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의 최남단에 보졸레(Beaujolais) 마을이 있다.
80년대에 보졸레 누보는 최전성기를 누렸다. 일본에서 건너온 보졸레 누보 축제는 우리나라 80~9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고 호텔마다 11월 셋째 목요일이면 보졸레 누보 파티가 벌어졌었다.
올해는 11월 18일(목)이 보졸레 누보 Day다. 예전만한 인기는 없지만, 어쨌든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올해 처음 나온 와인의 맛을 볼 수 있는 상징적인 의미의 보졸레 누보 Day를 기다리며 사전 주문이나 보졸레누보 시음회를 통해 햇 보졸레의 신선하고도 프루티한 향을 음미하며 즐긴다.
보졸레(Beaujolais)지역은 로마시대 부터 포도를 재배해 온 곳이다. 지금의 브루이 Brouilly와 모르공 Morgon 지역이 경작되었고, 7세기 이후부터는 베네딕트파 수도승들이 포도밭을 가꾸어왔으며 10세기경 보죄 Beaujeu 라는 마을 이름을 따서 지금의 보졸레 이름이 유래하게 되었다. 보죄 경 Lord of Beaujeu 에 의해 통치되던 이 지역은 15세기에 부르고뉴 공작 Duchy of Burgundy 의 손에 넘어갔다.
부르고뉴에서 주로 재배되던 피노누아에 비해 2주 먼저 익고 경작하기도 훨씬 쉬운 가메 Gamay 라 불리는 보졸레 포도는 맛과 향이 피노누아 보다 저급하다는 이유로 1395년 부르고뉴의 공작이었던 필리프 ( Duke of Burgundy Phillipe the Bold) 가 가메 품종을 모두 뽑아버려라 명령을 내려서 부르고뉴에서 쫒겨나게 되었고, 남단 끝 보졸레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마시기 편하고 프루티한 과일 맛이 나며 가격도 너무 착한 이 보졸레 와인은 이후 주로 론과 손 강 유역, 그리고 리옹 Lyon마을에서 주로 소비되다가 19세기 프랑스 국철 시스템의 정비로 파리로 철도가 연결되면서 큰 돈벌이가 되었고 생산량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지금의 보졸레 와인은 부르고뉴 와인 전체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색이 맑고 맛도 경쾌하며 과일 향이 산뜻하다. 잘 알려진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 햇 보졸레 와인이라는 뜻)는 신선한 맛으로 이름이 났다. 보졸레 누보는 늦여름에 포도를 따서 2~3달 양조와 숙성을 거쳐 그해 11월 중순에 출시하니 그야말로 ‘겉절이’ 와인인 셈이다.
보졸레에서 가장 큰 와인 메이커이자 네고시앙인 조르쥬 뒤뵈프(Georges Dudoeuf)는 기발한 상술을 발휘하여 프랑스와 전세계에 ‘보졸레 누보의 날’을 지정히고 이를 축제화함으로써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고 이 마을사람들 모두 부자가 되었다.
올해는 초봄에 서리가 내려 포도나무의 싹이 얼어죽는 바람에 수확량이 30%나 줄어드는 큰 피해를 보았다고한다. 2020년은 작황이 너무 좋아 정말 맛있게 마셨지만, 올해는 과연 어떤 맛일지 사뭇 기대된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인기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욱성 kimw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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