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줄린(Richard Juhlin)은 샴페인 세계에서, 특히 전문가들 중 정점에 있는 인물이다.

세계적인 '샴페인 전문가' 리차드 줄린은 13,000가지 이상의 샴페인 시음 경험을 토대로 평론을 펼치며 많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샴페인 길라잡이가 되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그가 샴페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그가 뽑은 최고의 샴페인과 좋은 샴페인의 특징, 샴페인 블라인드 시음법 등을 알아보았다.

Q1.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믈리에타임즈 독자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샴페인 전문가 리차드 줄린(Richard Juhlin) 입니다. 저는 1998년 이래로, 약 1만 3,000개에 달하는 샴페인을 시음하며 세계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으며, 2013년에는 프랑스 전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François Hollande)로부터 레지옹도뇌르 훈장(Légion d’honneur)을 수여 받았습니다. 또한, ‘샴페인 하이킹(Champagne Hiking)’ ‘더 그레이트 테이스팅(The Great Tasting)’을 비롯한 8권의 샴페인 관련 책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Q2. 현재 20년이 넘는 시간을 이 업계에서 몸담고 계신데요. 처음 와인 산업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이었고, 그중 샴페인이라는 분야에 특별히 빠진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원래 체육 선생님이었지만, 1986년 제 안에 샴페인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발견하며 본격적으로 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처음 샴페인을 직업이 아닌 취미로 접했던 것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에 더 열정을 갖고 공부하여, 더 높은 수준의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게 되었습니다. 

제 목표는 샴페인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즐기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전 세계의 모든 훌륭한 와인 중에서 ‘샴페인’에 집중하게 된 주된 이유는 첫째, 휴가차 방문한 프랑스 랭스에서 이틀간 머물며 샴페인과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고, 둘째로 샴페인이 지구상에서 가장 다면적인(multifaceted) 와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샴페인 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때는 제가 전문가들과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대등한 수준을 넘어 이길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을 때였죠.

Q3. 샴페인 평론가로서, 리차드님이 생각하는 '좋은 샴페인'이란 무엇일까요?

훌륭한 샴페인은 다양한 방법으로 판단될 수 있고, 장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대한 평가를 받는 크룩(Krug)과 볼랭저 비에이유 비뉴(Bollinger Vieilles Vignes)의 올드 빈티지의 경우 타르(tar), 감초 그리고 야생버섯과 같은 마치 레드와인과 같은 진한 아로마를 가지고 있으며, 영한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의 경우 생기가 넘치고, 마치 가볍고 절묘하고 플로럴한 즐거운 아로마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훌륭한 샴페인은 젊음의 신선함이 있는 동시에 성숙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엄청난 부케(bouquet) 그리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우아한 뒷맛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Q4. 리차드님이 시음했던 샴페인 중 '최고의 샴페인'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지금 시기에 독자분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샴페인이 있을까요?

1979년 이래로, 저는 매년 ‘크룩 끌로 뒤 메닐(Krug Clos du Mesnil)을 가장 좋아하는 샴페인이라고 말하며, 저에게 있어선 DRC의 로마네-꽁띠(Romanée-Conti)와 함께 저의 '최고의 와인' 중 하나로 꼽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샴페인들은 정말 많습니다. 제 웹사이트(champagneclub.com)에서 다양한 샴페인을 찾아보시길 추천합니다. 

단, 제가 시음한 1만 2,000개의 독특한 샴페인 중에서 저는 단 한 개의 샴페인에 100점 만점을 주었는데요, 바로 ‘1928 Pol Roger ’Grauves VInothèque’(1928 폴 로저 '그로브 비노테크')입니다. 저는 이 와인을 구매한 후 5년을 기다린 뒤, 2003년 3월 스톡홀름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1986 셀로스, 볼랭저의 전설적인 각기 다른 빈티지 3병, 훌륭한 돔 페리뇽 로제, 1961 꽁뜨 드 샹파뉴, 하모네, 라피트, 로마네-콩티, 리슈부르, 로마네 생 비방 마지막으로 1947 슈발 블랑 샴페인과 같은 명성 높은 와인들과 함께 시음을 했는데, 그중 1928 Pol Roger ’Grauves Vinothèque가 단연코 제일 돋보였습니다. 노즈(nose)는 정말로 강렬해 눈물이 날 정도였고, 경이로운 아로마의 부케는 코코넛, 파파야, 민트 초콜릿과 같은 이국적인 노트와 함께 더 확장되었습니다. 그날 저녁 이후, 이 샴페인은 저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고, 사랑에 빠지게 했습니다.

