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에 맞춰 놓은 알람 소리에 간신히 눈을 떴다. 일어나 물 한 모금을 마시니 목이 따끔하다. 라디에이터가 작동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럴 때는 눈을 뜨는 이곳이, 모든 것이 익숙하고 아늑한 내 집, 내 방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짙은 자주색 커튼을 젖히니 폴폴 먼지가 날리고 창밖으로는 오늘도 어김없이 뿌연 하늘이 보인다.

시인 보들레르는 늘 프랑스의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소망했다. 포르투갈, 네덜란드 혹은 인도 등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나는 꿈을 꾸었지만 얼마 못 가 시큰둥해 지곤 했다. 그곳도 여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챙겨온 감기약 한 알을 삼키는 내 귀에 대고 작게 속삭이는 것 같다. 너도 돌아가고 싶지? 그의 속삭임에 나는 단호히 말할 수 있다. 아니요, 보들레르 씨. 피곤한 것뿐이에요. 조금 자다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좀 더 눈을 붙인다는 것이 깨어 보니 10시 20분이다. 더 이상 무슨 변명을 하랴. 나는 그저 잠이 많은 사람이다. 맞은편 슈퍼에서 급히 물을 사고, 어제 봐 두었던, 호텔에서 1분 거리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 ‘미니셰프(Mini Chefe)’ 앞에 다다랐다. 입구 외벽에는, 포르투갈어로 메뉴를 적어 놓은 듯한 종이가 붙어 있다. 대충 보아하니 몇 개의 요리 중 하나를 택하고, 수프와 빵, 그리고 음료수가 나오는 세트 메뉴가 5.5 유로라는 뜻인 것 같다.

작은 음식점 내부는 점심을 먹으러 온 사람들로 입구부터 가득하다. 근데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다들 연세가 높은 분들이다. 테이블 사이를 분주히 돌아다니며 음식을 나르고 있는 분도 할아버지다. 나 만한 키의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본 순간, 식사 중인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남는 테이블이 과연 있을까 생각하던 중 그들을 보니 어쩐지 내가 그들의 조용한 식사를 방해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망설여지는 순간, 할아버지 직원분이 나를 홀 안쪽 깊숙한 곳으로 안내한다.

다닥다닥 붙은 건물과 좁은 입구를 가진 유럽의 건물들은, 일단 들어가면 의외로 깊은 내부가 펼쳐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내부 끝에는 대부분, 아기자기한 정원이 화룡점정처럼 숨겨져 있다. 레스토랑 미니셰프도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깊고, 그 끝에는 널찍한 테이블이 마치 상석처럼 마련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인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금방이라도 뛰쳐나가기 좋은 곳을 찾는 건지, 협소하고 정신 사나운 입구 쪽 자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는 나도 오늘의 코로나 시대에, 환기가 잘 될 것 같다는 이유로 그 정신 사나운 문 앞자리에 앉는 사람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주인 할아버지께서는 영어를 조금도 하시지 않았다. 서로 통하는 언어가 없으니 할아버지와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열심히 손짓을 해야만 했다. 수프를 먹을 거냐는 의미로 수저를 들어 보이는 할아버지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곧 음식이 나왔다. 호박죽을 연상시키는 노란색 국물에는 언뜻 보기에 배춧잎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뜨거운 수프를 한 수저 떠먹으니, 채소와 마늘 향이 구수하게 밴 감칠맛이 일품이다.

‘아! 내가 이걸 먹으러 포르투에 왔구나!’

포르투 여행의 마지막 날, 그야말로 물에 젖은 솜 같은 몸을 끌고 숙소를 나와 포르투갈의 전통수프, 칼도 베르드(Caldo verde)를 한 입 먹은 순간, 나는 정말 그런 생각을 했었다. 직역하면 그린 수프(Green soupe)가 되는 칼도 베르드는, 포르투갈의 북부 미뉴(Mihno) 지역의 전통 음식으로서 케일(Kale) 등의 녹색 채소와 감자를 올리브오일, 양파, 마늘과 함께 조리하는데, 때때로 몇 가지의 소시지가 들어가기도 한다. 분명 재료가 다른데 어째서 국물 맛이 시원한 우리의 우거지 된장국 맛이 났는지 모르겠다.

