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멘 앙리 부르주아 와이너리 입구의 돌 간판

루아르 샤비뇰에서 10대를 이어온 앙리 부르주아 가문은 소비뇽 블랑과 피노 누아에 집중하여 루아르의 특이한 떼루아를 표현하는 와인을 만들어왔다.

장 마리 부르주아(Jean-Marie Bourgeois), 아르노(Arnaud), 리오넬 & 장 크리스토프(Lionel & Jean-Christophe) 등 가족이 합심하여 가꾸어 온 포도밭은 상세르와 뿌이퓌메의 독특한 특성을 담아내려 애써왔으며, 와인에서는 키메르지앙 토양의 이회토와 석회질 점토에서 오는 부싯돌 향과 포연 향을 느낄 수 있다.

▲ 상세르의 포도밭 토양을 대변하는 해양화석

가문의 8대인 앙리 부르주아(Henri Bourgeois)에 이르러 본격적인 와인사업이 시작되었는데, 1935년 2헥타르의 조그만 포도밭을 시작으로, 점차 사업을 키워온 결과, 현재 70핵타르(상세르 64, 뿌이 퓌메 6핵타르)에 이르는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 앙리 부르주아의 손자 장 크리스토프가 포도밭의 떼루아 특성을 설명해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124개의 Plot(구획, 포도밭 단위)에 소비뇽 블랑 100 Plot, 피노 누아 24 Plot을 보유하고 있으며, 밭 단위별로 분류하여 따로 따로 양조를 진행한다.

상세르 지역에서 더 이상의 포도밭 확장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탓에 새로운 신세계로 눈을 돌린 앙리 부르주아는 오랜 탐문과 연구 끝에 뉴질랜드의 말보로 와이라우(Wairau)계곡의 남쪽에 45 핵타르에 달하는 포도밭을 구입하고 끌로 앙리 Clos Henri 라는 이름의 자회사를 세웠으며 말보로(Marlborough) 특유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최고의 소비뇽 블랑과 피노누아를 만들어내고 있다.

▲ 수확된 소비뇽블랑 포도송이

상세르의 일부 밭은 기계수확을 진행하며 일부는 손으로 수확하는데, 3년전 기계수확한 포도와 손수확 포도로 양조한 와인을 전문가 테이스팅한 결과, 놀랍게도 기계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결국 관건은 얼마나 빨리 포도를 따서 지체없이 분쇄하여 양조를 하느냐가 와인의 품질에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계기가 되었다.

소비뇽 블랑은 발효 직전에 약 3~5일간 콜드 마세라시옹(냉각 침용)을 하는데, 포도즙을 접촉시키면서 5도 정도의 낮은 온도를 유지하면서 저어준다. 높은 정도의 산도유지를 유해 젖산발효는 생략하며, 앙금과 함께 4~10개월 숙성시킨다.

앙리 부르주아가 있는 루아르의 상트르 포도밭(The Central Vineyards)은 루아르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상세르(Sancerre)와 뿌이 퓌메(Pouilly Fume)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생산량은 매우 적은 편이다. 내륙 깊숙한 곳이라 매서운 겨울추위와 뜨거운 한여름 더위의 극한적 기후를 견뎌내야하기 때문이며, 때로는 여름 우박으로 큰 피해를 입기도 한다.

상세르에서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은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데, 포도는 백악질의 배수가 좋은 자갈토 토양을 지니며, 인근 부르고뉴 북단의 샤블리와 비슷한 키메르지앙 토양을 공유하고 있어, 해양 화석성분이 많이 출토되는 곳이다.

포도밭은 주로 남동과 남서향의 낮은 언덕 경사면을 따라 형성되어있다. 소비뇽 블랑 와인은 대부분 낮은 온도에서 스텐레스 스틸 대형 탱크를 이용하여 양조하며, 오크 처리를 거의 하지않는다.

▲ 샤비뇰 마을 전경

샤비뇰 마을(Chavignol)과 레 몽 담네(Le Mont Dames)포도밭에서 난 와인들은 장기숙성이 가능하며, 병숙성을 통해 포연향이 발현된다. 피노누아로 만든 레드와 로제와인은 전체 와인중 20% 미만으로, 대부분 화이트와인에 집중되어있다.

