “007 골드핑거(Ian Fleming's Goldfinger, 1964)”속 동 페리뇽(Dom Perignon)으로 결정했다.
 
1962년 007 살인번호(Dr. No)가 발표된 이후 20편이 넘는 시리즈가 제작되고 있는 007 시리즈들은  제임스 본드의 상징이 된 칵테일인 마티니도 꾸준히 출연(?)하고 있지만 아름다운 여성들과 함께하는 장면에서는 샴페인이 꼭 등장하는 영화로 유명하다.

많은 샴페인들 중에서도 007시리즈에서는 특정 샴페인들이 많이 노출되고 있는데 뒤쪽 시리즈에서는 볼랭저(Bollinger)가 주를 이루고 앞쪽 시리즈에서는 오늘의 주인공 동 페리뇽이 자주 눈에 띈다.

아래 장면은 007 골드핑거(Ian Fleming's Goldfinger, 1964)에서 제임스 본드 역의 숀 코네리가 밋밋해진 동 페리뇽을 들고 차가운 동 페리뇽을 가지러 냉장고로 향하는 장면으로 이후 제임스 본드는 냉장고 속 차가워진 동 페리뇽을 꺼내다 적에게 공격당해 쓰러진다.

▲ 007 골드핑거 영화속 장면

007 시리즈 중 3번째에 해당하는 골드핑거에서는 영화의 도입부분에 1953년 빈티지 샴페인, 동 페리뇽이 등장하는데 그때 제임스본드 역의 숀 코네리(Sean Connery)가 차가운 샴페인을 가지러가며 멋진 대사를 읊는다.

“그대여, 몇 가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으니 동 페리뇽 53을 화시 38도 보다 높게 마시는 일이 그 중 하나라오, 그것은 귀마개를 끼지 않고 비틀즈 음악을 듣는 것만큼  몹쓸 일일지니!”(My dear girl, there are some things that just aren't done, such as drinking Dom Perignon '53 above the temperature of 38 degrees Fahrenheit. That's just as bad as listening to the Beatles without earmuffs! “)

화씨 38도를 우리가 사용하는 섭씨로 변환하면 약 3.33도 가까이 되는데 샴페인의 생명인 기포와 풍미를 제대로 느끼려면 샴페인의 칠링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 대사이다. 실제로 현재 샴페인은 5℃ 정도로 보관했다 잔에 서비스 했을 때  7℃정도가 되는 것이 이상적으로 알려져 있다.

동 페리뇽(Dom Perignon)은 원래 프랑스 샹파뉴 오빌레(Hautvillers) 지역에 위치한 베네딕트 수도원의 수사이자 그 곳의 셀러 마스터였던 피에르 페리뇽(Pierre Pérignon, 1638–1715)의 이름으로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애섰던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모엣 & 샹동(Moët & Chandon)사가 성직자의 최고등급인 도미누스(dominus)까지 붙여서 동 페리뇽이라는 이름의 샴페인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 동 페리뇽의 상징인 별이 그려진 라벨<모엣-헤네시 홈페이지>

1670년대 본격적인 샴페인 양조방식이 개발되기 전, 셀러 마스터였던 동 페리뇽은 지하 셀러에서 보관 중이던 와인 병들이 계속 깨지자 그 이유를 알아내려고 지하셀러로 내려갔다.

그가 지하셀러로 내려갔을때, 마침 와인 한 병이 또 다시 깨졌고 당시 점점 눈이 잘 안 보이고 있었던 동 페리뇽은 그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깨진 병에 남아있던 와인을 직접 한입 마셔보게 된다.

와인을 마셔본 동 페리뇽은 동료수사들에게 “나는 지금 별들을 마시고 있다(I’m Drinking Stars)!”라고 말했고 이 스토리를 라벨에 접목시켜 동 페리뇽 샴페인의 상징이 된 별이 그려진 라벨이 탄생하게 되었다.

또한 이 일을 계기로 동 페리뇽은 추운 겨울에 발효를 멈췄던 효모들이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시 활동을 하게 되고 이때 2차 발효가 병속에서 일어나 기포가 생성되는데, 이 기포들로 높아진 압력을 견디지 못한 와인병들이 깨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후 동 페리뇽은 샴페인 연구에 심취하게 되고 그런 그의 연구 덕분에 샹파뉴 지역의 샴페인 제조기술은 더욱 더 발전하여 현재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동 페리뇽은 샴페인의 역사에 남는 몇 가지의 새로운 시도들을 하게 되는데 그 중 첫 번째는 단연 와인을 오크통에서 숙성시키지 않고 코르크(Cork)를 사용해 와인입구를 막고 철실로 봉한 후 병속에서 와인을 숙성시키는 방식을 고안해 샴페인만이 가지는 맛, 향, 질감을 만들어 낸 것이다.

우연히 베네딕트 수도회에 머물고 있던 스페인 수사들이 물병에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는 것을 보게 된 동 페리뇽은 여기에서 착안해 코르크 마개를 와인입구를 봉하는데 응용해 보게 된다. 그 당시 사용되던 와인마개들은 대게 일반 나무를 병입구 크기에 맞게 자른 후, 천을 감고 올리브 오일을 묻혀 와인을 봉하였는데 이런 마개들 대신에 사용되어진 코르크 마개는 병입구를 보다 잘 막아줄 뿐만 아니라 병속 와인이 잘 숙성되게 도와주고 와인과 기름이 섞일 일도 없어 샴페인의 신선도가 더욱 높아지게 되는 계기가 된다.

동 페리뇽의 또 다른 시도는 포도즙을 천천히 압착하는 압착기의 개발이다. 동 페리뇽이 개발한 포도압착기는 느린 속도로 압착이 이루어져 적포도 품종인 피노누아를 압착해도 껍질의 색이 추출되지 않고 무색의 포도즙이 채취되는데 이로써 피노누아 품종으로 화이트 샴페인을 제조하는 방법을 완성한 것이다.

또한 동 페리뇽은 뛰어난 미각을 지닌 것으로 유명했는데 그의 미각은 포도에서 즙을 한번만 짰을 때, 즉 제일 첫 번째 포도즙으로 빚은 와인의 맛과 향이 가장 뛰어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동 페리뇽의 모든 제품은 프레스티지 뀌베(prestige cuvée) 샴페인으로 출시되고 있다.

♦) 포도의 첫 압착즙으로 한 해의 빈티지로만 만들며 장기숙성 시킴

 

 

[칼럼리스트 소개]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교육/자격검증), 한국와인소믈리에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Certificate of Master Sommelier & Wine Consultant, 와인 소믈리에 컨설턴트, Beverage Management, Certificate of Sommelier, Certification for Wine Tasting Education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칼럼관련문의 최상미, vinvinow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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