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시인은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을 통해 기다림의 숨겨진 의미, 즉 능동적인 기다림에 대해서 알려준다.

나는 이러한 기다림을 프랑스의 철학자 티에리 타옹과 함께 다음에 와인을 마시는 순간을 '욕망하는 즐거움', '상상하는 즐거움'이라고 표현한다.

연말연시에 참으로 감사한 선물들을 받았다. 몰도바의 와이너리 카스텔 미미(Castel Mimi)에서 보내준, 배럴 테이스팅만 해본 적이 있는 오렌지 와인의 첫 빈티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렌지 와인 중의 하나이며 <Amber Revolution>의 저자 Simon J Woolf도 좋아하는 슬로베니아의 Brandulin Pikotno, 그리고 책 <냉정과 열정 사이 Blu>.

아~ 내 가슴을 아프게 했던 영혼의 손이 슬며시 건네주었던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의 후편, 아니 정확히 말하면 Rosso의 경우와 달리 남자 주인공 쥰세이의 입장에서 쓴 글이다.

이 와인들을 마시고, 이 책을 읽을 시간을 (적극적으로) 기다리는 동안 나는 계속 욕망하고 상상하는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보내준 사람들의 훈훈한 마음과 정성을 알고 있으니, 그 와인과 책이 모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들이니, 그러한 즐거움이 배가 된다.

아무리 값비싼 선물도 내게 이러한 감동을 주지 못한다.

어차피 난 그런 것에 특별한 관심도 없고, 대부분의 경우 정중하게 선물을 거절한다. 정겨운 것, 진심으로 위해주는 것,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작지만 위대한) 정성들이 내 가슴을 뭉클하게 물들이고,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도록 만든다.

정초에 모 소믈리에로부터 신정인사의 긴 문자를 받았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항상 와인업계를 위해서 뛰시는 열정을 보면 저도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게 됩니다. 오랫동안 우리 곁에, 와인업계에 남아 주세요."

과분한 내용의 이 문자에 내 눈시울이 뜨거워졌었다. 나는 이 문자를 보낸 젊은 소믈리에와 개인적으로 만나 와인 한 잔 마신 적이 없었다.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토마시와 테레자의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위대한 문학가가 던지는 메시지도, 지난 연말에 맛난 점심을 사주시며 내게 조언을 해주신 와인업계 모 선배님의 성원도, 2021년의 마지막 날 내 가족을 위해 애플파이를 만나서 전해주신 한 존경하는 선배님의 배려도, 의미 있는 와인과 책을 보내준 와인업계 후배/동생의 정성도, 그리고 감동의 문자도 모두 소중하다.

괴테는 "나쁜 와인을 마시기에 인생은 너무나 짧다" 라고 말했지만, 나는 이러한 훈훈한 사람들과 와인 한 잔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갖기에도 인생은 짧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불편한 만남과 상황을 점점 피하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피렌체에 가겠다는 희망도, 몰도바와 슬로베니아에 가서 그 와인생산자들을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는 마음도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현실의 답답함을 견디게 하는 힘이다.

나는 여행을 꿈꾼다. 고로 존재한다.
Ich träume von Reisen, also bin ich.
박찬준 Asia Wine Conference Initiator & Director 및 Asia Wine Trophy Asia Director

소믈리에타임즈 박찬준 vinfriend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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