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전통주가 ‘핫’해지고 전통주 분야에서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과거에 전통주 제조 쪽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양조장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마케팅 및 PR, 전통주 주점, 바틀샵 등 그 분야도 다양하다. 특히, 유입되는 세대들이 젊어진 것이 긍정적인 현상이다. 사실, 2010년 쯤 막걸리 붐이 불었을 때도 지금과 비슷한 정도의 관심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제조 위주의 관심들이 많았고 소비자들도 그동안 못 보던 술들에 대한 호기심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막걸리 문화나 막걸리 양조장 등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바닥이 튼튼하지 못했기에 당시 막걸리 붐은 외부요인에 의해서 빠르게 사그라졌다.

▲ 전통주 행사에 참여한 소비자들 @이대형

하지만 당시에 막걸리 붐이 남긴 것도 있다. 바로 막걸리의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전통주들의 진흥사업들이다. 전통주갤러리, 찾아가는양조장, 전통주 교육기관, 우리술품평회 등 다양한 전통주 진흥 사업들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사업들은 자체적인 성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10년쯤 사업이 진행되면서 전통주 토대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주류에는 유행이 있기에 전통주 붐도 언젠가는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전통주 붐은 토대를 단단히 했기에 한때 불고 끝나는 유행은 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전통주 사업들이 성과가 있었지만 많은 사람이 원하고 그리고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진행이 안된 사업도 있다. 바로 ‘한국술산업진흥원(가칭)’이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다. ‘백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흔히 교육(敎育)과 관련지어 인재양성이 국가와 사회발전의 근본초석이고 그 영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전통주에 있어 이 말을 사용 한다면 ‘한국술산업진흥원(가칭)(이하 진흥원) 백년지대계’를 이야기하고 싶다.

과거 술 관리 업무는 국세청 단독으로 이루어졌다. 세원 관리를 중점으로 주류 분석 또는 신규 면허 관리 등을 해왔다. 간혹 새로운 원료 사용을 위한 연구 등이 한정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주 목적은 세원 관리였다. 현재 이러한 주류 관리는 세 기관이 역할을 나누어 담당한다. 국세청에서는 면허와 주세 관리,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진흥 업무를 식약처에서는 식품으로써 주류 안전 관리를 담당한다. 이처럼 관리 기관은 세 곳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전통주의 발전을 위한 기초나 응용 연구를 하는 곳은 없는 실정이다.

▲ 주류 관련 정부 기관들 @식품안전나라

우리나라의 주류 연구기관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기관과 대학교 및 기업에서 운영하는 기관으로 크게 나눌 수가 있다. 정부기관으로는 한국식품연구원과 농촌진흥청에서 전통주와 관련된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학교를 중심으로 막걸리 붐이 일 때 연구센터를 개소 한 적이 있다. 신라대학교 ‘막걸리세계화 연구소’, 전북대학교 ‘막걸리연구센터’, 한경대학교 ‘우리술연구소’ 등이 있었으나 막걸리 붐이 꺼지면서 센터의 운영도 축소되었다. 최근에는 강원대 ‘누룩연구소’가 설립되어서 새로운 전통주 연구를 시작했다. 이처럼 몇몇 연구소들이 세워지고 있지만, 아직 그 연구기관들은 제한적인 연구만을 할 뿐이다. 특히, 전통주 관련 기업 역시 양조장 수가 800개가 되지만 대형 양조장을 제외한 대부분은 연구소를 가지고 있지 않다. 연구소가 있다고 해도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제품의 품질관리만 할 뿐 전문 연구를 하는 곳은 전무하다 할 수 있다.

특히, 전통주 담당 공무원들도 공무원 인사 제도상 거의 2~3년마다 교체되기에 업무 전문성을 갖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기에 ‘진흥원’을 통한 전통주 행정 부분에 대한 정책 자문 뿐만 아니라 전통주 품질향상 연구과 함께 품질인증, 기술 컨설팅, 품질분석, 관능평가, 교육 등의 연구, 기술지도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을 위해 ‘진흥원’은 꼭 필요하다.

대부분의 나라에는 술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 기관들이 존재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1904년 설립된 주류총합연구소(NRIB)에서 45명의 직원이 양조기술, 양조미생물, 품질평가, 산업기술 연구 및 지원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프랑스는 포도·와인 연구소(IFV), 영국은 양조증류연구소(IBD)를 두고 있다. 이처럼 술이 유명한 나라들은 자국의 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과거부터 지속적인 연구를 지원함으로써 술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 이제 우리도 전통주 산업 육성과 관련되어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전통주 관련 연구와 정책적인 뒷받침을 하기 위한 조직이 필요하다.

▲ 일본주류종합연구소 홈페이지 @일본주류종합연구소

하나의 연구기관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예산과 조직 등을 갖춰야 하기에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전통주 연구를 위한 ‘한국술산업진흥원(가칭)’의 필요성은 민관 및 산학연 모두 공감을 하고 있다. 제2차 전통주 산업발전 기본 계획에 ‘진흥원’ 설립을 계획했고 추진했지만 아쉽게도 진행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진흥원’ 문제를 포기할 수 없다. 전통주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닌 우리나라 술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진흥원’의 설립은 꼭 필요한 것이다. 다시 산업체, 협회 등 관련 기관들이 진흥원 설립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건의해서 23년에는 진흥원 설립의 기초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전통주 발전을 위한 장기 계획으로 ‘한국술산업진흥원’ 설립은 그 무엇보다 급한 ‘백년지대계’일 것이다.

▲ ‘제2차 전통주산업 발전 기본계획’ 보도자료 @농림축산식품부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이대형 koreasool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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