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혁의 와인IT] Open Wine DB 시대를 기다리며

승인2020.12.31 17:04:54

와인 분야의 성장과 함께 와인 관련 스타트업들의 투자 소식

얼마 전 각 미디어로부터 와인 스타트업 2곳이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한 곳은 2016년도 10월에 창업을 한 와인그래프로 스트롱벤처스로부터 40억 기업가치로 투자를 받았다고 하고, 다른 한 곳은 2017년도에 창업한 벨루가 비즈니스로 글로벌 벤처캐피탈 500스타트업과 카카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기업가치와 투자 금액 보다는 와인 및 주류 관련된 스타트업들이 코로나 시대에 VC로부터 투자를 받았다고 하는 사실 자체가 중요합니다. 실제로 올해 코로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와인 시장은 양적으로 확실한 성장을 했고, 이러한 부분이 하반기에 실적으로 드러나면서 본격적인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반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성장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1조 정도의 시장으로 앞으로도 와인 시장은 양적으로 더 성장해야 하는 시장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와인 업계에 있는 많은 분들이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고 싸우지 말고, 어떻게 하면 서로 이 시장을 키워 나갈 것인지 서로 도와 가면서 나아가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와인DB 좀 액세스 할 수 있을까요?’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첫번째 서비스인 ‘와알못(Waalmot.com)’의 경우, 서비스 오픈 이후에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 중의 하나가 바로 ‘와알못’에서 가지고 있는 와인DB에 액세스 할 수 있느냐 라고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현재 국내에 약 400개가 조금 안되는 수입사가 존재하고, 이 중에서 웹사이트나 각종 책자 등을 통해 수입하고 있는 와인 정보를 제공하거나 중소 규모의 수입사의 경우에는 파워포인트 등과 같은 형태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가 소매 면허를 가진 상점 위주로만 되어 있다 보니, 이러한 것을 이용해서 뭔가 서비스 하고 싶은 스타트업과 같은 곳에서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부분을 모아서 서비스하고 있는 Wine21.com, WineOK.com 등과 같은 곳에서도 와인DB를 만들고 있지만, 그 저작권이라던가 하는 문제 등으로 인해서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사이트에서 해당 내용을 웹 크롤링 이라고 하는 방법을 통해서 수집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는 아니지만, 그 품질과 저작권 등의 이슈가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죠.

▲ wineok.com에서 보유 중인 약 2만 건 정도의 와인DB.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고, 멋진 사람 목에 걸어줘야 진정한 보배라고 생각한다. 밖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각 서비스 회사 별로 이러한 와인DB를 매번 만드는 것이 비용의 중복이라는 관점에서도 와인 업계가 한번쯤 고민해야 하는 문제 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라고 하는 회사가 국내 존재하는 약 2만건의 와인DB를 새로 구축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하나의 와인DB를 사람이 어떤 자료를 직접 보면서 와인 이미지 등을 통해서 한다고 가정할 경우, 10분 정도가 걸린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최저 시급에 의거해서 1건의 와인DB를 갖추는데 1,500원이 발생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국내 와인DB 2만건을 처리하는데 단순히 계산해도 약 3천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검증과 관리 작업 등을 한다고 했을 때, 와인DB만 갖추는데 최소 4천-5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게 매번 할 때마다 한다고 가정 했을 경우 와인 업계에서 중복으로 발생한다고 해서 연간 수 억 원이 비용이 낭비되고 있고, 그 기회 비용까지 생각하면 큰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읽을 수 없는 형태’로 존재하거나 ‘아예 없거나’

또 다른 문제 중의 하나는 컴퓨터가 ‘읽을 수 없는 형태’이거나 ‘아예 없거나’ 하는 문제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파워포인트나 PDF 등과 같은 형태로 있는 경우는 컴퓨터로 읽어내기는 아주 어려운 문제입니다.