▲ 레스토랑 ‘미니셰프’의 내부와 수프, 칼도 베르드 <사진=송정하>

수프만 한 그릇 먹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메인 요리는 덤이다. 그러고 보니 5,5 유로라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동네 어르신들로 가득한 음식점이 맛집이 아닐 수가 없다. 나는 더욱 기대가 되었다. 오늘의 메뉴를 훑어보니, 어제 자기 전 외운, 밥을 뜻하는 포르투갈어 아호스(Arroz), 그리고 어제저녁 페드로네 닭집에서 먹은 닭에 아직도 미련이 있는 건지 자연스레 닭을 의미하는 프랑고(Frango)라는 단어에 눈길이 간다. 나는 ‘아호스 드 프랑고(Arroz de Frango)’, 즉 닭고기 밥을 주문했다. 내 영혼을 달래 줄 치킨 라이스가 될 게 틀림없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할아버지는 와인이 필요하냐고 물으신다. 나는 거절하고 쭈뼛쭈뼛 아구아(Água)라는 말을 외쳤는데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신다. 좀 전에 감기약을 먹은 데다 길을 찾아가려면 말짱한 정신으로 나가야 하거든요, 할아버지.

밥은 금세 나왔다. 삶은 닭고기 조각들과 밥이 팥죽색의 국물과 함께 푸짐하게 그릇에 담겨 있다. 고기와 밥 알 하나하나가 어둡고 진한 국물에 정성스레 말아져 있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지만 뭐, 어떤가. 시커먼 짜장면도 얼마나 맛있는가 말이다.

레드 와인이 들어간 프랑스의 많은 고기 찜 요리에서 느낄 법한 맛을 기대했는데 그보다 훨씬 진하고 자극적이다. 정확히 무슨 맛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언가 아주 진한, 농축된 맛이 느껴진다. 치즈가 들어간 서양 음식을 처음 드신 할머니께서 ‘안되겠다. 김치 가져오너라’ 하실 때가 이런 경우일까. 나는 안되겠다 싶어 급히 와인을 주문했다. 와인이 꼭 필요했다.

‘아호스 드 프랑고’ 뒤의, 조리법을 나타내는 단어의 의미를 알았어야 했다. ‘Arroz de Frango de Cabidela’의 Cabidela는 날개, 염통, 머리, 발 등 닭의 모든 내장을 이용한 조리법을 의미한다. 고기를 즐겨먹지 않는 내가, 어쩌다 먹는 음식들이 계속 고기 내장 요리이니, 포르투 와서 진정한 트리페이루(Tripeiro, 내장 요리를 즐겨 먹는 포르투 사람을 일컫는 말)가 되어 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가장 충격적인 건 따로 있다. 이 요리의 자줏빛 걸쭉한 소스의 비밀이 사실은 식초를 가미한 닭의 피라는 것이다! 닭 피는 귀신을 쫓을 때나 쓰는 줄 알았지 이렇게 음식에 색과 윤을 내고 맛을 위해 사용할 줄은, 내 협소한 미식의 세계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요리에 재능이 있고 감각이 좋은 사람이라면 눈치를 챘을까? 난 그저 와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모르는 게 약이다.

▲ 닭의 '그것'이 들어가 진한 맛이 살아있는 닭고기 밥 <사진=송정하>

선명하고 진한 레드 와인이 작은 유리병에 담아져 나왔다. 눈이 마주친 할아버지는, ‘내 그럴 줄 알았다’ 하는 표정이다. 고기 조각과 밥을 한 모금 입에 넣고 삼키기 전에 와인을 조금 마셨다. 포르투갈 특유의 강렬하고 풍부한 과일향이 입안을 감싼다. 무겁고 진한 소스가, 소스에도 지지 않을 풀 바디 레드 와인과 잘 어우러져 입안이 한결 상쾌한 느낌이다. 그제서야 고기가 매우 부드럽구나 하는 것도 느낀다. 이럴 때 와인의 역할은 새삼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한다.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혹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비싸고 이름 있는 와인일 필요가 없으며 복잡하고 심오한 맛도 필요 없다. 향이 풍부하고 음식 맛을 살려줄 적당한 산도가 있는 와인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이때 와인은, 반드시 필요한 음식의 일부가 된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다가 나오신 인심 좋은 얼굴의 아주머니께서 테이블에 다가와 물으신다.

‘’따봉(tá bom)?’’

맛있냐는 저 포르투갈 표현을 특별히 배우지 않고도 아는 한국인답게,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무뚝뚝해 보이는 할아버지도 옆에서 같이 웃으신다. 나는 이때다 싶어, 휴대폰의 포르투갈어 회화사전의 ‘냅킨 주세요’ 문장을 보여드렸다. 재밌어하시며 필요한 만큼보다 훨씬 많은 냅킨을 건네주신다. 서로 할 수 있는 말이 적은 대신 웃을 일은 더 많다.

