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환 밥소믈리에

[칼럼니스트 박성환] 맛있는 밥 짓기의 두 번째 이야기다. 지난 ‘맛있는 밥 짓기’에서는 좀 더 밥맛이 좋아지는 밥 짓기 요령에 대해서, 그리고 ‘숫자로 보는 밥 짓기’ 편에서 쌀과 물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쌀 종류에 따른 밥 짓기를 이야기한다.

(1) 백미

쌀 계량하기
쌀 전용 계량컵을 사용해서 인원수에 맞춰 쌀을 계량한다.
계량컵의 용량은 180mL로 쌀을 채웠을 때 중량은 150g이다. 정확한 계량방법은 컵에 쌀을 산봉우리 모양으로 가득 채운 후 평평한 막대기로 깎아내면 된다. 가정에서는 주걱 손잡이 부분이나 큰 젓가락을 사용하면 된다.

정확하게 쌀을 계량하지 않고 밥을 지으면, 밥이 되거나 질어진다.

쌀 씻기
쌀을 씻을 때 첫물은 재빠르게 헹구어 버린다. 그리고 손가락을 세워서 마사지하듯이 10~20회 정도 쌀을 주물러 씻는다. 물로 헹구어 낸다. 이렇게 2회 반복한다. 이때 희고 탁한 물이 나오는데 여기에는 쌀의 감칠맛 성분들이 녹아있다. 그래서, 쌀을 씻을 때 물이 투명해지도록 씻으면 안 된다. 쌀을 씻는 동안에도 물을 계속 흡수하기에 쌀 씻는 시간은 3분 이내에 빨리 씻는다.

침지 (물에 담그기)
쌀 씻기가 끝나면 밥솥에 씻은 쌀을 담고 눈금에 맞추어 물은 넣는다. 이때 밥솥은 수평한 곳에 놓아야 한다. 쌀은 최소 30분에서 1시간 정도 담구어 둔다.

과거 자료들은 여름에 30분, 봄,가을에 1시간, 겨울에 2시간이라고 했다. 하지만 요즘 주택의 내부 기온은 따뜻하기에 30분~1시간 정도면 된다.

밥 짓기
침지가 끝나면 밥솥의 사용설명서에 따라 취반 버튼을 누르고 밥을 짓는다.

뜸 들이기
전자동밥솥일 경우 다 알아서 지어주기에 따로 신경 쓸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자동밥솥이 아닐 경우 10~15분간 뜸 들이기를 한다

밥 섞어주기
밥이 다 되면 여분의 수분을 날리고 동시에 지은 밥 전체의 수분 평형을 위해 밥을 뒤섞어준다. 먼저 밥을 4등분으로 나누고 나서 한 덩어리씩 아래에서 위로 공기를 넣는 것처럼 주걱을 올리면서 섞는다.
 

▲ 쌀 계량 하기 <사진=박성환>

(2) 무세미 (씻어나온 쌀)

일반 백미는 현미를 그냥 도정한 쌀로 정미라고도 한다. 무세미는 씻지 않고 바로 밥을 지을 수 있도록 쌀 표면에 남아있는 쌀겨를 특수한 가공법을 이용해 제거하고 씻은 쌀이다.

가공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물로 세척하는 습식연미방식과 그렇지 않은 건식연미방식, 그리고 타피오카를 사용해 세척하는 특수가공방식이 있다.

버려지는 쌀뜨물이 없어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이다. 쌀뜨물을 정화하려면 무려 480배의 물이 필요하다.

무세미에 물을 부으면 하얗고 탁한 물이 나오는데 이는 쌀겨가 아닌 쌀의 감칠맛 성분이 용출되어 나오는 것으로 버리지 않고 그냥 밥을 한다.

만약 좀 더 깔끔하고 가벼운 밥맛을 원하면 가볍게 한번 헹구어 내고 밥을 해도 된다. 일반 백미처럼 쌀을 씻으면 쌀의 감칠맛 성분이 다 빠져나와 푸석푸석하고 맛없는 밥이 된다.