Q5. 최근 리차드님이 시작하신 프로젝트 중에는 '샴페인 하이킹(Champagne Hiking)'이 있는데요. 이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새로운 ‘샴페인 경험’을 찾기 위한 나의 모험은 저를 가장 아름답고 신나는 자연경관으로 데려왔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했던 기억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화를 이루며 엄선된 샴페인을 즐겼던 순간과 연결되는데, 이를 토대로 오랫동안 저는 "왜 특정 시간에 특정한 샴페인이 특정한 장소에 가장 맛있는가"를 분석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샴페인 경험을 최적화하기 위한 여행이 ‘샴페인 하이킹(Champagne Hiking)’이라는 프로젝트의 출발점입니다.

우리가 행복을 경험할 때, 우리 몸 안에 있는 모든 감각에 기여도는 높아집니다.  장소, 동료, 분위기와 같은 요소들 역시 전체적인 경험에 영향을 미치죠. 연극이나 콘서트를 현장에서 감상할 때처럼요. 당연한 얘기일 수 있지만, 미식에 있어서는 꽤 최근에 적용되기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헤스톤 블루멘탈(Heston Blumenthal) 셰프의 레스토랑 '더 팻 덕(The Fat Duck)'에서 손님들이 멋진 해산물 요리를 맛보면, 해변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 갈매기의 울음소리, 바다 내음이 나는 옅은 안개를 경험하게 됩니다. 더 팻 덕의 셰프는 할 수만 있으면 손님들을 데리고 해산물이 가득있는 해변으로 가 더 확실한 미식경험을 제공할 것이며, 셰프는 이러한 사실에 동의하고 있지요.

자연에서 샴페인을 즐기긴 제약이 있을 수도 있지만, 쿨러백에 담긴 멋진 샴페인 한 병은 우리를 자연의 특정한 장소로 이동할 수 있게 하여 최적의 시음을 경험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샴페인 하이킹'인 것이지요.

이렇게 '샴페인 하이킹'은 새로운 시음 장소를 발견하는 즐거움으로의 초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샴페인을 통해 여러분을 새로운 장소로 데려가는 여행인 것이지죠. 더 멀리, 더 높이, 더 깊고 그리고 더 강하게 두근거리는 '샴페인의 심장'으로 데려다줄 수 있습니다. 시음을 통해 만들어진 감각들은 자연과의 새로운 관계를 통해 해방되고 증폭될 수 있습니다.

Q6. 리차드님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요?

미래가 말해주겠죠! 무알코올 스파클링 와인과 함께 스웨덴의 수공예 레이미에(Reijmyre)와 함께한 프리미엄 샴페인 잔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Q7. 마지막으로, 와인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생각의 전환을 해보세요. 가능한 많이 읽고, 시음한 후에 여러분만의 길을 가보시길 바랍니다. 가장 까먹기 쉬운 부분은 와인을 시음할 때 필요한 집중력과 주의력입니다. 모든 훌륭한 와인은 2분 동안의 충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마도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할 때 제가 추천하는 7가지 단계를 사용하여 좀 더 구조화하고 능력을 더 빨리 향상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 리차드의 7단계 샴페인 블라인드 시음법 -

01. 와인의 전체적인 퀄리티 레벨은 어떠한가? 스탠타드 샴페인, 빈티지 혹은 프레스티지 뀌베?

02. 프로듀서의 종류, 생산자, 샴페인 하우스 아니면 특정한 생산자 스타일인가?

03. 숙성 정도 및 빈티지 캐릭터는?

04. 와인 양조 방식은? 오크 배럴 혹은 스틸 탱크? 도사쥐(Dosage) 레벨은? 유산발효가 들어갔는가? 환원성 혹은 산화성인가? 비오다이내믹 방식? 병 사이즈? 등

05. 포도 품종 구성은?

06. 지리적 방향은? 특별한 지역이나 개별적인 마을이나 장소의 테루아에서 온 것인지?

07. 최종 결론

몇 년간의 훈련과 여러 가지 맛의 샴페인의 시음을 한다면, 여러분은 종종 추측을 통해 정답과 상당히 가까워질 것이고, 고귀한 와인의 비밀에 대하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욕구를 증가시켜 줄 것입니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