앞 테이블에 앉은 한 여성분은 나랑 똑같이 먹기 시작했는데 와인 항아리도 다 비우고 추가 주문까지 해서 먹은 후 벌써 일어섰다. 한자리에서 디저트까지 사부작사부작 모든 코스를 금세 소화해 내는 유럽인들은 볼 때마다 놀랍다.

나도 일어섰다. 내가 조금만 더 넉살이 좋은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음식과 가격, 분위기 할 것 없이 한 시간 만에 이곳과 정이 든 나는, 두 분 주인장의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차마 말하지 못하고 몰래 요리사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찍는 걸로 만족하고 레스토랑을 나왔다. 언젠가 다시 오면 옆 테이블의 할아버지 손님이 드시던 정어리 튀김을 먹고 싶다.

▲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계신 ‘미니 셰프’ <사진=송정하>

매일 걷던 산타 카타리나 거리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나는 군밤을 한 봉지 사 들고 안 가본 길을 구불구불 걸었다. 여전히 축축한 거리 지만 다행히 한 번도 큰 비가 쏟아지지 않았다. 페르난디나 성곽(Murlha Fernandina) 너머로 도루 강이 안개로 자욱하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 가, 동 루이(Ponte de D. Luis I) 다리의 아래층 인도를 지나 와이너리가 줄지어 선 곳으로 넘어왔다. 안개에 잠긴 다리와 작은 배들이 건너편의 색색의 집들과 대조되어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와이너리 테일러(Talyor’s)로 가는 오르막길이 어째 클레리구스 탑의 계단보다 가혹하다. 갈림길마다 보이는 테일러 안내 표지판이 조금만 더 힘을 내 걸으라는 듯 길을 재촉한다. 이 언덕만 넘으면 최고의 알코올 강화 와인, 포트의 부드럽고 감미로운 맛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이 순간만은 그저 냉수나 한 사발 들이켜고 싶은 심정이다.

테일러에 도착해 곧바로 와이너리 투어에 들어갔다. 포도 재배와 양조 과정이 담긴 사진이 걸린 어두운 복도를 지나 서늘한 와인 저장고에 이르렀다. 파이프(Pipe)라고 불리는 550 리터 들이 전통적인 나무통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더 깊숙이 들어가니 루비 포트 등의 가벼운 스타일의 포트와인을 위한 대형 오크통도 보인다. 통에 붙은, 숙성기간을 의미하는 10년이라는 숫자에서 와인을 위해 공들이는 사람과 나무통 자체의 인내가 전해지는 것 같다.

포트 와인은 발효 과정 중 알코올 농도가 77%에 달하는 브랜디 즉 아구아르덴트(Aguardente)를 넣어 알코올 도수를 높인 강화 와인이다. 이때 넣은 도수 높은 브랜디가 발효를 중단시켜, 당분은 알코올로 변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감미롭고 달콤한 포트와인이 탄생한다. 원래는 일반적인 레드 와인이었는데, 해외로 수출하면서 장기간의 항해 중 상하는 것을 방지하고 와인을 안정화 시킬 목적으로 브랜디를 넣기 시작하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포트와인은 숙성 방법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스테인리스나 큰 나무 통에서 짧은 기간 숙성 시켜 포도가 주는 과일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루비 포트(Ruby Port)와 그보다 작은 파이프 통에서 최소 3년이 넘는 장기간의 숙성을 통해 연한 갈색을 띠는 토니 포트(Tawny Port) 그리고 특별히 수확이 좋은 해에 잘 익은 포도로만 만드는 최고급 포트인 빈티지 포트(Vintage Port) 등이 그것이다. 한편 이름도 거창한 레이트 보틀드 빈티지 포트(Late Bottled Vintage Port, LBV)라는 것도 있다. 단일 빈티지 포트이지만 4~6년간 나무 통에서 숙성을 거친 후, 말 그대로 늦게 병입 한 것을 의미한다. 어떤 종류의 포트가 됐건 숙성에는 새것이 아닌 이미 사용한 오래된 통이 쓰인다. 새 오크통의 강한 향은 포트와인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짧은 투어가 끝나고 정원을 마주한 로비에 앉아 화이트 포트와 LBV 그리고 10년산 토니포트의 시음 시간을 가졌다. 마침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기 시작해 정원의 가지런한 풀과 진홍색의 꽃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진한 붉은색 LBV 포트와인에서 장미꽃 향이 그윽하게 피어오르는 것 같다. 어쩐지 꼬냑(Cognac, 프랑스 꼬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브랜디)이 연상되는 부드러운 토니도 좋지만, 경쾌한 활기가 필요한 지금은 달콤한 꽃향기에 더 마음이 간다. 나는 다음의 걷는 일정을 고려해, 숍에서는 장식용 미니보틀 4개가 들어 있는 한 세트만을 사고 와이너리를 나왔다.

