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는 내추럴와인의 인기가 높다. 그 많고 다양한 내추럴 와인 중에 자타가 공인하는 와인이 있다. 세계적으로 수상이력도 많지만, 그것에 연연치 않고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는 이탈리아 내추럴 와인 생산자 '일 카르피노(IL CARPINO)'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오렌지 와인은 내추럴 와인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이탈리아 북부의 고퀄리티 오렌지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일 카르피노(IL CARPINO)' 와이너리의 생산자들을 만났다.

참고로 아래는 인터뷰 1편에 이은 인터뷰 2편 내용이다.

Q. 일 카르피노(IL CARPINO) 와인을 소개해주세요.

A. 우리 일 카르피노의 철학은 가장 우수한 품질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는 건강한 포도밭을 가꾸는 것입니다.

이는 가지치기를 정확하게 하고, 꽃을 피운 후에 송이를 과감하게 솎아주는 등 포도 열매의 양을 줄임으로써 이루어집니다. 일 카르피노의 포도밭은 헥타르 당 약 5천 개의 포도 덩굴이 무성하게 심겨 있습니다.

산비탈 입지에서 그 형태와 경사를 고려할 때, 더 높은 밀도를 갖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의 중간 생산량은 식물당 1kg 미만입니다. 화학 비료는 사용하지 않으며, 포도 질병에 대한 소독액은 환경에 가장 적은 영향을 미치는 제품을 사용하여 최소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 'EcoMethod 인증'을 받은 '일 카르피노(IL CARPINO)'

이렇게 포도밭 환경을 일군 후 몇 년이 지나서, 인증 기관으로부터 많은 테스트를 거쳐 'EcoMethod 인증'을 받았습니다. EcoMethod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낮은 제품을 사용하여, 잎을 통해 식물에 올바른 공급을 보장하는 인증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식물의 영양을 위해 사용하는 제품들은 환경에 친환경적이며,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85% 이상 감소시켜주는데, 이는 생태계에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 당신이 마시고 있는, 혹은 마실 저희의 와인은 친환경 포도로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는 모두 17헥타르의 포도밭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제품 라인은 젊은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신선하고 프레쉬한 와인인 '비냐 룽크 (Vigna Runc)'와 선별된 포도밭에서 얻은 한정 생산 와인 즉, 보다 셀렉션된 와인인 '일 카르피노(Il Carpino)' 두 가지로 나뉘어 집니다. 저희에게 가장 소중한 품종은 '리볼라 좔라(Ribolla Gialla)'입니다. 리볼라 좔라는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는 포도입니다. 또, 이를 생산하는 토양과 농부들이 조금은 소박함을 확인시켜주는 포도 품종이기도 하지요.

▲ 일 카르피노(Il Carpino)의 리볼라 좔라 와인

저희는 토착 품종들인 말바지아(Malvasia)와 토카이 프리울라노(Tocai Friulano)도 재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샤도네이(Chardonnay)와 쇼비뇽(Sauvignon)도 재배하는데, 북쪽에 있는 포도밭에서 소비뇽은 최고의 궁합입니다. 이 외에도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도 재배하는데, 피노 그리지오는 토착 품종은 아니지만, 이곳 프리울리(Friuli)에서 경작되어왔고, 피노 그리지오로 인해 프리울리 지역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메를로(Merlot),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같은 레드 품종들도 소규모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비냐 룽크(Vigna Runc)' 라인의 와인들은 전통적인 양조 방식으로 만든 클래식한 와인이지만, 12/18시간의 짧은 스킨 컨택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각각의 포도와 양조 방식에 있어 추출이 언제나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오렌지 와인 또는 침용된 와인 혹은 앰버 와인은 모두 레드 와인의 특성으로 레드 와인처럼 만들어진 화이트 와인을 정의하기 위한 단어들입니다. 우리들은 각기, 화이트 와인 발효에 있어서 자신만의 스킨 컨택 방법을 갖고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과거에 이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어왔던 오래된 방식들을 새로 시작해 보았습니다.

