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김하늘] 흔히들 에비앙(Evian)의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프리미엄 워터의 대표주자라고 인식하곤 한다. 에비앙은 세계 최초로 병입물을 상품화한 물이다. 그 전에도 유명한 온천에선 물을 병에 담아 거래를 하거나, 판매도 하였지만, 에비앙은 1829년 물을 판매하기 위해 최초로 회사를 설립하였다. 미네랄 워터의 인기는 굉장했지만, 19세기 후반 콜라의 등장으로 물은 음료로서 시장성을 잃었다. 1950년대에 들어서 에비앙은 ‘수유 중인 산모와 유아에 필요한 미네랄이 풍부하다’ 는 광고 문구로 전 세계 생수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오늘날 프리미엄 워터 시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에비앙. 지난 동남아 여행에서 물갈이 배앓이로 고생했을 때, 유일하게 믿고 마실 수 있는 물이었다.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학창시절 한 친구가 옆 옆 반에 전학을 왔다. 전국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자사고에서 입시에 필요한 내신 경쟁을 하기 위해 지역의 평범한 공립학교로 전학을 온 것이다. 그 친구는 오자마자 본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하였다. 여기저기서 자존심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금방 모두의 경계의 대상, 시기의 대상이 되었다. 일부는 이 친구의 공부법이 무엇일까 관찰하고 또 관찰했다.

철저히 명문고에서의 경쟁 환경에 익숙한 그는 친절한 편도 아니었어서, 웬만해선 자리를 피했고, 어쩌다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면 모른다고 답했다. 또 열람실엔 개인 자리가 있어서 그의 공부법을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그 중 파악됐던 독특했던 습관이 있었는데, 생수병을 들고 다니는 습관이었다. 우리는 갈증 해소엔 학교 정수기와 수돗가가 익숙해진 터. 그때 당시만 해도 물을 사 마시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았을 때, 텀블러에 정수기 물을 받아 다니는 것도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물리적 접근도 쉽지 않았을 때였다. 분홍색 라벨을 한 생수병이 한때 초미의 관심사였다. 얼마 있지 않아 대화를 나누며 그 생수에 관해서 물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물에 관심을 두자 그 친구가 나에게 한 병을 주었다. 나의 첫 ‘에비앙’이었다.

대학 진학 후엔 학교 수업시간이나 학생자치활동 중에 에비앙을 접할 기회가 자주 있었는데, (외식경영을 전공했다.) 간혹 후배 중에 에비앙은 물맛이 다르다고 얘기하면, 선배 중에 맞장구를 쳤다. 나는 의식하지 않은 척하곤 계속 마셔봤지만, 끝내 뭐가 다른지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 소믈리에 스터디를 하면서 여러 가지 물들을 각각의 잔에 따라서 비교 테이스팅을 했었는데, 모두 워터 테이스팅의 기본이라는 삼다수와 에비앙의 차이점 습득에 열을 올렸다. 그 전까진 삼다수, 평창수, 석수, 아이시스 등 다양한 물을 마셔보긴 했지만, 한자리에서 비교해서 마셔보긴 처음이었다. 그때 에비앙의 차이점을 발견했던 나는 그렇게 워터 세계에 발을 들였다.

여러분 중에서도 삼다수와 에비앙을 두고 두 물의 맛 차이를 감별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워터 소믈리에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칼럼니스트 소개] 김하늘은?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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