걷고 쉬고를 반복하다, 나는 관광객이 아니면 타기 힘든 그것,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빌라 노바 데 가이아에 정박한 바지선들과 붉은 지붕들 그리고 여럿 포트 와이너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안에서, 밖에서는 하기가 조금 민망한 셀카를 열심히도 찍어 댔다. 그런데 케이블 카가 나를 내려놓은 곳은 한국의 수도권 어디쯤 되어 보인다. 포르투 신시가지다. 현대적이고 쾌적한 전차와 버스가 다니고, 길 건너에는 무채색 콘크리트 건물들이 늘어선 이곳은 또 다른 세상 같다. 한국의 집이 생각나서 일까, 콘크리트 도시에서 은근한 향수가 느껴진다.

포르투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나는 걷고 또 걸었다. 같은 길도 빙글빙글 돌아가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일도 부지런히 승객들을 대서양 해안으로 데려다줄 트램이 노란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아침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괜히 불 꺼진 식료품점의 여러 가지 와인들과 그 아래 선반에 알차게도 진열된 소시지들을 쳐다보다가, 문득 밤 하늘 아래에서 보는 아줄레주 타일의 빛깔이 원래 푸른 바다색인지 아니면 하늘색인지 갑자기 기억나지 않는다. 떠날 때가 다가오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방향을 돌려 다시 동 루이 다리의 높다란 2층 길에 섰다. 생각보다 낮은 난간에, 전차가 지나갈 때마다 울리는 바닥이 아찔하다. 나는 이 곳에서 한참을 있었다.

▲ 해가 진 포르투 시내의 멈춰 있는 트램 <사진=송정하>

발이 아프고 허기가 질 때쯤 홀린 듯이 다시 한번 페드로네 닭집으로 향했지만, 과감히 노란색 간판이 시선을 끄는 옆의 캐주얼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따듯한 수프와 오징어 밥, 그리고 샹그리아 한 잔을 시켰는데, 나를 제외한 다른 손님들은 모두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햄버거를 먹고 있다. 여기는 햄버거 맛집이었다. 음식을 먹는 것 하나도 눈치가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어떻게 해도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는 하루를, 나는 어이없게도 숙소에 들어가 일찍 잠드는 걸로 마무리했다.

다음 날 아침 서둘러 짐을 챙기고 7시쯤 나와, 캄포 24 아고스토(Campo 24 Agosto) 역에서 공항으로 가는 보라색 라인 지하철을 탔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후 면세점에서 그래험(Graham’s) LBV 포트와인을 한 병을 샀는데, 예상외로 전혀 가방 무게를 검사하지 않는다. 기내에 자리를 잡고, 멀리 보이는 벌판이 메모지처럼 작게 보일 때쯤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이후 몇 개의 나라로 종종 여행을 떠났지만, 카메라보다는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닌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었다. 기억력이 좋지 못한 나는, 모든 순간의 생각과 느낌을 담아두고 싶었다. 볼량 시장은 현재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라고 한다. 내 목에 분홍색 머플러를 멋들어지게 매어 준 아주머니는 지금 어디에 계실까? 난방을 포기한 대신 그 대가로 넘치는 친절함을 보여준 호텔은 아직도 그 방침을 고수하고 있을까? 레스토랑 미니셰프의 두 분은 지금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여전히 따뜻한 음식을 만들고 나르느라 분주히 보내고 계실 거라는 확신이 든다. 도루 강의 차가운 안개가 피어나고 따듯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곳, 2016년 1월의 어느 날들에 나는 포르투에 있었다.

▲ 송 정 하

법대를 나왔지만 와인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좋아 프랑스 보르도로 떠났다. 보르도 CAFA에서 CES(Conseiller en sommellerie:소믈리에컨설턴트 국가공인자격증), 파리 Le COAM에서 WSET Level 3를 취득했다. 사람이 주인공인 따뜻한 와인이야기를 쓰고 싶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송정하 noellesong05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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