주지의 사실처럼 와인은 다양한 메타데이터가 존재하게 되는데, 이러한 메타데이터가 각 회사 별로 다른 형태로 표현되어 있기에 ‘하나의 그림’처럼 존재해 그러한 내용을 발췌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기에 앞서 말했던 것처럼 수작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예 와인 정보가 없는 경우도 문제입니다. 급하게 수입하거나, 와인 정보 따위가 뭐가 중요하냐 내지는 그냥 인터넷에서 찾아봐라 라고 하거나 또는 빈지티 별로 달라지는 와인의 경우에는 업데이트가 안되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지요. 실제로 여러 가지 이유로 와인DB가 최신의 경우가 아닌 것을 여러 번 봤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현재의 와인 정보는 컴퓨터가 읽을 수 없는 형태이거나 아예 없는 문제로 인해서 이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대부분입니다.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바꿔야

앞으로의 와인DB는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액셀(혹은 CSV)와 같은 구조화된 포맷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혹은 웹사이트 구축 등을 통해서 외부에서 해당 내용을 가져 갈 수 있는 제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스마트오더 시대가 되면서 콘텐츠 관리 시스템 (Contents Management System)이나 웹 빌더와 같은 것을 이용하게 되면 해당 와인DB를 밖에서 쉽게 참조할 수 있는 프로그램 하나를 작성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으로 앞으로 커질 와인 시장에 진입할 여러 스타트업들의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돈도 안되는 와인DB, 공유의 시대로 나아가야

제가 본 사업 초기 때 이야기를 들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아니 그걸 왜 네가 걱정하는데?’ 내지는 ‘아니 그게 무슨 돈이 된다고 신경을 쓰냐’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와인DB를 구축하는 것은 것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고, 소매 면허를 가진 사람이 아니면 그 데이터에 액세스 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네, 공급가격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와인에 대한 기본 정보와 이미지가 필요한 것입니다.

▲ 글로벌 와인DB를 구축 중인 와인폴리의 Globalwinedb.io의 모습. 현재 여기는 전세계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와인 정보를 모아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와인폴리와 결합될 경우, 기존의 와인서처와 비비노보다 더 활용도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해외에서는 비비노 같은 평점 시스템과 와인서처와 같은 가격 비교 사이트를 넘어, 전세계 와인DB를 수집하겠다고 밝힌 Global Wine DB와 같은 곳은 수집 이후의 활용 정도까지 이미 준비하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고, 그들이라 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일말의 패배감까지 느낄 정도입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공유의 시대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위해서 각 와인 수입사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와인DB를 적극적으로 공유해주세요. 능력이 되시는 분들은 웹사이트 잘 만들어 주시고, 와인DB를 CSV나 엑셀로 변환해서 주시고, 안되면 그냥 웹사이트 잘 만들어 주세요. 여력이 안되시는 분들은 파워포인트든 구글독스던 뭐든 디지털로 참조할 수 있는 정보를 업로드 해주세요.

▲ 생활밀착형 와인샵을 운영 중인 주얼리 전공의 금은방 주인이 부캐로 운영 중인 금은빠 내추럴와인샵. 구글독스로 현재 판매 중인 와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임.

시작부터 배부를 수 없습니다. 이렇게 출발한 부분이 저희와 같은 곳들이 디지털화 하고, 이를 같이 잘 공유해서 와인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많은 부분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궁극적으로는 와인 업계를 살 찌우는 일이고, 우리가 좀 더 행복하게 이 업계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서비스가 좀 더 여유가 되고 법적인 저작권 이슈에서 해결된다면 이를 전면 개방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입력하고,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Open Wine DB 시스템을 만들 그날이 오길 기원해 봅니다.

▲ 양 재 혁 대표

필자는 '와인IT' 분야로 (주)비닛을 창업하여 현재 '와알못(waalmot.com)' 서비스를 운영 중인 스타트업 대표다. 한메소프트,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등 IT 분야에서 비정형 데이터 관리와 일본 전문가로 활동했다. WSET Level 2를 수료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양재혁 iihi@vin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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