▲ '비냐 룽크(Vigna Runc)' 라인

개인적으로 저는 화이트 와인에서 마세레이션 과정을 거칩니다. 아로마, 구조감, 떼루아의 특성이라는 측면에서 모든 개성을 포도의 껍질로부터 추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침용 즉 마세레이션을 통해 와인에 다량의 타닌과 폴리페놀을 더해주며, 이는 보존제인 황(Sulphur)의 사용을 제한하도록 해줍니다. 포도 재배자가 어떤 결과를 얻기 원하는 가에 따라, 이 과정은 며칠에서 몇 달까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저희 일 카르피노에서 '비스 우바에 피노 그리지오(Vis Uvae Pinot Grigio), 에쏘르디움 Exordium(토카이 프리울라노, Tocai Friulano), 말바지아(Malvasia), 소비뇽 (Sauvignon), 샤도네이(Chardonnay)는 마세레이션을 10/15일 지속합니다. 그러나 리볼라 좔라는 두꺼운 껍질로 인해 60일, 약 2달 정도 마세레이션을 진행합니다. 마세레이션은 매우 흥미로운 기법으로 새로운 화이트 와인을 만들어줍니다. 타닌은 산화로부터 와인을 보존해주며, 포도 껍질에 폴리페놀 물질을 갖고 있어 힘과 개성이 풍부한 화이트 와인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렌지 와인을 만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폰카(Ponca) 토양이며, 포도를 내추럴하게 키우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유기 재배로 포도밭을 일구고, 핸드 피킹으로 포도를 따고, 야생 효모로 발효를 하고, 여과 없이, 필터링 없이, 아주 극소량의 황을 함유하게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확 시기입니다. 반드시 씨가 충분히 자라고 여물어서 수확해야 하며, 포도는 완벽하게 건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최종 결과가 좋지 못합니다. 와인은 포도, 토양, 그리고 출생 빈티지 그 모두의 결정체입니다.

오렌지 와인의 음식 페어링은 어렵지 않습니다. 에피타이저, 살라미, 쇠고기 같은 고기 종류의 음식뿐만 아니라, 오븐 혹은 그릴에 구운 생선, 양념을 더한 음식들과 심지어 매콤한 음식들과 같이 강력한 풍미를 지닌 음식까지 모두 잘 어울립니다. 또한, 저희는 디저트류 특히 크리미한 디저트나 초콜릿과의 조화를 시도해볼 것을 권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음식 페어링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오렌지 와인 그 자체만으로도 즐겨보세요. 사용하는 와인 글라스가 매우 중요한데, 최고의 와인 글라스는 레드 와인을 위한 커다란 와인 글라스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와인의 온도인데, 14도보다 낮으면 절대로 안 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즉 14도보다 낮을 경우 와인은 아로마와 향을 잃게 됩니다.

Q. 일 카르피노(IL CARPINO)는 오렌지 와인 책, 앰버 레볼루션(Amber Revolution)에도 소개되었습니다. 많은 소비자가 오렌지 와인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일 카르피노(IL CARPINO)의 오렌지 와인

A. 오렌지 와인의 세계는 점점 커지고 있는데, '앰버 레볼루션(Amber Revolution)' 책에 많은 오렌지 와인 생산자들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또한, 오렌지 와인을 사랑하는 소비자들도 십여 년 동안 급속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난 19년 동안 오렌지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만, 과거에는 소비자들에게 오렌지 와인의 진가를 알아보도록 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태리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소비자들이 오렌지 와인을 전통적인 와인보다 더 잘 알고 사랑하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또, 오렌지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들이 유행에 따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갖고 생산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Q. 당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포도 품종이 있으신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리볼라 좔라(Ribolla Gialla)는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포도 품종입니다. 오슬라비아(Oslavia) 산, 플로리아노(San Floriano)에 있는 리볼라 좔라는 모든 와인 중 여왕 입니다. 리볼라 좔라는 토양 덕분에 우리의 테루아에 잘 적응했습니다.

리볼라 좔라는 석회암과 점토질의 특성을 갖는 폰카에 최적입니다. 가장 훌륭한 포도밭은 산비탈의 봉우리에 있는 포도밭들인데, 그곳은 폰카가 더 넓게 펼쳐져 있고, 더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포도들은 더 성장에 균형을 잡고, 당분과 좋은 성분들이 더 풍부한 송이들을 맺게 됩니다. 리볼라 좔라는 저에게 가장 큰 만족감을 주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포도입니다. 왜냐하면 최상의 품질로 표현하기 위해 다루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지요.

