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훈의 와인 스토리텔링] 로마네콩티를 구입할까?, 에베레스트를 오를까?

승인2022.01.19 13:35:59

로마네콩티를 구입할까?
에베레스트를 오를까?

경제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어떤상품의 가격이 증가할때 그 상품의 수요는 감소한다고 합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특정상품의 가격이 올라갈수록 소비자의 선호도는 더 높아지것을 베베른(Veblen) 효과라고 합니다.

유한계급론의 저자 Thorstein Veblen의 이름을 딴것입니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의도된 소비자들의 행태를 이야기하는것 입니다.

최고의 빈티지(vintage) 와인으로 널리 인정받는 1945년산 ‘로마네 콩티(Romanee-Conti)’ 레드와인 1병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와인 경매 사상 최고가인 55만8000달러(약 6억3200만 원·세금과 수수료 포함)에 낙찰됐습니다.

경매로 나오는것은 대부분 1500ml(매그넘)이니, 병당 20잔이 나온다고 했을때, 어림잡아도 와인한잔에 3200만원 정도 입니다.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여기에서는 고가의 와인을 구입하는 소위 '열광적인 와인애호가' 그룹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와인 애호가들이( 골동품이나 투자의 개념보다는) 몇천만원짜리 와인을 구입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인가 하는 점 입니다.

이런 와인을 구입하는 첫번째 이유는 높은가격에 상응하는 품질에 대한 기대감이나 선망 입니다.

두번째는 고가의 와인구매를 통한 자기만족이나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상태에 대한 증거를 제공하고, 다른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심리적 이유일것 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와인은 가격과 품질이 일치하는 상품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와인은 서로 달라서 하나의 잣대로 좋고 나쁘고를 비교할수 없습니다.

로버트 파커가 준 100점짜리 사토뇌프 뒤 파쁘가 80점짜리 오스트리아 그뤼네벨트리너 보다 우월한것이 아닙니다. 100점짜리 사토뇌프 뒤 파쁘는, 더 낮은 점수를 받은 88점짜리 사토뇌프 뒤 파쁘 보다 우월하다는 것 입니다.

한 걸음더 들어가면,
비교불가성은 표본으로 사용되는 장소나 품종같은 분류에서도 극복되지 않습니다.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한 사토뇌프 뒤 파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블랙베리, 미네랄, 감초, 그리고 토스트와, 혼합된 카시스의 진수를 나타내면서 거의 60초 동안이나 지속되는 비범한 순도와 균형감, 그리고 뒷맛을 지닌 이 감질맛 나는 다차원적 고급와인은 그야말로 굉장하다. 그것은 거의 20년정도 진화해온 종합적인 균형감을 지니고 있으며 개봉후에는 그것에 저항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로버트파커의 1997년 스크리밍이글의 시음기입니다.

장담하건데, 똑 같은 와인을 두고 파커의 시음노트를 보면서 시음을 해봐도, 당신의 미뢰가 이 복잡미묘하고 신비로운 표현을 느끼기는 불가능할것 입니다. 당신이 가진 미각의 통제수준을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날것 입니다.

2003년산 PAVIE를 두고 벌린 파거와 잰시스로빈스의 논쟁은 유명하죠.
같은 와인을 파커는 98점을, 잰시스는 20점도 안되는 시시한 와인이라고 혹평을 했습니다.

내가 카시스향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와인이 주는 감각적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시음자의 지식이나 기술, 감각에 따라 달라지는것이 아닙니다. 평론가들이 최고 평점을 준 어떤 영화의 완성도나 평판보다도 찰라의 한 장면이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옛날에 어떤 여인과 사랑에 빠진것은 그녀의 학벌이나, 미모, 집안배경이 아니였습니다. 긴 속눈썹과 고집스럽게 다문 입술 매무세였습니다.
그것이 나중에는 작별이 이유가 된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그녀는 파커류의 평가방식으로는 그리 좋은 점수가 아니였을지도 모릅니다.
와인은 가격과 품질이 일치하는 상품이 아닙니다.

집안 장농이나 셀러에 쳐박혀있는 로마네콩티는 가끔 꺼내서 흐믓하게 쳐다보거나,
지인들이 방문했을때 미끼상품용의 활용도 말고는 큰 의미는 없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지인들도 당신이 기대하는 만큼 감동하거나 부러워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와인은 같이 마셔야죠?
만약 그 와인의 사회적 효용가치가 끝나서 오픈한다고 연락이 오면, 저는 머리도 안감고, 양치도 안하고, 완벽히 가벼운 차림인 지금 상태로 튀어나갈것 입니다.
여기에 저의 딜레머와 천박성이 존재합니다.

만약 저에게 6천만원이 생겨서 로마네콩트를 살수있다면, 차라리 에베레스트 등반을 가겠습니다.

도전할만한 것에 오르는것은 성취이지만,
바라던 와인을 소비했다는것 자체가 성취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취란, 상품자체를 소비하는 방식에서 느끼는 '행복한 삶의 체험' 이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아무말없이 존재하는데, 과학은 자연을 자꾸 분석할려고 한다"
시인 유베날의 말 입니다.

권기훈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의대를 다녔고, 와인의 매력에 빠져 오스트리아 국가공인 Dip.Sommelier자격을 취득하였다. 이후 영국 WSET, 프랑스 보르도 CAFA등 에서 공부하고 귀국. 마산대학교 교수, 국가인재원객원교수, 국제음료학회이사를 지냈으며, 청와대, 국립외교원, 기업, 방송 등에서 와인강좌를 진행하였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권기훈 a90049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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