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르고뉴 5대 네고시앙 중 하나인 '메종 조제프 드루앙' <사진=Maison Joseph Drouhin>

네고시앙은 1600년대부터 등장하여 1700년대부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1627년 모통(Moton) 소유주(Jean-Louis de Nogaret de la Valette)가 네덜란드 기술자(Jan Leeghwater)에게 메도크의 배수 공사를 의뢰하여 메도크의 와인이 좋아지자, 프랑스의 왕족과 귀족들이 메도크에 포도밭을 조성하여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들은 좋은 와인을 만들기는 하지만, 왕족이나 귀족 체면에 판매는 터놓고 할 수 없었다. 이때 네고시앙이 접근하여 이들 와인을 통째로 구입하기 시작하였다. 즉 영업을 대행해 주는 업체가 생긴 것이다. 유력한 네고시앙은 샤토 입장에서 은행과 마찬가지였다. 샤토 주인은 대중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와인을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쿠르티에(중개상)는 전화, 팩스 등 통신망이 없던 시절에 생산자와 구매자의 연결로 시작하여, 샤토와 네고시앙 사이에서 거래를 성사시켜 양쪽에서 수수료를 챙긴다. 즉 중간에서 궂은일을 맡아서 하는 직업이 생긴 것이다. 그러다가 루이14세가 네고시앙은 쿠르티에와 함께 일해야 한다는 명을 내리면서 1680년 중개상은 네고시앙 제도로 법제화된다. 현재 쿠르티에는 5년의 경력을 쌓고 이론시험과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거쳐야 하는 와인 전문가 집단이다.

이렇게 보르도 와인은 샤토, 네고시앙, 쿠르티에를 거쳐서 복잡하게 거래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진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각 샤토가 한국의 구매자를 포함하여 그 많은 구매자를 일일이 상대하려면 수많은 인력과 판매 시스템이 필요하게 된다. 가락시장에서 경매를 없애고 배추를 농민에게 직접 구입한다고 해서 잘 되지는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중간 상인들의 역할이 다 있는 것이다. 2005년 미셀 롤랑이 직거래를 시도하다가 오히려 와인 값이 더 비싸진 사례가 있다. 중간 상인들은 전문가로서 소비자에게 적절한 가격을 안내해 주고, 전문적인 정보를 주며, 샤토는 복잡한 영업망을 갖출 필요 없이 최고의 와인만 만들면 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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