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냄새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이는 ‘콩코드’ 등 미국 종 포도(Vitis labrusca)로 만든 와인에서 풍기는 향으로 여우와 같은 동물적인 냄새는 아니다. 이 성분의 냄새는 우리에게 익숙한 포도 냄새로 여우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여우 냄새’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 화학적으로 이 냄새의 성분은 ‘메틸안트라닐레이트(Methyl anthranilate)’라는 것으로 부정적인 냄새는 아니고, 상쾌한 과일 냄새로 우리나라 포도에서도 풍기는 전형적인 포도 향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Foxy’라는 단어에는 시다는 뜻이 있고, 매력적이란 뜻도 있어서 그렇게 되었다는 설, 불어의 Faux(가짜의)라는 단어가 와전되었다는 설도 있다. 북아메리카 초기의 정착민들이 미국의 야생 포도를 ‘여우 포도’라고 부른 데서 이 명칭이 유래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솝 우화에서 나오듯이 여우가 포도밭에 들어가서 포도밭을 해치는 일이 자주 있어서, 성경에도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었음이니라.(아가 2:15)”라는 문구가 있다. 미국에 정착한 유럽인들이 미국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서 맛을 볼 때 나오는 낯선 냄새를 ‘에라~ 여우나 먹는 포도’라고 비아냥거리면서 이런 명칭이 나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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