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현의 위로의 마리아주, 허브버터 큐브빵 & 새우구이

똑같은 말과 행동을 해도 작은 센스 하나가 순식간에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듯 위트 있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환영을 받는다. 사실 이런 위트는 신이 허락한 선물처럼 거창한 것이 아니다. 조금 더 세심하게 관찰하고, 조금 더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 여기에서 크고 작은 위트가 꽃봉오리처럼 피어난다.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요리에도 당연히 위트를 담을 수 있다. 가령 하나의 비법으로 두 가지 식재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오늘의 요리가 그렇다. 이를 가능케 하는 주인공은 바로 ‘허브버터’이다. 

보통 버터는 그 자체로 절대적인 풍미를 내는 식재료이기에 버터에는 무엇을 별도로 첨가할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이미 그 자체만으로 200%의 역할을 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여기에 재미난 위트를 한 스푼만 추가해 보자. 다진 마늘과 각종 허브를 넣어 만든 향긋한 ‘허브버터’가 그 위트이다. 싱그러운 허브버터를 듬뿍 바른 음식, 그 은총을 입은 요리가 어떻게 맛이 없을 수 있겠는가. 벌써부터 풍미 깊은 향이 코끝에서 느껴지며, 입에 침이 고이는 듯 하다.
 

‘허브버터 큐브빵 & 새우구이’
1타 2피, 한 번에 두 가지 메뉴를 맛보자
해산물 새우와 샤르도네의 찰떡 마리아주

▌필요한 재료

새우 8~10마리, 식빵 1장, 버터 3 큰 술, 다진 마늘 1 큰 술, 바질, 파슬리, 소금
 
▌만드는 과정

1. 새우는 등 뒤의 내장을 제거하여 키친타올에서 수분을 제거한다.
2. 식빵을 사방 1cm 크기로 잘라서 준비한다. (이때 식빵을 냉동실에서 살짝 얼리면 쉽게 자를 수 있다.)
3. 버터, 다진 마늘, 잘게 다진 허브를 넣고 섞어준다. (생 허브 대신에 건허브 가루를 사용해도 좋다.)
4. 식빵과 새우를 허브버터와 잘 섞어준 뒤에 180℃ 오븐에서 20분간 구워준다.

알러지가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탱글탱글한 새우를 마다할 사람은 흔치 않다. 새우는 입안에 진하게 퍼지는 단맛과 담백하게 마무리되는 끝 맛, 게다가 질기지도 연하지도 않은 식감을 자랑한다. 이런 모나지 않은 맛 덕분에 새우는 매콤한 칠리 새우로도, 달콤한 마요 새우로도, 매콤한 페퍼론치노와 함께 오일에 익힌 감바스로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오늘은 싱그럽고 향긋한 허브 버터에 버무려 오븐에서 구워낸 새우다. 따끈하게 익혔지만 새우의 풍미는 어쩐지 여름 느낌이 물씬 나게 한다. 새우만 넣으면 외로울 수도 있으니 큐브 모양으로 자른 빵도 함께 구워보자. 촉촉한 새우와 바삭한 빵이 한 플레이트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식빵, 바게트, 호밀빵 등 향이 강하지 않은 종류로 만든 요리는 와인과 함께 즐기기에 좋다.

이 메뉴에는 단맛이 강하거나 너무 무거운 와인 보다는 산미가 느껴지는 가벼운 화이트 와인과 페어링을 해보자. 화이트 와인의 여왕이라고도 불리는 샤르도네는 과연 여름의 느낌을 더 북돋는다. 맛있는 풍미의 허브버터 요리와 기분좋고 상큼한 샤르도네는, 친한 지인과 함께 즐겨도, 혹은 혼자서 감상에 젖어도 그 시간을 충분히 위트있고 즐겁게 만들어 줄 훌륭한 마리아주다. 지겨운 코로나로 지루해진 우리의 일상에 생기를 줄 시간이다. 

 

▲ 이주현 요리연구가

이주현 칼럼니스트는 감성을 담은 요리, 무드앤쿡(Mood & Cook) 쿠킹클래스를 운영하며 요리연구가 및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주현의 위로의 마리아주'를 통해 소믈리에타임즈 독자에게 맛있는 음식과 와인 한 잔으로 일상에 위로의 순간을 선물하고자 한다. 

소믈리에타임즈 이주현 칼럼니스트 mood_co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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