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토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

나는 우선 예산을 짜 보았다. 종이를 반 나눠 위에서부터 아래로 줄을 그었다. 한쪽에는 기계, 전기, 포도 구입비와 급여 등 모든 지출을 기록했다. 만약 소유주가 카베르네 소비뇽만 만들려고 한다면 적어도 5년간은 수입이 전혀 없을 것이다 샤토 몬텔레나의 새 소유주들은 예산서를 보며 기겁을 했다.

“도대체 이게 무엇입니까?” “5년간 수입이 전혀 없다면 어떻게 되는 거죠?” 그들이 물었다.

“좋은 와인은 급하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내가 설명했다. “와인은 숙성이 중요하며 좋은 와인 메이커는 숙성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포도밭에 재식을 하면 4년이 지나야 포도나무에서 와인이 생산될 수 있다. 짐 배럿은 보르도의 라피트처럼 고급 카베르네 소비뇽만 만들기를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와이너리에서 수년 동안의 통 숙성을 거친 후 출시해야 한다. 따라서 1972년 빈티지를 시장에 내놓으려면 최소 5년이 걸리며 그동안은 지출만 해야 하고 수입은 없을 수밖에 없다.

짐 배럿은 놀랐다. “이렇게는 안 되겠어요. 예산대로라면 우리는 파산하게 될 겁니다. 가능한 한 빨리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그들은 모든 것을 투자했기 때문에 바로 현금이 필요했다.

“그럼 화이트 와인을 만들어야겠네요. 레드 와인만큼 숙성에 시간이 걸리지는 않으니까요.”

- 기적의 와인(미엔코 마이크 그르기치, 박원숙 번역, 가산출판사)

이렇게 해서 ‘샤토 몬텔레나의 화이트 와인’이 탄생한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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