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와인 업계는 지난 9월 산불 피해와 이어진 11월의 스모크 테인트 피해 등 치명적인 자연재해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 18일, 뉴욕타임즈는 미국 고급 와인 산업의 푸르른 중심지인 나파밸리의 포도밭은 일정한 토양과 온도 패턴 그리고 균형적인 강우량을 자랑했지만, 최근에는 불타버린 풍경, 부족한 물 공급 등과 같은 문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지난 3월에는 보험사들이 불타버린 와이너리를 더 이상 충당하지 않겠디고 발표하며 와이너리들은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자포자기한 일부 재배업자들은 자외선 차단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부족한 물로 저수지가 건조해지자 화장실과 싱크대의 오수를 걸러내어 농지에 공급하는 등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린 & 레드 빈야드의 대표 아론 휘트래치(Aaron Whitlatch)는 엄청난 고온으로 인해 포도가 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유기농 카올린을 기반으로 한 자외선 차단 스프레이를 사용했는데 그의 전략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가장 더운 날 햇빛에 노출된 포도 중 일부는 검게 변하며 사실상 터무니없이 ‘비싼 건포도’가 되어버렸다. 포도에 자외선 차단제를 뿌리는 것은 저렴한 조치 중 하나인데 더 비싼 전략으로는 천으로 그늘을 만들어 포도나무를 덮는 방법이다.

또한, V. 사투이 와이너리의 경우 건조 및 부족한 강우량으로 인해 저수지의 물이 부족해졌고, 와이너리의 톰 데이비스(Tom Davies)는 하루에 8번 나파위생지구(Napa Sanitation District) 시설의 하역장에 차를 세우고 약 3,500 갤런에 달하는 오수를 탱커 트럭에 가득 채운 뒤 포도밭까지 10마일을 운전하여 급수하고 있다. 가정용 화장실과 배수구에 나오는 물을 체에 거른 뒤 소독하는 방식으로 정수된 물은 트럭 한 대당 6.76달러(한화 약 7,800원)에 거래된다. 이러한 가격 자체는 저렴하지만 ‘운송 비용’으로만 약 140달러(한화 약 16만 원)이 소요된다. 이는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비용을 넘는 수준이다. 데이비스는 오수를 사용함에도 포도밭 운영 비용은 6만 달러(한화 약 6,900만 원)이 추가된다며 “분명한 걱정거리이지만, 우리 산업의 종말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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