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랭이팜 양조장

[칼럼니스트 백웅재] 프리미엄 한주란 무엇인가? 졸저 ‘프리미엄 한주’에서 프리미엄은 일단 ‘비싼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긴 하다. 한주 업계가 거품 낀 곳도 아니고, 비싼 가격 고집하면서도 살아남을 정도면 다 그만한 퀄리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소개하는 다랭이팜 술은 비싼 술이 아니다. 그래서 프리미엄 한주를 소개하는 이 글에서 소개해야 할지 어떨지 고민이 컸다. 일단 필자 자신이 자가당착에 빠지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품질만은 분명 프리미엄이라고 보증할 수 있다. 유기농 쌀 사용, 첨가제 없음, 우리밀 누룩 사용, 항아리 숙성, 소량생산. 이 정도면 프리미엄임을 부정할 수 없다.

다랭이팜 쌀막걸리
초기 시제품으로는 첨가물도 사용했었고, 이렇게 프리미엄급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곧 첨가물은 빼고 유기농 쌀과 우리밀 누룩만 써서 만들기 시작했다. 다랭이팜막걸리의 판매가는 현지 직영식당 기준으로 4천 원. 그야 양조장 직영이라는 점과 유통마진, 운송비 등 기타 비용을 제할 수 있으니 당연히 싸다. 하지만 서울에 올라와서 전문점 가격으로도 6~7천 원 정도면 마시는 술이니 웬만한 지역 유명 막걸리와 같은 가격이다. 술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가성비 좋은 술로 통한다. 다만 프리미엄으로서는 패키지가 좀 아쉽다. 필자가 이창남 대표와 술 한 잔 마시고 한 첫마디가 술이 아까우니 패키지를 좀 고민해서 가격을 더 받으시라는 것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 패키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 사진 좌로부터 다랭이팜 생막걸리, 유자막걸리, 흑미막걸리

다랭이팜의 술들은 기본적으로 산미가 강한 편이고 피니시가 길다. 그러니까, 술꾼들이 좋아하는 드라이한 스타일이다. 해산물 위주의 식당 라인업에 잘 어울리는 것은 꽤나 날카로운 산미가 전혀 자신을 죽이지 않음에도 의외로 가볍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어서인 듯하다. 그런 특징은 기주(基酒)이자 플래그십이라 할 수 있는 쌀막걸리에서 잘 드러난다.

다랭이팜 유자막걸리
유자맛 막걸리의 경우도 다른 브랜드의 유자막걸리에서 연상될 수 있는 유자청과 같은 달콤쌉사름한 맛은 아니고, 예의 산미를 유자향과 까칠한 씁쓸함이 조금 눅여주는 정도다. 과일이나 향이 들어간 술은 반칙이라는 하드코어 술꾼들에게도 환영받을 만 하다.

다랭이팜 흑미막걸리
이외에 흑미막걸리도 개발했다. 아직 정식 출시 단계는 아닌 모양인데 현지에 간 덕에 얻어 마셨다. 흑미막걸리는 쌀의 특성상 일반 막걸리보다 좀 더 걸쭉하고 녹진하면서 미미한 단맛이 있다. 세 가지 술 모두가 가격을 보면 깜짝 놀라다 못해 미안한 느낌이 들게 하는 술들이다.
 

▲ 농부 맛집과 꼴뚜기

다랭이마을에는 먹거리도 많다. 남해에는 농수축산업이 다 있는데, 좋은 재료를 철저히 활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 그중에서도 농부맛집은 남해와 인근의 좋은 재료를 구하는 이창남 대표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정말 좋은 음식을 낸다. 사진에 보이는 꼴뚜기 같은 것이 그 케이스. 필자도 외식업 밥을 먹을 만큼 먹었고 전국 각지에 유명하다는 곳을 찾아다니는 편이지만 이런 꼴뚜기는 정말 생전 처음 보았다. 바로 그 자리에서 세발자전거에서 쓸 식재료 리스트에 올리고 택배주문을 부탁했다.
 

▲ 이창남 대표

다랭이마을의 이창남 대표는 탄복할 만한 사람이다. 양조장 하나로만은 이창남 대표의 삶과 생각을 다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실은 남해 끝자락의 이 외딴 마을을 나라에서도 유명한 성공사례로 만든 것이 이창남 대표이다.

다랭이논
고향인 다랭이마을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다랭이논, 혹은 다락논이라는 것이 지금은 구경거리고 아름다운 경관이지만 사실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산자락 곳곳에 볼 수 있던 것이 다락논이었다. 서울에서 가자면 해남 땅끝보다도 시간이 더 걸리는 남해, 그중에서도 남쪽 끝자락에 있는 이 마을이 전국구 관광지이자 6차산업의 모범이 된 데에는 초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창남 대표의 노력이 있었다.

취재 보충차 다랭이마을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각종 체험코스도 철 따라 빼곡히 갖추어져 있고, 마을 곳곳에 산책로며 조경이며 정성 들여 가꾼 역사가 보이고, 인근의 먹거리를 알차게 상품화시킨 아이디어며 디테일이 보이는 사람 눈에는 거의 애처로울 정도이다. 이렇게나 채워 넣기 위해서 고민과 노력이 얼마였을까.
 

▲ 다랭이 논

척박한 바다와 다랭이논에서 문화적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낸 이창남 대표는 우리나라 농촌 개발의 선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경남정보화농업인회와 품앗이로 일구는 희망농촌이라는 모임을 주관하며 다랭이마을의 성공을 주변과 나누는 데에도 열심이다.

그의 마음은 다랭이막걸리 맛과도 같이 예리하면서도 자연스럽고 넉넉하다.

[칼럼니스트 소개] 필자 백웅재는 네이버 파워블로거 ‘허수자’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전국의 좋은 우리술들을 찾아서 프리미엄 한주전문점 세발자전거에서 소개했었다.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 심사위원, 전통주 소믈리에 국가대표 부문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근래에는 한주 세계화에 관심을 두고 전세계에 한주를 소개하고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프리미엄 한주(따비)’, ‘취미와 예술(공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출판부)’가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백웅재 empty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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