일반 백미로 밥을 지을 때와 다른 점은 다음과 같다.

무세미는 일반 백미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미비하지만 일반백미에 비해 쌀알이 작다. 같은 계량컵을 사용하면 훨씬 많은 쌀이 들어간다. 그래서 무세미로 밥을 지을 때는 계량컵에서 중량을 10% 줄이던지, 아니면 물양을 10% 증량해서 넣어야 한다.

일본은 무세미 전용 계량컵도 있다. 그 외는 일반 백미와 같다.

(3) 현미

현미란 껍질만을 제거하고 쌀겨층을 남긴 도정하기 전의 쌀이다. 도정한 쌀과 비교하면 많은 영양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특유의 거친 식감과 소화흡수에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맛있는 현미밥을 지으려면 다음의 내용에 주의해야 한다

쌀 씻기
현미는 금속채망을 사용하여 쌀을 씻는다. 채망에 비비면서 쌀겨층에 흠집이 생기면 그 틈으로 물을 흡수해서 좀 더 부드러워 진다.

물량
물량은 일반 백미보다 많이 준다. 전기압력밥솥의 경우 현미 눈금에 맞춰 물량을 넣고, 일반 솥일 경우는 쌀 1 : 물 2의 중량비율로 넣는다.

침지
침지시간은 5시간이며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 2시간은 물에 담그어야 한다.

현미는 쌀겨 층이 있어 백미보다 흡수가 잘 안 된다.  침지시간이 짧으면 밥을 지었을 때 속이 딱딱한 식감이 되어 버린다.

추가로 주의 할 점은 현미로는 한번에 대량으로 밥을 지으면 끓어 넘칠 수가 있어, 솥 용량의 절반정도로만 밥을 짓는다.

(4) 발아현미

발아현미란 벼의 왕겨를 제거한 현미의 싹을 1~5mm 정도 틔운 쌀이다. 현미를 약 32℃의 물에 22시간 정도 담그면 발아가 된다. 발아현미는 현미에 비에 소화가 잘 되고 GABA라고 불리는 감마아미노낙산이 풍부하다.

현미보다 먹기 편하고 GABA, 옥타코사놀, 피티산등이 생성되어 건강에 신경을 쓰는 분들에게 좋다. 발아미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다음을 주의해야 한다.

발아
발아는 너무 많이 시키면 좋지않다. 싹은 5mm이하로만 틔운다.

쌀 씻기
싹이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살살 씻는다.

침지
1시간 정도 물에 담근다. 백미보다는 수분 흡수가 잘 되지않아, 침지 시간이 짧은면 식감이 나빠진다.

이 외는 일반 백미와 과정이 동일하다.

(5) 찹쌀

찹쌀은 아밀로스 함량이 0% 다시 말해, 아밀로펙틴이 100%인 쌀이다. 그래서 일반 멥쌀보다 훨씬 찰기가 강하다.

일반 멥쌀보다 흡수율이 좋아 보통 물에 담그는 침지과정 없이 씻어서 바로 밥을 짓는다. 하지만 만약 밥을 쪄서 할 경우 6시간 정도 물에 불린다.

그 외는 백미와 동일하다.

밥 짓기는 전혀 귀찮거나 어렵지 않다. 물 조절과 불 조절 그리고 냄비에 따라 다른 미묘한 밥맛의 차이를 알게 되면 밥 짓는 것이 재미있는지 알게 된다.

라면 끓이는 것보다 밥 짓는 것을 더 어려워하는 세상이 되었다. 밥 짓는 요령보다 라면 끓이는 노하우에 대해서 알려주는 방송자료가 더 많은 것 같다. 게다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라면 소비량은 약 76개로 전 세계 1위라고 한다. 우리가 언제부터 라면을 먹었다고 우리민족은 라면을 먹는 민족이 아니다.

정말 농(農)민의 마음(心)을 생각한다면 라면보다는 좀 더 밥을 먹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주말에 직접 쌀을 씻고 밥을 지어보자. 밥 할 때 나오는 향기가 얼마나 구수하고 좋은지 느낄 수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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