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TV를 켜니 드라마 ‘나빌레라’가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드라마 속 인물 덕출은 국민 아버지로 불리는 박인환 배우, 채록은 요즘 핫한 송강 배우가 열연을 펼쳤는데, 특히 박인환 님은 인생 황혼에 찾아온 아버지의 꿈과 열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지요.

2022년 봄 어느 날.

활짝 꿈을 이루는, '나빌레라’가 떠오르는 한 와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마르지아노 아보나(Marziano Abbona)

이탈리아 피에몬테(Piemonte) 지방의 아보나 가문은 1920년 대부터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와이너리입니다. 특히, 돌리아니(Dogliani), 몽페라떼 달바(Monforte d'Alba), 노벨로(Novello) 지역에서 60년 이상 된 올드 바인(Old Vine)을 소유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네비올로(Nebbiolo), 바르베라(Barbera), 돌체토(Dolcetto), 비오니에(Viognier), 아르네이스(Arneis), 모스카토(Moscato), 샤도네이(Chardonnay) 포도 등을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하고 있지요.

'파파 셀소(Papa Celso)'

파파 셀소는 돌체토 품종으로 만든 와인입니다. 사실 돌체토 품종은 와인애호가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품종도 아니고, 저 또한 와인 구입을 할 때 잘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돌체토는 탄닌 성분이 많고 익히기까지 산도가 높지 않은 포도라 산미를 좋아하는 저의 취향과 맞는 맛있는 와인으로 만나기 어렵다는 편견도 있었고요.

그런데 '파파 셀소'는 달랐습니다. 보랏빛이 맴도는 컬러에 “아, 이 와인 진하겠다”라는 생각을 한 저의 예상을 깨는 예쁜 베리류의 향들이 코를 자극했어요. 체리, 블루베리 등의 향이 스쳐가고, 민트와 같은 허브향도 살짝 느껴졌습니다.

와인을 마셔보니 부드러운 모카와 달달한 감초 풍미가 있는데 신선함도 살아있고,부드러운 질감에 탄닌감까지 우아함과 힘이 공존하는 와인으로 친근하며, 따뜻한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 훌륭한 와인과 양갈비 스테이크와의 페어링과 만나 맛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실 1975년에 첫 빈티지가 출시된 '파파 셀소'는 아보나 가문이 돌리아니(Dogliani) 지역에서 '돌체토' 와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틀을 만든 아보나 가문의 아버지 '셀소 아보나(Celso Abbona)'에게 헌정하는 와인입니다.

그전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돌리아니 지역은 이후 돌체토로 만든 좋은 품질의 와인들이 생산되며, 2000년 대 이탈리아 와인 최상위 등급 DOCG(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Grantita)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현재 '파파 셀소'는 매해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을 가리는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 행사에서 트레 비키에리(Tre Bicchieri) 글라스 3개를 받으며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지요.

'돌리아니 지역에서 최고의 돌체토 와인을 만들겠다'라는 셀소의 마음이 통한 것일까요?

최고의 돌체토 와인으로서 활짝 꿈을 이루고 있는 ‘마르지아노 아보나의 ‘파파 셀소’ 와인처럼,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도 자신만의 소중한 ‘나빌레라’를 꼭 펼칠 수 있길 바랍니다.
 

도윤 기자는 와인과 술에 관한 문화를 탐구하며, 재미있는 콘텐츠를 기획 및 제작하고 있다. 현재 블로그 '도윤 기자의 와인라이프'와 유튜브 채널 '레코드와인', 인스타그램 @record.wine을 운영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도윤 기자 winetoktok@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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