리볼라는 언제나 우리 콜리오 지역에서 재배되어 왔는데, 이곳에서 자연 서식지를 이루며 발견되었기 때문에 콜리오 지역의 토착 품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산자에게 있어서, 리볼라 품종은 생산 수준이 높고, 어릴 때부터 그 이후까지 많은 관심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다루기가 매우 어려운 품종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세심히 경작을 한 후에는 큰 만족감과 함께, 뛰어난 품질로 보답을 해 줍니다.

리볼라는 와인에 복잡성과 중요함을 부여하기 위해 최고의 상태까지 충분히 익어야 합니다. 수확을 최대한 늦추고 포도밭에서 귀부(noble rot) 현상이 진행되는 것이 필수입니다. 셀러에서, 60일 동안 스킨 발효를 하며, 'Warm Maceration'을 진행합니다. 마세레이션 이후에, 커다란 슬라보니아 목재 통 안에서 앙금 위에 2년 동안 숙성을 시킵니다. 그리고 이 후 첫 번째 디캔테이션(decantation)을 진행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방식이 그 특유의 복잡하고 흥미로운,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동을 지닌 와인을 얻기 위해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리볼라 좔라의 특징이, 강하고, 단단하고, 확실한 편이어서 레드 와인 이후에 마시기에도 좋고, 어떤 종류의 음식과도 조화를 잘 이룹니다.

안나는 언제나 다음과 같이 말하곤 합니다. “일 카르피노의 리볼라는 그 와인 메이커와 닮았어요” 다른 6명의 리볼라 좔라 생산자들과 함께, 저희는 10년 전에 '오슬라비아의 리볼라 협회(Associazione Ribolla di Oslavia)'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7곳 모두 다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지만, “전 세계에 리볼라 좔라 와인과 오슬라비아를 알리자”라는 동일한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Q. 당신에게 와인은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나요?

A. 저에게 와인은 열정이고, 즐거움이며, 우정의 상징입니다.

와인은 사람들을 모으는 능력을 갖고 있지요. 또한, 와인은 와인을 만드는 사람의 영혼이며, 이야기이고, 경험입니다. 와인은 사랑이고, 문화이고, 감정입니다. 이러한 느낌을 전달하는 제품은 세상에 없습니다. 저는 포도를 재배하는 것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포도밭에서 살고 있는 것을 즐기고 사랑합니다. 왜냐하면 포도나무는 저의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싹을 틔울 때부터 수확할 때까지 포도의 성장을 지켜봐야 하며, 각 식물을 더 잘 이해하고 일 년 동안 포도 덩굴의 변화를 지켜봐야 합니다. 농부가 자신의 발로 땅을 넘어뜨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농부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Q. 일 카르피노(IL CARPINO)는 앞으로 어떠한 목표를 갖고 계신가요? 마지막으로 IL CARPINO를 사랑하는 한국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아이들을 따르는 아버지처럼, 포도밭을 잘 따르며 열심히 일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자연적인 내추럴한 방법에 따라서, 포도들은 튼튼하고 건강하며 최상의 포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저희의 와인을 마시면서 감사하는 것을 볼 때, 저는 행복하고 저와 제 가족의 목표가 달성됨을 느낍니다. 저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와인을 만들기 때문에, 좋든 싫든 제 개성과 성격을 표현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는 크란츠 코퍼레이션과 지난 몇 년 동안 일해왔고, 매우 프로페셔널하고 진중한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 방문해왔었고, 모니카 대표와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희 소솔(Sosol) 패밀리는 크란츠 코퍼레이션과 함께 한국 소비자들에게 일 카르피노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빠른 시간 내에 한국을 다시 방문해서, 우리의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도윤 기자는 와인과 술에 관한 문화를 탐구하며, 재미있는 콘텐츠를 기획 및 제작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레코드와인'과 인스타그램 @record.wine 을 운영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도윤 기자 winetoktok@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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