앙리 부르주아의 포도밭, 포도 알이 작아 따지않고 버려둔 피노누아가 늦게까지 익어가고있다. 피노누아(Pinot Noir)란 검은 솔방울이란 뜻을 가진 품종이름이다. 다른 포도와는 달리 알이 소담하고 솔방울 처럼 생겼다 하여 지어졌는데, 이름도 시적이다.

샤비뇰 마을의 공동묘지와 가파른 포도밭이 공존한다. 그들에겐 죽음도 삶의 한 부분이라 혐오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소비뇽블랑, 너무익어 황금색으로 변했다. 가지에 매달린 채 익어가는 포도송이는까치밥이될 뿐이다. 알이 작으면 상품성이 떨어져 따지않고 버려둔다.

언덕이 보이는 포도밭에는 포도나무 잎들이 노랗게 익어가며 나무들은 이제 휴식기에 들어간다.

▲ 앙리 부르주아가 보유한 포도밭의 위치와 지형이 그려진 지도

루아르강의 반대편쪽으로는 뿌이 퓌메(Pouilly Fume) AC가 있으며, 상세르와 유사한 토양이나 좀더 부싯돌 성분이 많고 언덕은 더 완만한 편이다.

불어로 퓌메(Fume)란 연기, 포연을 의미한다. 미국의 로버트 몬다비는 루아르의 뿌이 퓌메 라는 이름에 착안하여 미국 나파벨리에서 퓌메블랑(Fume Blanc)이란 와인을 만들어 대박을 쳤다.

▲ 지하의 와인셀러, 온도가 12~13도로 서늘하고 습해서 와인 보과하기엔 최적이다

풋풋한 사과향과 풀향이 나는 소비뇽 블랑과는 완정히 다른 스타일의 와인으로, 오크처리를 하여 좀 더 묵직한 바디감을 주고, 입안에서 부드럽고 진한 맛을 내면서 멜론 같은 농익은 과일향이 나게 만든 것이인데, 미국사람들의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 앙리부르주아에서의 시음 와인종류, 모두 16종이나 되었다

그는 퓌메 블랑이란 이름을 상표로 등록하지않은 결과 미국의 다른 와이너리들도 덩달아 퓌메 블랑을 만들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동네이름을 가져가 새로운 스타일의 유행을 만든 것은 바로 상술의 귀재 로버트 몬다비였던 것이다.

▲ 앙리부르주아에서의 시음 와인들, 이중 끌로 앙리는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뉴질랜드 말보로에서 만든 것으로, 비교시음을 할 수 있었다

앙리 부르주아의 주요 생산와인은 다음과 같다.

- Henri Bourgeois Sancerre Rouge Le Gravenon
새로운 뀌베, 싱글 빈야드로 르 몽 담네 포도밭 상단의 붉은 점토질 밭에서 난 포도를 쓴다. 우아하고 섬세한 레드체리의 향을 지녀쓰며, 자극적이며 매력적인 산도를 지닌 신선하면서도 표현력이 뛰어난 라이트 바디의 와인이다.

- Henri Bourgeois Sancerre Les Baronnes
백악질의 점토성분의 밭에서 난 포도를 쓰며, 스텐레스 스틸 양조용기에 4개월 앙금숙성을 한다. 향기로운 패션 프루트와 감귤향을 지니고 약간의 부싯돌 힌트를 느낄 수 있다.

- Henri Bourgeois Sancerre La Côte des Monts Damnes
스텐레스 스틸 탱크에서 최대 10개월 앙금 숙성을 진행하여 아주 섬세하면서도 자몽과 레몬햐으 허브향을 느낄 수 있는 집중도가 높은 와인이다.

- Henri Bourgeois Pouilly-Fumé La Demoiselle de Bourgeois
20-25% 는 오크통에서 숙성을 진행한다. 키메르지앙 이회토양의 포도밭이며, 녹색과일의 기분좋은 산도와 상큼함이 돋보인다.

- Henri Bourgeois Pouilly-Fumé La Demioselle
색상이 아주 옅으며, 크리스피하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 라이트 바디에 크리스탈 같은 시트러스 과일의 향이 특징이다. 미묘한 그린 민트의 향이 코끝에 스친다.

▲ 저녁식사는 그날 들렸던 도멘 파스칼 졸리베의 아들 끌레망 졸리베와 함께했다. OIV국제와인기구 학교의 선배이기도 하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인기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욱성 kimw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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